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원했다?…성매매 여성을 처벌하는 사회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불처벌의 정치학” 기획연재①

나나 | 기사입력 2024/11/14 [19:27]

여자가 원했다?…성매매 여성을 처벌하는 사회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불처벌의 정치학” 기획연재①

나나 | 입력 : 2024/11/14 [19:27]

우리는 왜 불처벌의 정치학을 말하는가?

 

나는 반성매매 운동을 하고 있고, 성매매피해지원상담소 〈이룸〉에서 상담을 통해 성매매 여성을 만나고 있다. 상담소에 출근하기 무섭게 상담 전화가 걸려 온다. 성매매 업소에서 손님으로 만났다가 연인으로 발전한 남자친구가 ‘네가 성매매 일을 했었다’는 사실을 주변에 알리겠다고 협박하고 있어서 너무 두렵다는 내용. 또 다른 여성은 자신의 성매매 경험을 주변 사람들이 알게 되어 ‘낙인’찍을까 두려워서 스스로 고립되고 있다는, 그래서 너무 외롭다는 내용이었다.

 

종종 성매매를 경험하는/경험했던 여성과 상담하다 보면, 나이를 불문하고 공통적으로 호소하는 내용이 있다. 바로 자신의 성매매 경험 사실이 지인, 가족, 배우자, 직장 사람 등 타인들에게 밝혀질까 봐 두렵다는 것이다. 우리 활동가들도 이러한 여성들의 불안과 경계를 인지하고, 성매매를 경험하는/경험했던 여성과 만나는 자리가 병원이던, 주민센터이던, 어디에서건 신분을 최대한 노출하지 않으려 한다. 성매매 여성에 대한 낙인이 팽배한 사회 속에서 활동가들은 상황에 따라 이 여성들의 딸이자, 친구, 동생과 언니 등 여러 역할을 병행하며 여성들의 사회적 연결망이 되고 있다.

 

성매매 산업을 여성인권의 언어로 드러내고자 했던 여성운동(계)의 노력으로, 2004년 성매매특별법이 제정되었다.(성매매특별법은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약칭 ‘성매매처벌법’,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약칭 ‘성매매피해자보호법’으로 나뉜다.) 이 법의 성과는 성매매 ‘피해자’에 대한 개념이 도입되었고, 성매매에 대한 국가 책임이 일부 인정되어 ‘피해자’를 지원할 수 있는 국가 자원이 확보되었다는 점이다. 또한 앞서 언급한 사례처럼, 성매매 경험을 통해서도 사회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가능성을 만들어 냈다는 점도 분명 성과라고 볼 수 있다.

 

▲ “나는 ____ 성산업에 반대한다.”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피켓들. [출처-이룸 제공]


그 후 성매매 여성의 현실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성매매 ‘피해자’의 개념은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항 4호에 명시되어 있다. 성매매 ‘피해자’는 위계·위력 등과 같은 강제 수단을 이용해 성매매를 강제당하거나, 약물과 장애·연령 등 취약성을 가진 사람의 경우에 해당된다. 다시 말해 ‘자발성’이 있는 성매매 여성은 여전히 법적으로 처벌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성매매 여성이 사회적·법적으로 처벌되는 지금의 이 현실 앞에 여성운동의 깊은 운동적 성찰이 요청된다고 할 수 있다. 성매매 여성에 대한 여성주의 불처벌의 정치학을 실천하기 위한 담론과 방향에 관해 수많은 고민과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는 현실은 ‘여성혐오’적이다

 

“A씨(30대)는 유흥업소에서 유흥접객원으로 종사하고 있다. 업소를 찾아온 손님이 A씨가 거부를 하였음에도 룸에서 강제적으로 성관계를 하였다. 강간을 당한 후 고민 끝에 경찰에 신고하였으나, 유흥접객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성폭행 피해자가 아닌 성매매 ‘피의자’의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성매매피해지원상담소의 상담 사례를 각색)

 

