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인이 자당 국회의원에게 혐오발언…“자그마한 일” 아냐

[장혜영에게 정치를 묻다] 소수자로서 정치를 한다는 것

장혜영 | 기사입력 2025/12/10 [20:13]

대변인이 자당 국회의원에게 혐오발언…“자그마한 일” 아냐

[장혜영에게 정치를 묻다] 소수자로서 정치를 한다는 것

장혜영 | 입력 : 2025/12/10 [20:13]

Q. 얼마 전 국민의힘 박민영 미디어 대변인이 같은 당 김예지 의원을 향해 장애인 혐오 발언을 해서 논란이 되었는데요. 어떻게 자당 국회의원에게 노골적인 차별과 혐오를 드러낼 수 있는지 충격이었어요. 장애인으로서, 소수자로서 정치를 한다는 건 외롭고 힘든 일인 것 같아 씁쓸합니다.

 

장혜영: 사람들은 정쟁이란 보통 다른 정당끼리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선거철을 앞두면 공천심사나 규칙 등을 둘러싸고 같은 당 안에서도 치열한 정쟁이 일어납니다. 어느 정도인가 하면, 같은 당 내에서 일어나는 정쟁이야말로 정치인들의 진짜 약점을 드러낸다고들 하지요.

 

최근에는 국민의힘 박민영 대변인이 원색적인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시각장애인인 자당의 김예지 국회의원에게 노골적인 장애혐오발언을 쏟아낸 사건이 이목을 끌었습니다. 김예지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당대표와 원내대표는 공격 당한 국회의원이 아니라 공격한 대변인을 감쌌습니다. 이 사건은 ‘소수자로서 정치를 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는 디오라마(작은 모형으로 상황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것) 같은 장면입니다.

 

▲ 2022년 3월 28일, 전장연 지하철 시위에 함께 한 장혜영, 김예지 의원 (제공: 장혜영)


자당의 재선 국회의원에게 대변인이 노골적인 혐오발언을?

 

김예지 의원은 국민의힘 현역 재선 국회의원입니다. 21대 국회 출범과 함께 초선 비례대표 의원으로 의정활동을 시작한 김 의원은 시각장애 당사자로서 안내견 조이와 함께 등원하며, 임기 첫날부터 많은 주목을 모았습니다. 김예지 의원이 정치인으로서 한국 사회에 존재감을 가장 분명히 드러낸 장면은 역시 2022년 3월 28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찾아 무릎을 꿇은 순간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시 국민의힘 당대표였던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전장연의 시위를 “독선”, “비문명”, “시민을 볼모 삼는다”고 비난을 쏟아낸 지 사흘 만의 일이었습니다. 현장에 함께 있었던 정치인으로서, 아직도 그때 김예지 의원의 진정성 있는 발언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너무나 귀한 말들이었기 때문에 이 기회를 빌어서 다시 인용해보고자 합니다.

 

“그동안 아무도 관심 가져주지 않아서 이렇게 다른 분들께 혐오의 눈초리와 화를 내시는 것까지 감수하면서 장애계를 대변해주심에 감사 드립니다. 큰 사고나 중상을 당해야 언론이 주목하고, 언론이 주목하면 정치권이 관심을 가집니다.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여러분 정말 죄송합니다. 헤아리지 못해서, 공감하지 못해서, 적절한 단어 사용으로 소통하지 못해서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 정치권을 대표해서 사과 드립니다.”

 

이후 성실한 의정활동을 꾸준히 이어가며 시민들의 사랑을 받은 김 의원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체제에서 이례적으로 다시 비례대표 공천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22대 국회에서 재선 비례대표 의원이 되었습니다.

 

이후 충격적인 12.3 불법계엄이 선포되자, 국민의힘 국회의원으로서는 가장 먼저 본회의장에 들어와 계엄해제 표결에 참여했고, 두 번의 탄핵 표결에 전부 참여하여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국민의힘은 당론으로 각각의 탄핵 표결에서 표결불참과 탄핵부결을 결정했기에, 김 의원은 이후 당내에서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당론을 어겼다’며 큰 비난을 지속적으로 감당하고 있습니다. 박민영 대변인의 비난 역시 이러한 정치적 맥락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박 대변인이 쏟아놓은 문제의 발언은 지난 11월 12일, 그가 출연한 유튜브 채널에서 방송되었습니다. 김 의원을 겨냥해 “장애인을 너무 많이 할당해서 문제”라거나 “눈 불편한 것 빼고는 기득권”이라는 충격적인 발언을 원색적인 어조로 일삼았습니다. 또 김예지 의원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안에 찬성한 이후) 장애인이고 여성인 점이 공격 포인트가 됐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방송 진행자가 욕설을 섞어가며 비난하자, 박 대변인은 “다 피해의식으로 똘똘 뭉쳐있는 것”이라고 동조했습니다. 차마 글로 옮기기도 꺼려지는 말들은 생략하고자 합니다.

