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감축목표 논의에 ‘성평등’이 안 보인다‘NDC에 젠더 관점 반영하기’ 워크숍…2035 감축목표 “65%” 요구올여름에도 폭염, 폭우, 가뭄 등 기후변화로 발생한 재난은 계속됐다. 슈퍼마켓에 가면, 천 원대였던 상추가 거의 사천 원 가까이에 팔리고 있고, 과일 가격도 무시무시하다. 기후위기의 영향은 이미 너무 우리 가까이에 와 있다. 이것이 어쩔 수 없는 일일까? 앞으로 가속화될 기후위기 재난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지구가 당면한 기후위기라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국이, 시민사회가, 우리가 해내야 할 일이 있다. 무엇보다 현 시점에서는, 올해 11월 안에 결정해야 하는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에 대한 뜨거운 논의가 오가는 중이다.
18일에는 녹색전환연구소와 여성환경연대, 플랜1.5가 함께 워크숍 〈NDC에 젠더 관점 반영하기〉를 진행했다. 서울역 근방의 공간에서 약 40명의 사람들이 모여 머리를 맞댄 워크숍에선 코 앞에 닥친 NDC 설정에 반영되어야 할 페미니즘 관점의 원칙들이 제시되었다.
한 달여밖에 안 남았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설정
인간의 여러 활동이 온실가스를 배출시키고 기후변화에 영향을 준다는 논의가 나온 이후, 기후위기는 전 지구적 문제로 인식됐다. 1988년 유엔환경계획(UNEP)과 세계기상기구(WMO)의 지원 아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창설된다. 협의체에선 기후변화의 영향과 대응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평가보고서’(AR)를 작성하기 시작했고, 2023년까지 총 6차례 보고서가 발간된 상황이다.
평가보고서를 기반으로 1992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이 채택되는데, 기후변화에 전 세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함이었다. 대기 중 온실가스를 안정화하자고 말이다.
2015년에는 지구 평균 온도를 산업화하기 이전 대비 2℃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나아가 1.5℃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하는 파리협정이 채택된다. 이에 따라 모든 국가가 NDC 제출을 통해 자발적으로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정기 이행 점검을 받는 국제법적 기반이 마련되었다.
NDC는 국가결정기여(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의 준말이지만, 이는 기후위기를 완화하기 위해 각 국가가 온실가스를 얼마나 감축할지 스스로 결정한다는 의미이기에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라 불린다.
그리고 지금, 한국 정부는 2035년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 수립을 위해 지난 19일부터 공개 논의를 시작했다. 9월 19일 종합 토론회가 열렸고, 10월 16일 마지막 종합 토론회까지 부문별 토론도 5차례 가질 예정이다. 이후 11월 중에 UN에 2035 NDC를 제출해야 한다.
동시에 2024년 8월, 헌법재판소가 ‘탄소중립기본법이 2031년부터 2049년까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를 규정하지 않은 것은 미래에 지나친 부담을 떠넘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함으로 헌법을 위반한다’고 판시한 것에 대해서도, 정부와 국회는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다. 헌재는 2026년 2월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의 누적을 고려하면서 감축량의 진전을 담보할 수 있는” 장기 감축경로를 정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기후재난의 성별 영향-여성이 기후위기에 더 취약하다 ’페미니스트 기후정의’ 기후정책에 성평등을
워크숍에서 “페미니스트 기후정의: 기후재난의 성별 영향과 성인지 기후정책”을 발표한 이안소영 여성환경연대 상임대표는 기후재난에 더 취약한 이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1981년부터 2002년까지 141개국의 자연재해 사망률 결과를 보면, 여성의 사망률이 훨씬 더 높다는 것.
“1991년 방글라데시 사이클론과 홍수 희생자의 약 90%가 여성이었고, 2004년 수마트라 쓰나미의 사망자 75%가 여성으로, 남성보다 사망률이 4배 높았다. 또한 2003년 유럽 폭염 때 8월 한 달간 프랑스 내 남성 사망률이 40% 증가한 것에 반해 여성 사망률은 70%로 증가했다.”