이 사례에서 보듯, 성매매특별법의 가장 큰 맹점은 여성을 피해자와 ‘자발적’ 행위자로 구분하여, 전자는 보호하고 후자는 처벌하는 전략을 취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분화 전략은 ‘보호할 만한 여성’은 누구인지를 가려내는 것으로, 사회에 만연한 여성에 대한 편견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성매매 과정에서 성폭행과 각종 폭력을 경험하고, 성구매자에게 그동안까지 모아둔 전 재산을 뜯기고, 성매매 과정에서 불법 촬영을 당하고 내 촬영물이 온라인에 유포되어도 선뜻 법의 힘에 손을 빌릴 수 없는 이유는 성매매의 ‘자발적’ 행위자로 분류되어 ‘나도 처벌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성매매 여성이 처벌되는 현실은, 성매매 과정에서 여성들이 경험하는 각종 부당함이 ‘재수 없는 하루’, ‘진상 손님’을 만난 경험으로 사사롭게 인식되는 것에 일조한다. ‘일반’ 사회에서라면 이러한 범죄가 발생했을 때 당연히 피해자로서 위치 지어져야 할 마땅한 일이, 성매매 과정에서 발생했을 때는 나도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껴야 하는 일이 된다. 성매매 여성의 법적 처벌은 순수한 피해자가 아닌, 즉 ‘자발적’으로 ‘음란’해진 여성에 대한 처벌에 다름아니다. 이는 여성의 성적 규범을 (재)생산하고 있는 장치로 기능한다.

 

더불어 경찰은 성매매가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되는 성매매 업소, 숙박업소 등에서 성구매남인 척 가장하여 함정 단속을 해 왔다. ‘성매매 행위자’로 성매매 여성을 단속함으로써 성 구매자와 알선자는 감쪽같이 사라지고, 오직 성매매 여성만이 남아있는 것이다.

 

부정의한 현실이 계속되는 와중에, 최근 5년간 상담소 이룸에서 특기할 만한 상담이 이어지고 있다. 성매매알선행위등처벌법(광고죄)에 의해 성매매 여성이 처벌받는 사례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본래 성매매알선행위등처벌법의 취지는 성매매를 알선하는 알선자(조직)를 처벌하고, 성매매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데에 목적을 두고 있다. 다시 말해 성매매 여성의 ‘몸’을 활용하여 자본을 축적하는 존재와 네트워크 처벌을 위해 마련된 법률인데, 되려 여성들을 처벌하고 있는 것이다. 성매매 여성은 온라인 공간에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을 제시(키, 몸무게, 나이, 원하는 피임장치 등) 했기에 성매매 ‘광고’를 했다는 이유로 법적 처벌 대상이 되고 있다. 어떤 사건에는 관할구역이 아니라서 수사 권한이 없다며 소극적으로 나오던 경찰이 성매매 여성을 향한 단속은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계속되며 ‘특별단속’이라는 명목으로 관할구역을 넘나들며 자행되고 있다.

 

국가와 가부장제, 남성연대의 견고한 카르텔 속에 여성의 ‘매춘화’는 자행되어 왔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이는 이 세계가 ‘여성’과 ‘남성’으로서 돈을 버는 방식을 경로화했음을 의미한다. 여성은 자신의 몸을 자원화함으로써 더 나은 삶을 살기를 희망하고, 남성은 여성의 ‘몸’을 통해 쾌락을 얻고 여성을 ‘매춘화’ 경로에 속박한다. 이 불평등 경로의 가장 극단이 바로 성산업이다. 성산업은 다른 어느 산업과 비교해도 파는 성별과 사는 성별이 뚜렷하게 구분되어 있는 산업이다. 이러한 성별성과 불평등을 무시한 채 성매매의 원인을 여성에게 돌리고, 여성이 처벌당하고 있는 현실은 여성 혐오적이며, 기만적이기까지 하다. 심지어 그 과정에서 ‘자발성’이 있는 성매매 여성을 구분할 수 있다는 생각은 허황적이다.