 

장애할당제도 없는데 뜬금없는 ‘장애할당’ 비난…전형적인 장애혐오

 

박민영 대변인의 언행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비판의 지점이 있습니다. 우선 공당의 대변인으로서 비속어와 욕설이 난무하는 유튜브 채널의 방송에 출연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합니다. 그리고 그의 발언들은 명백한 장애혐오 표현입니다.

 

박 대변인이 김 의원을 비난하는 이유는 당의 핵심 현안에 대한 정견이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입니다. 국민의힘은 현재 장동혁 대표의 반탄(탄핵 반대)파와 한동훈 전 대표의 찬탄(탄핵 찬성)파로 나뉘어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습니다. 김 의원은 대표적인 찬탄파 인물로서 내홍이 격화되는 과정에서 공격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어떤 사안에 대해 같은 당내에서도 의견이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면 왜 나의 의견이 옳고 상대의 의견이 그른지 논리적으로 주장해야 합니다. 반탄파라면 왜 윤 전 대통령의 계엄이 정당했는지 설득하면 됩니다.

 

그런데, 박 대변인은 뜬금없이 ‘장애할당’을 문제 삼았습니다. 이것은 상대의 정치적 행위를 공격하기 위해 정당한 논리와 근거를 제시하는 대신, 장애인이라는 소수자성을 이용하는 비열하고 전형적인 장애혐오입니다. 자신의 발언이 비판 받자, 박 대변인은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자신은 장애혐오를 한 것이 아니라 ‘장애할당’을 비판한 것이라는 변명을 했습니다. 이 변명이 조금이라도 그럴듯하게 들린다면 그것은 박 대변인의 얕은 눈속임에 넘어간 것입니다.

 

우선 국민의힘은 21대 총선과 22대 총선에서 ‘장애할당’을 하지 않았습니다. 두 선거 모두 위성정당을 만들어 비례대표 후보를 전략 공천했고, 선거 종료 이후 합당이라는 절차를 밟았습니다. 위성정당 창당과 합당, 의원 꿔주기 등의 꼼수는 정당 민주주의를 퇴보시킨 폭거로 비판 받아 마땅하지만, 이 과정에 ‘장애할당’이라는 제도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김 의원은 함께 당선된 다른 비례의원들과 똑같은 절차를 통해 국회의원이 되었습니다. 장애할당 제도가 없는데 장애할당이라고 공격하는 것은 셰도우복싱이자 장애혐오입니다. 재선 비례대표가 된 것을 특혜라고 주장할 수는 있지만, 김 의원 공천을 두고 의정활동 역량과 정당 공천의 총체적 맥락에 대한 평가 없이 무조건 ‘장애인이라서 특혜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것 역시 전형적인 장애혐오입니다.

 

‘장애인이고 여성인 점이 공격 포인트가 됐다’는 김예지 의원의 말

 

설령 장애할당 제도를 통해 김 의원이 국회의원이 되었다 하더라도, 이것이 부당하게 여겨질 이유는 없습니다. 국민의힘에 장애인 비율 관련된 문제가 있다면 “장애인이 너무 많아서 문제”가 아니라 너무 적어서 문제인 것이 사실에 부합합니다. 대한민국 장애인구 비율은 등록장애인 기준으로 5%입니다. 22대 국회 국민의힘 의석 수는 108석이고 이 가운데 장애를 가진 국회의원은 단 두 명입니다. 비율로 치면 1.85%에 불과합니다. 이것은 더불어민주당이나 다른 원내 정당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장애할당제를 충분히 고려할 만한 상황으로, 이러한 제도가 없는 것을 비판해야 할 지경입니다.

 

만일 경쟁 없는 할당 그 자체를 문제 삼으려면, 사실상 ‘공천이 당선’이라고 불리는 대구경북지역에 다선 의원들을 단수 공천하는 것이야말로 비판의 대상이어야 합니다. 박 대변인이 22대 총선에서 TK 단수 공천을 받은 윤재옥, 추경호, 이만희, 정희용 의원 같은 다선 실세 의원들에 대해 같은 취지의 비판을 한 적은 없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묻고 싶은 것은 뜬금없이 장애할당 얘기가 거기서 왜 나오느냐는 것입니다. 박 대변인의 해당 발언들은 공격의 대상이 장애인이 아니면 애초에 할 수 없는 소리입니다. 소수자 정체성을 가진 정치인을 공격할 때 가장 손쉬운 방법은 바로 그의 소수자성을 주목하는 것입니다. 소수자라는 이유로, 다수자라면 당하지 않아도 되는 손쉬운 공격의 포인트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박 대변인은 김 의원이 ‘장애인이고 여성인 점이 공격 포인트가 됐다’는 말을 피해의식이라고 비난했지만, 박 대변인의 장애혐오적 언행 자체가 김 의원의 말을 뒷받침하는 완벽한 증거입니다.

