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단체 활동가도 노동자로서의 권리가 있잖아요논문 밖 인터뷰③ 「여성단체 청년활동가의 몸 아픔 경험…」 연구자 홍열매[연구 소개] 홍열매는 석사학위 논문으로 「여성단체 청년활동가의 몸 아픔 경험이 조직 활동에 미치는 영향」(2025)을 연구했다. 그는 여성운동 단체에서 활동하는 청년들이 자신의 몸 아픔을 어떻게 인식하고, 조직 내에서 몸 아픔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10인의 인터뷰를 통해 탐구하였다.
“제가 지방에서 일을 하며 주변에 있는 (여성운동단체) 활동가들을 봤을 때, 다들 뭔가 질병이든 만성 통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너무 많은 거예요. 지금 내 경험이나 다른 사람의 경험만이 아니라,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차이라든지, 아니면 여성단체 내에 조직별 차이가 있는지 알고 싶었어요.
저는 논문에서 질병이라고 표현을 안 하고 ‘몸 아픔’이라고 썼는데, 그건 질병보다 조금 더 큰 범주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그랬거든요. 통증을 질병으로 인식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 몸 아픔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이나 활동을 그만둔 사람, 활동을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좀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인터뷰 논문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본인도 아픈 몸으로 여성단체에서 활동을 했잖아요. 맨 처음 병이 발병했을 때 단체 활동을 하던 중이었나요?
“연축성 발성 장애를 가졌을 때는 대안학교에서 일할 때였고요, 여성단체에서 활동하면서는 우울증과 척추 협착 문제가 있었어요. 근데 척추 협착을 발견하게 된 것도, 처음에 허리가 아팠고, 그렇다고 막 디스크 터지고 이런 것도 아니고 ‘(디스크가) 약간 좀 좁아져 있다’라는 진단을 받았어요. 근데 허리 통증 같은 경우는 이미 가진 사람들이 굉장히 많은 거예요. 사무 업무를 많이 하니까 디스크가 있는 사람도 있는데, 모두들 별 일 아니라는 듯이 넘어가는 거예요. 이게 사실은 오래 앉아있어서 생기는 문제인데, 여성단체에서조차도 ‘그냥 그건 그럴 수 있지…’라고만 인식되는 현상이 이해가 안 가는 부분도 있었어요. 활동가들의 건강을 위해 시스템을 바꾸려는 노력 같은 것들이 보이지 않고요. 그리고 사실은 현장이 열악하니까, 그런 걸 시도할 수도 없는 거예요.”
열매의 경우 허리 통증을 개선하기 위해 스탠딩 책상을 놓고 싶었지만, 열매의 사무실은 스탠딩 책상을 놓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거기다 우울장애까지 겪게 되었다. 여성단체의 활동 자체는 좋았고, 단체가 잘 되길 바라지만, 솔직히 누군가에게 직장으로 추천하기는 망설여지는 것이 사실이었다.
몸 아픔은 점차 개별화되지만, 활동 내에서 청년활동가의 몸 아픔은 단순히 개별적인 문제가 아니라 활동 전반에 걸쳐 다양한 방식으로 활동에 영향을 미친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문제들은 결국 몸 아픔을 가진 활동가와 조직에 갈등 요소로 작동한다. 이는 장기적으로 조직의 지속 가능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홍열매, 「여성단체 청년활동가의 몸 아픔 경험이 조직 활동에 미치는 영향」, 2025: 27p
열매는 지역에서 함께 일했던 여성청년 활동가들 역시 단체 내 활동에 대해 계속 고민을 했고, 이는 여성단체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시민단체 전반의 문제라고 보았다. 경력 15년, 20년 이상의 선배들과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하고 들어온 신입 사이에 “활동의 구력” 차이가 너무 크지만, 그것을 메꿀 중간 관리자가 부재하고…. 그런데 여기에는 활동가의 질병이 주요한 문제로 작용한다고 했다. 열매는 여성단체라는 점 때문에 몸 아픔 경험에 대한 ‘양해’가 가능하다 해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기관에서 호의를 베풀고, 여기는 여성단체고 여성의 삶을 돌보니까 임의로 병원에 갔다 온다든지 치료를 받는다든지 이런 시간을 확보해 줄 수는 있지만, 그게 뭔가 시스템적으로 마련되지 않는다는 게 계속 저한테는 되게 어려운 지점이었던 것 같아요. 또 조직이 규모가 작으면 법적으로 지켜져야 될 것들을 잘 지키지 못하는 것들도 있고요. 그리고 그게 실질적으로 지키기 너무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도 아니까 내가 주장할 수도 없고, 이런 갈등이 계속 있었어요.”