희생자, 사망자 비율만 높은 게 아니다. 여성들은 기후재난이 닥쳤을 때 “물, 음식 조달 등의 어려움을 겪게 되며, 가족건강 관리 관련 노동, 돌봄노동이 더 많아지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빈곤에 놓일 확률도 남성보다 더 높다. 더불어 물이 부족할 경우 “월경 관리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기상악화로 약국, 보건소 등의 의료서비스 기관에 폐쇄될 경우, 성과 재생산 건강도 위협”받는다.
유엔 여성기구(UN WOMEN)도 “페미니스트 기후정의”를 달성하기 위한 보고서를 2023년 발표했다.
기후당사자의 목소리가 부재한 한국의 NDC 논의
하지만, 이런 중요한 논의를 한국 정부에선 찾아보기 어렵다. 한수연 플랜 1.5 정책활동가는 “UN에선 기후정책에 있어 ‘젠더 반응적’ 접근을 넘어 ‘젠더 변혁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으며,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은 NDC 정책의 구상, 수립, 이행 모든 영역에서 젠더 통합적 접근을 해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수연 정책활동가는 한국에선 기후정책 논의에서 젠더 관점의 논의가 매우 적다고 비판했다. “한국에서는 ‘기후가 여성에게 (남성과 다른)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질문에 그치는 젠더 반응적 접근조차 찾아보기 어렵고, ‘권력·접근성·행동능력이 젠더에 따라 어떻게 분배됐으며, 기후행동을 통해 어떻게 재형성할 수 있는가’ 질문하는 젠더 변혁적 접근은 더 부재하다.”
단적으로 “NDC 심의·의결, 점검·평가하는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엔 남성 과대표성 문제가 없었던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윤석열 정부 때는 시민사회와 여성의 비중이 1기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에 비해 감소하여, 다양한 사회 계층의 대표성이 약화”되었다고 말했다.
환경부가 19일 개최한 〈2035 NDC 대국민 공개 논의 총괄 토론회〉는 발제자뿐 아니라 토론자도 ‘전문가’ 위주였는데, 토론자 12명 중 여성은 단 2명에 불과했다. 여성, 청년, 지역, 노동자, 농민, 장애인, 성소수자 등 다양한 기후당사자의 목소리는 반영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NDC에 젠더 관점 반영하기〉 워크숍 참여자들은 정부와 국회 토론회 등에서 발언권을 가진 이들이 다수가 남성이거나, 의사결정자가 대부분 남성인 문제, 여성을 형식적으로 끼워넣으려고만 하는 문제를 반복해서 지적했다. 또한 정말 기후위기, 기후재난을 맞닥뜨리는 취약계층, 다양한 당사자가 아니라 ‘전문가’들로만 채워지는 부분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2035 NDC “65% 감축”으로 설정하라
워크숍 참여자들은 페미니스트 기후정의의 관점에서, 2035 NDC를 “65% 감축”으로 설정하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주문했다. (환경부가 제시한 4개의 안은 48%, 53%, 61%. 65%이다.)
한수연 플랜 1.5 정책활동가는 한국 정부가 국제사회에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를 감축하겠다고 약속했던 것에 대해 “기후행동추적(CAT)이 ‘상당히 불충분’으로 평가”한 일을 상기시켰다. 기후행동추적은 “전 세계 모든 국가의 2030 NDC가 한국 수준으로 설정된다면, 온난화는 4℃에 이를 것”이란 경고도 했다.
2035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설정까지 이제 약 한 달간의 시간이 남았다. 우리는 앞으로 기후위기·기후재난을 얼마나 더 많이 마주하게 될지 결정하는, 전 세계에 기후위기를 불러오는 ‘나쁜 국가’ 중 하나가 될지 아닐지 판가름 나는 기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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