 

‘자발적’으로 섹슈얼리티를 자원 삼는 여성에 대한 사회적 처벌

 

디지털 경제가 활성화되고, 남성의 성적 욕구와 성산업이 서로 공생 관계를 이루며 (재)발명되는 메커니즘 속에서 성산업은 변화·발전하고 있다. 여성은 캠을 켜서 시청자와 소통하고, 신체 사진을 찍어 온라인에 게시하는 등 ‘자발적’으로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활용하여 ‘돈’을 벌고 있다. 이러한 여성의 ‘자발적’ 섹슈얼리티 거래 행위는 많은 사람들에게 그 어떤 범죄보다 용납할 수 없는 행위로 여겨진다.

 

‘N번방’ 사건의 잔혹성으로 인해 대중들은 공분했으나, 피해자들이 ‘색계’, ‘일탈계’를 운영했다는 사실은 때로 피해자 비난의 근거가 되기도 했다. 또한 유명 사업가와 유명 여성 BJ가 해외에서 사진을 찍혀 ‘스폰 논란’이 일던 사례, 유명 ‘여캠’이 그룹화되어 대중가수로 데뷔했을 때 ‘음지’에서 ‘양지’로 나오지 말라는 사회적 비난을 생각해 보자. 최근에는 개인 방송을 하는 여성 크리에이터에게 ‘평생 무토바(무료토킹바)하며, 지팔꼰(지 팔자 지가 꼰다)’라는 비난을 서슴지 않는다. 이러한 비난이 잘못된 이유는 ‘자발적’인 성매매 여성을 비난함(사회적 처벌함)으로써, 결국 보호받아야 할 여성은 누구인지, ‘욕을 먹어도 싼(창녀)’는 누구인지에 대한 가부장적인 논리를 답습하는 데에 일조하기 때문이다.

 

▲ 지난 9월 26일,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주최로 열린 〈여자가 원했다는 논리 “불처벌의 정치학”〉 토론회 모습. [출처-이룸 제공]


많은 사람이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자원화하는 여성을 향해 ‘음지에 머물라’고 말한다. 이러한 사회적 처벌은 실제 (성매매 여성이든 아니든) 여성들을 옭아매는 장치로 기능한다. 내가 만나는 여성들은 자신이 성매매 여성임이 밝혀질까 두려워 오랜 시간 일을 했던 성매매 집결지 근처를 벗어나지 못하거나, 사람들의 활동성이 많은 낮에 돌아다니지 못한다. 한 개인의 시민적 삶의 권리인 이동성이 제한되는 것이다.

 

또한 오랫동안 자신이 다니고 있는 정신건강의학과에도 심리상담센터에서도, 친구에게도, 애인에게도, 자신의 성매매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지 못한다. 심리적으로 아픔이 있어서 찾아간 곳에서도, 인적 관계에 있어서도 온전히 ‘나’로서 존재하기 어렵다. 사회적 처벌 장치인 ‘창녀 혐오’가 실제 여성들의 일상 속에서 매 순간 작동하고 있으며, 여성들을 꼼짝없이 긴장시키는 장치로 작용한다.

 

여성의 몸(얼굴) 뒤에 존재하는 수많은 네트워크

 

우리는 ‘자발적’으로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자원화하는 여성에 대한 사회적 처벌을 멈춰야 한다. N번방 사건으로 전 사회가 분노로 들끓었을 때, 피해자 여성들에게 신상을 유포해 버리겠다는 지독한 협박을 통해 수익을 창출했던 수많은 남성 가해자 네트워크를 기억하자. 아직도 ‘자발적’으로 성을 파는/섹슈얼리티를 자원화하는 여성이 문제라고 생각하는가? ‘자발적’인 여성에 대한 비난은 그녀 뒤로 존재하는 수많은 네트워크의 존재를 가리고, 거대한 성산업을 유지시키는 데에 일조한다. ‘자발적’으로 캠을 켠 여성 BJ가 남성들의 선호에 맞는 춤을 구현할 수 있도록 매뉴얼화 된 ‘섹시한’ 동작을 알려주는 플랫폼, 성매매 업소 혹은 1인 방송 엔터사에서 여성들이 겪는 어려움을 재빨리 타 업소가 해결하는 네트워크의 전략에 주목해야 한다.

