오키나와 미군 성폭력, “없었던 일로 만들지 말라”지난해부터 5건이나 ‘은폐’…日 페미니스트들 외무성 앞 항의집회작년 12월에 오키나와 주둔 미 공군 병사에 의한 여성 청소년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다는 사실이, 올해 6월 25일이 되어서야 언론 보도로 세상에 알려졌다. 3월에 오키나와 나하지방검찰청이 ‘부동의 성교’ 등의 용의로 가해자 미군을 기소했으며, 일본 외무성 역시 3월 27일에 이 사건을 파악했으면서도 오키나와현 측에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다. 또한 이번 보도로, 이 사건 외에도 다섯 건의 성폭력 사건이 공표되지 않았다는 사실 역시 밝혀졌다.
일본 정부가 오키나와현에도 알리지 않았다
6월 27일에는, 오키나와에서 ‘기지·군대를 용납하지 않는 행동하는 여성들의 모임’(공동 대표: 다카자토 스즈요, 이토카즈 케이코) 회원들이 일-미 양국 정부에게 긴급요청과 항의 기자회견을 했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전국에 알려졌다.
이에 수도권에 있는 일본 페미니스트들도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페미니즘 언론 ‘페민’(jca.apc.org/femin)과 ‘아시아여성자료센터’(jacar.go.jp), 그리고 ‘액티브 뮤지엄 여성들의 전쟁과 평화자료관 wam’(wam-peace.org)은 긴급 성명문을 작성하여 연명단체를 모아 전국과 해외에서 131개 단체가 연명했으며, 7월 2일에는 외무성 앞에서 항의집회를 개최했다.
이 사건의 경과에서 문제 제기하고 있는 부분은 △가해자가 기소되었음에도 오키나와현에게 정보가 늦게 전달된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책이 필요하다는 점, △사건을 공표하지 않은 이유를 “피해자의 명예와 사생활 보장”이라고 한 점, △경찰이 사건을 공표하지 않은 실제 배경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점, △오키나와현뿐 아니라 미군기지가 있는 모든 지역을 대상으로 성폭력 범죄를 조사해야 한다는 것, △용의자 신병을 확보했음에도 석방된 점 등이다.
일본 정부는 유엔 안보리 결의 1325호에 근거하여 평화·안전보장 의사결정에 여성의 평등한 참여를 요구하는 ‘여성·평화·안전보장’(WPS) 추진을 내걸고 있다. 으며, 우와카미 요코 외무대신이 이를 주요한 외교정책으로 파악하고 있음에도, 국가안전보장을 우선시하여 군인에 의한 성폭력을 비가시화 시킨 점은 WPS(Women, Peace, and Security) 정책에 반하는 일이다.
“없었던 일로 만들지 말라!” 오키나와-수도권 페미니스트들 항의
외무성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먼저 후쿠시마 미즈호 의원(사회민주당 참의원)이 이렇게 발언했다.
“외무성 정무관은 용의자가 3월 27일에 기소된 당일에 주일 미국대사에게 항의했다고 했다. 1996년의 SACO(Special Action Committee on Okinawa, 오키나와에 관한 특별행동위원회) 합의로, 사건이 일어나면 오키나와현에 통보하도록 정해져 있다. 외무성이 6월의 오키나와 현의회 선거와 위령의 날 추념식을 앞두고 은폐한 것이 아닌가? 외무성에도, 방위성에게도 언제 (사건에 대해) 파악했는지를 문의했지만, ‘말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여성의 인권은 어디에 있는가?”
이어서 오키나와에서 다카자토 스즈요 씨(기지·군대를 용납하지 않는 행동하는 여성들의 모임)가 전화로 발언했다.