-자신의 경험을 해석하는 데 있어서 이 연구가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궁금해요.
“일단은 제 경험을 공감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에서도 동지들을 얻은 기분도 들었고, 스스로 해석되지 않아서 답답했던 것들을 다른 사람의 경험을 통해서 해석하게 되더라고요. ‘왜 이렇게밖에 선택할 수 없었지?’, ‘나는 이 단체가 좋은데, 이 단체가 더 좋아졌으면 좋겠는데, 왜 그렇게 하지 못하지?’에 대한 질문과 고민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는 경험을 통해서 제 활동의 경험을 다시 재구성할 수 있었어요. 또, 활동에서 실패한 경험들도 있잖아요. 그런 것들을 단순히 실패라고 정의하지 않게 됐다는 거, 그게 되게 컸던 것 같아요. 이게 단순히 ‘내가 질병을 가지고 있어서 활동가라는 삶에서 이탈했다’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그러면 이 관점을 가지고 내가 다시 다음 조직에 들어갔을 때는 어떻게 활동해야 되는지, 아니면 조직 내부가 아닌 바깥에서 활동을 어떻게 해야 될지 고민할 수 있게 된 것도 좋은 점인 것 같아요.”
“평생의 과업이 될 것도 같은데... 일단은 그 교차점에 대한 인식을 하는가가 중요한 것 같아요. 청년여성 활동가들은 젠더, 나이, 그리고 건강한 몸에 대한 기대치 등 교차된 위치에 놓여있다 보니까, 이게 외부의 억압만이 아니라 스스로 내면화된 기대나 자기검열로 이어지기도 하거든요. 특히 여성에게는 늘 ‘인내하며 타인을 돌보아야 하는 존재’라는 기대가 따르잖아요. 그러다보니 아파도 괜찮다고 말하게 되고, 오히려 몸이 힘든 상태에서도 여성단체 활동의 특성상 돌봄과 감정 노동을 수행하게 되는 경우도 많아요.
그래서 활동가들이 개인적 차원에서는 ‘건강해야만 활동할 수 있다’라거나 ‘강해야만 버틸 수 있다’는 식의 인식을 좀 비판적으로 들여다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아픈 몸도 말할 수 있어야 하고, 활동을 지속하는 방식이 다양할 수 있고, 쉬어도 괜찮다는 걸 자신에게 허락해주는 것부터 시작하면 어떨까 싶어요. 또, 아픈 젊은이에 대한 이슈나 그런 서사들이 계속 나와야 된다고 생각해요. 경험이 없으니까 질병에 대한 해석도 어렵고, 또 젊고 아픈 몸에 대한 상상도 아직은 쉽지 않으니까요. 젊으면 회복도 빨라야 하고, 금방 나아서 다시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와야 한다는 기대도 있는 것 같아요. 그런 회복조차도 어떤 능력처럼 여겨질 때, 활동가 개인은 자기 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워져요.
조직적인 차원에서는 활동가의 몸 상태나 환경의 차이를 존중하는 문화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를테면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안전한 분위기, 병가나 유연 근무 등의 제도가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기반을 모색해야 하죠. 단지 배려의 차원이 아니라, 건강이나 몸에 대한 기존의 규범 자체를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다시 사유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도 ‘완벽한 몸’을 전제로 하지 않는 조직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서로의 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조율해가며 함께 일할 수 있는. 저는 그게 결국 돌봄, 환대, 협력의 윤리를 실천하는 조직문화라고 생각해요. 그래야만 ‘젊은 여성의 몸도 아플 수 있고, 아픈 몸도 활동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감각이 단체 안에서 자연스럽게 뿌리내릴 수 있다고 봐요.”
-논문은 다양한 청년활동가들의 몸 아픔 경험을 토대로, 조직 시스템과 문화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을까요?