 

여성의 몸을 통해 자본을 추적하는 수많은 존재는 가려진 채 여성들은 홀로 ‘창녀’라는 비난과 멸시의 대상이 되고 있다. 바로 이 ‘창녀’에 대한 사회적 처벌과 법적 처벌을 발판 삼아 30조~37조에 육박하는 성매매 산업을 이룰 수 있었다. 여성에 대한 성적 비난과 사회적 처벌을 방치하고, 나아가 장려하는 행위는 그다음 ‘여성 희생자’를 예비하지만, 여성의 몸을 통해 이윤을 착복하는 성산업 네트워크는 결코 잃는 것이 없다.

 

이러한 문제의식으로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은 성매매 산업이 젠더화된 정치경제적 문제임을 드러내기 위한 활동을 지속해 왔다.(이룸 “불처벌의 정치학” 토론회 2024, 이룸 성형대출 포럼 2016, 이룸 성매매-금융자본주의 포럼 2015) 성매매를 ‘여자’의 문제로 간주해 온 사회적 관행을 폭로하고, 성매매 여성을 향한 사회적 비난이 사회적 차별로 의미화하고자 하였으며, 성매매 여성 불처벌을 고민하는 활동가 및 연구자를 만나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는 사회에 던지는 페미니즘 선언’ 『불처벌』(2022)을 발간하였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성매매 여성은 ‘자신의 성을 매매하는 것에 동의한 음란한 여성’으로 취급되었다. 하지만 음란함에 대한 비난이 우선시되면서 이들은 무엇에 동의한 것이 실제로는 무엇인지 질문한 적이 없다. 성매매 여성의 자발성과 강제성을 따지는 것은, 다시금 여성의 ‘음란함’에 대한 비난으로 나아가는 수순이다. 이제라도 여성에 대한 사회적·법적 처벌을 중단하고, 여성 ‘처벌’을 통해 자본을 축적해 온 성산업 네트워크로 초점을 옮길 것을 제안한다. 그것이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의 ‘불처벌의 정치학’이다.

 

이 글을 필두로 앞으로 4개의 보도가 나올 예정이다.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의 주최로 지난 9월 26일(목)에 진행된 〈여자가 원했다는 논리 “불처벌의 정치학”〉에서 나온 발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반젠더폭력 운동단체들은 여성에게 부착되는 ‘음란’함과 협소한 ‘동의’의 기준에 균열을 내고, ‘음란’하다고 일컬어지는 존재들의 권리를 탈환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였다. 앞으로 반성매매, 반성폭력, 반사이버성폭력 현장에서의 현안과 고민을 여성주의 ‘불처벌의 정치학’의 관점으로 사유하는 과정을 나누고자 한다. 그 여정에 이 글을 읽는 당신도 함께 고민해 주었으면 한다.

 

[필자 소개] 나나. 반성매매 활동가. 함께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실천하며 사는 것이 삶의 모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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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즈커플로 태어난 북극성커플 2024/11/24 [16:07] 수정 | 삭제
  • 여자가 원했다? 소가 웃을일
  • 레즈커플로 태어난 북극성커플 2024/11/23 [14:36] 수정 | 삭제
  • 성매매는 분명히 여혐이다
  • 공감 2024/11/17 [10:32] 수정 | 삭제
  • 여혐의 원시격인 용어가 *녀 라는 것을 다시금 떠올리게 되네요.
  • 아골치 2024/11/16 [22:35] 수정 | 삭제
  • 성 문제, 이거 세대 별로 문제되고, 전 세계적으로도 골칫거리인 만큼 성적인 문제를 아예 원천 차단한다는 뜻에서 할례행사 하듯 남자 거시기를 아주 어렸을 때 그냥 가위로 싹뚝 짤라버리면 이런 성문제는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도 있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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