“기시다 수상은 6월 23일 오키나와 위령의 날에 ‘미군기지 집중 등으로 인한 큰 부담이 있다는 점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지만, 줄여야 할 부담 속에 여성 인권침해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다카자토 스즈요 씨는 정부가 “사실상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를 보호하고 있다”며, “용서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진 발언들을 일부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형법의 성범죄 규정은 개정(비동의 성교죄)되었지만, 오키나와에서는 미성년이 성폭력을 당한 사실이 은폐된다. 국가가 밀어붙인 기지로 인해 일어난 성폭력을 국가가 은폐하지 말라! 성폭력을 없었던 일로 만들지 말라!” -마츠오 아키코, 엣센트라북스
“미군의 범죄 재판권은 미국에 있도록 하는 일-미지위협정이 오키나와 사람들의 존엄을 짓밟고 있다. 성폭력 범죄의 피해자는 압도적으로 여성이 많지만, 사실상 모든 젠더가 (존엄을 훼손당하는) 피해를 입고 있다.” -야마다 아키코, 북카페 사포
“오키나와에서 1995년과 2016년에 일어난 미군에 의한 성폭력 사건으로 안해 큰 항의 운동이 일어나고, (미군에게 일본의 법률이 적용되지 않는 점과, 사건이 일어나도 일본에 재판권이 없는 점 등 때문에) 일미지위협정을 재검토하라는 요구도 커졌다. 오키나와와 연대하여 바꿔나가야 한다.” -진나이 야스코, 전국페미니스트의원연맹
“오키나와에서 기지 반대 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비방, 중상모략하는 방송에 항의해왔다. 제대로 보도될 수 있도록 팩트를 전하고자 하는 기자를 지지하는 것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다.” -가와나 마리, ‘오키나와에 대한 편견을 선동하는 방송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모임’
“피해자의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미군 성폭력) 사건을 은폐하다니, 전국에 있는 성폭력 피해자가 느낄 기분을 생각하니 참담하다. 피해 당사자로서, 나의 존엄과 건강과 인생이 정부의 ‘사정’보다 가볍게 느껴졌다.” -야하타 마유미, ‘Praise the brave’(교제폭력/성폭력/가정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remetoo 운동단체)
“오키나와 위령의 날에 신주쿠에서의 집회에 참여했다. 이스라엘에 의한 팔레스타인 학살에 반대하는 집회에서, 오키나와에 대한 일본의 가해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오쿠 마사유키, ‘분노-오키나와의 미군 성폭력을 용납하지 말라0712’
“나는 22년 전에 오키나와에서 미군에게 강간을 당했다. 미군에게는 일본의 법률 준수 의무가 없다고 한다. 일본 정부는 양국의 지위협정을 재검토해야 한다.“ -캐서린 제인 피셔, 워리어즈 재팬(WARriors Japan)
이러한 정부의 견해로 이번 사건을 마무리할 수는 없다. 침묵해서는 안 된다.
※항의 집회를 진행한 세 단체의 향후 행동에 관해서는 ‘페민’ 홈페이지 https://jca.apc.org/femin 엑스X @femin1946 페이스북 @journal.femin 참조.
[오키나와 주둔 미군에 의한 성폭력 및 정보 은폐에 항의하는 긴급성명]
“이번 사건 이외에도 미군에 의한 성폭력 사건은 다수 발생해왔지만, 최근 들어 경찰이 사건의 정보를 공표하지 않는 추세다.
미군 기지로 인한 다양한 인권침해 중에서도 성폭력은 피해자에 대한 낙인과 성폭력을 경시하는 사법제도로 인해 비가시화되는 경향이 있다. 지금까지 묻혀온 피해를 파헤쳐온 오키나와의 페미니스트 단체와 모든 성폭력 피해자의 권리가 보호되는 사법제도를 목표로 노력해온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이번에 정부가 ‘피해자의 사생활’을 방패로 필요한 정보를 은폐한 사실은 용서할 수 없다.
이하의 사항을 명확하게 밝힐 것을 요구한다. ‘왜 오키나와현에게 정보 전달이 늦어졌는가’, ‘경찰이 사건을 공표하지 않고 있는 추세의 배경은 무엇인가’, ‘이 문제를 오키나와현뿐 아니라 미군 기지가 있는 모든 지역을 대상으로 조사하여 (실태를) 밝혀낼 것’.
일본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공표한 여성·평화·안전보장(WPS) 원칙에 기반하여 평화·안전보장의 의사결정에 여성이 평등하게 참여할 수 있어야 함에도, 일미 양국 정부가 국가안전보장을 우선시하여 군인에 의한 성폭력과 젠더폭력을 비가시화하고 과소평가하고 허용해온 점에 강력히 항의한다.
어떤 성폭력도 용납될 수 없으며 기지 건설 강행과 싸워온 오키나와인들과 연대한다. [고주영 번역]
※성명서 전문은 ‘페민’ 블로그 참조: feminblog.blogspot.com
-〈일다〉와 제휴 관계인 일본의 페미니즘 언론 〈페민〉(women's democratic journal) 기사를 번역, 편집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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