 

원색적인 극우 성향 유튜브 채널에 나가 장애혐오발언을 쏟아내는 사람은 공당의 대변인으로서 실격입니다. 그러나 이 발언이 문제가 된 이후 국민의힘 안에서 일어난 일들은 이러한 소수자 차별과 혐오가 구조적인 것임을 보여줍니다. 자당 국회의원들의 대표격인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박 대변인의 장애혐오발언을 ‘자그마한 일’이라고 축소했고, 장동혁 대표는 ‘엄중경고’를 말하면서도 정작 박 대변인의 사표를 반려했습니다. 이것은 진영논리를 앞세워 장애혐오를 묵인하고 방조하는 비민주적 결정입니다. 이렇듯 소수자 정체성을 가진 정치인들이 겪는 고통은 ‘다수’의 진영논리 혹은 조직보위 논리에 짓눌리고 무시되기 십상입니다.

 

▲ 12월 3일 세계장애인의날의 맞이해 김예지 의원실에서 올린 홍보물


모든 소수자 정치인들에게 응원을

 

또다른 문제도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소수자 차별과 혐오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가 낮고, 제도적 구제수단도 부족합니다. 그러다 보니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피해를 당한 소수자와 해당 집단이 나서서 이것이 구체적으로 왜 문제인지 구구절절 설명을 하며 일종의 ‘사회적 과외선생’ 역할을 도맡아야 합니다.

 

‘장애인이라서 ㅇㅇ하다’는 식의 직접적인 장애혐오발언이라면 그래도 혐오발언임을 인정받기 용이하지만, 박 대변인의 경우처럼 장애라는 소수자 특성을 환기하며 부정적 이미지를 덧씌우는 ‘아무말 대잔치’ 앞에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헷갈려 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로 답답합니다. 이것이 왜 차별이고 혐오인지 모르는 다수의 사람들을 납득시키기 위한 끝없는 설명의 감옥에 갇히는 것은, 역설적으로 혐오발언을 내뱉은 사람이 아니라 그 피해자와 피해집단입니다. 심지어 ‘혐오몰이를 한다’며 되레 공격을 받는 일이 일상다반사입니다. 설명이 잘 되더라도 결국 ‘까탈스러운 사람’, ‘피곤한 사람’이라는 낙인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소수자로서 정치를 한다는 것은, 결국 이 모든 크고 작은 부당함을 매일같이 겪으면서도 여전히 이 세상의 변화의 가능성을 믿으며 할 수 있는 일들에 매진하는 것입니다. 장애인이든, 여성이든, 이주민이든, 성소수자든, 소수 원외정당 정치인이든 마찬가지입니다. 현재의 우리가 이러한 암울한 상황을 변화시켜내지 않는 한, 언제까지나 우리 다음의 사람들에게도 무거운 굴레로 남아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만들 수는 없기에, 우리 사회 곳곳의 소수자성을 가진 정치인들은 오늘도 각자의 자리를 지키며 더 나은 민주주의를 위해 최선을 다해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다수자만으로 결코 완성되지 않습니다. 소수의 존재가 동등하게 존중 받을 때, 민주주의는 온전해질 수 있습니다. 온전한 민주주의를 만들어가기 위해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모든 소수자 정치인들에게 응원을 보냅니다.

 

[필자 소개] 장혜영.  21대 국회 정의당 국회의원. 다큐멘터리 〈어른이 되면〉 감독이자 동명의 책을 썼다. 현재 정의당 마포구위원회 지역위원장이자 비영리단체 ‘망원정x’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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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아 2025/12/13 [20:42] 수정 | 삭제
  • 김예지 의원은 여러 가지 면에서 재평가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왔는데 너무 반가운 글이네요. 공감합니다.
  • 국적표기 막지마 2025/12/13 [18:33] 수정 | 삭제
  • 다수당인 민주당의 의회 폭거는 어찌 생각하는가? 원색적인 극우 유튜브 채널? ㅎㅎ 원색적인 극좌 유튜브 채널인 김어준 방송은?? 정의당 검색해보니 답나오는구나. 국정마비 행정마비는 다수당의 권력이냐? 정의당 다수 민주당은 같은 동색 어디서 소수자 위한다는 쇼를 해
  • 휴이 2025/12/12 [20:26] 수정 | 삭제
  • 국힘에서 박 대변인 사표 반려한 거 보고 놀랐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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