“가장 먼저, 활동가들의 노동자성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활동가도 결국 노동을 하고 있는 사람인데, 이게 종종 ‘운동이니까’, ‘의미 있는 일이니까’라는 이유로 희생을 전제로 요구받는 경우가 많거든요. 하지만 활동이 아무리 가치 있다 하더라도, 그걸 수행하는 사람의 몸과 삶이 지속 가능하려면 먼저 노동자로서의 권리가 보장되어야 해요.
일단 노동자성이 인정된다면, 노동자로서의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인정되겠죠. 물론 그 권리를 어떻게 보장하고 지켜낼 수 있는가는 속한 단체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유연 근무나 병가 등과 같은 제도들은 그 기반 위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어야 해요. 그런데 많은 단체들이 일을 하게 하는 유연성은 가지고 있지만, 일을 멈추거나 쉬게 하는 데에는 아직도 굉장히 보수적인 경우가 많아요. 그런 상황에서는 제도가 있어도 눈치 보느라 제대로 쓰기 어려운 거죠.
그래서 제도 자체보다도,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안전한 분위기가 조직 내에 자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몸 상태를 이야기했을 때 불이익이 돌아오지 않는 조직문화, 그리고 그런 감각과 사유를 공유하며 함께 일할 수 있는 구조요. 결국은 조직이 구성원의 몸 상태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함께 가기 위한 의지를 어떻게 보일지의 문제인 거죠. 업무를 잠시 재조정하거나 동료 간의 지지를 나누는 식의 작은 돌봄들이 쌓여서 탄탄한 조직문화가 된다면, 결국 활동의 지속 가능성이 싹튼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성과를 중심에 두는 분위기를 바꾸는 거예요. 활동이 사람보다 위에 있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은 사람이 계속 활동할 수 있어야 운동도 계속될 수 있는 거잖아요. 조직들이 이 부분을 조금 더 진지하게 고민하고, 실질적인 대안을 만들어가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제 논문을 여성단체 활동가, 특히 여성단체의 장이나 중간 관리자가 읽어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활동을 오래 한 대표나 대표성을 가진 사람들이 본인이 권력을 가지고 있다는 걸 제발 좀 인식했으면 좋겠어요. 어쨌든 자기 이름으로 노동 계약을 맺고, 책임지는 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해요. 그런데 본인도 활동가였기 때문에 활동가성이 너무 많은 거예요. 근데 활동가의 노동자성을 인정한다면, 이 사람은 (노동자가 아니라) 조직의 장이잖아요. 그러면 자기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장으로서 다른 사람과는 다른 권력과 권한이 있다는 걸 꼭 알고, 자기의 말에 엄청난 힘이 실릴 수 있다는 거, 그걸 좀 알았으면 좋겠어요.
조직의 중간 관리자도 마찬가지고요. 중간 관리자들도 너무 힘든 건 알아요. 왜냐하면 사실은 중간 관리자라고 하지만 본인이 직접 현장에 다 가고 있거든요. 하지만 그 사람도 본인이 노동자기도 하지만 관리자로서의 특징이 있는 거잖아요. 그러면 관리자로서의 특징도 인지하고 있어야 되는데, 그게 진짜 안 되더라고요. 왜냐하면 너무 오랜 시간 활동가였으니까요.”
열매의 논문은 뾰족한 대안을 제시한 것은 아니지만, 여성단체들이 운영의 어려움과 재정적 한계 속에서도 내부에서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청년활동가들의 입을 통해, 젠더폭력 없는 성평등한 세상을 위해 기여하는 조직들이 그 일을 하고 있는 당사자들의 건강과 복지, 활동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해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한다고 제안한다.
[필자소개] 이충열(화사): 여성주의 현대미술가. 『화가들은 왜 비너스를 눕혔을까?』(한뼘책방, 2019)를 썼고, 함께 쓴 책으로 『네가 좋은 집에 살면 좋겠어』(미디어일다, 2021), 『우리 힘세고 사나운 용기』(한티재, 2023), 『‘동의’중심 성교육은 어떻게 다를까요?』(폭스코너, 2025)가 있다. 석사학위 논문으로 「시각예술에서의 여성 재현에 대한 페미니스트 비판 및 대안 실천 사례 : 예술과 운동의 경계를 넘나드는 본인의 활동 분석을 중심으로」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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