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녀회, 니네가 뭔데 감히 마을법을 바꿔!”

제주에서 부는 바람 ‘성평등한 마을규약 만들기’① 한경례 금악리 부녀회장

호미 | 기사입력 2026/01/17 [19:36]

“부녀회, 니네가 뭔데 감히 마을법을 바꿔!”

제주에서 부는 바람 ‘성평등한 마을규약 만들기’① 한경례 금악리 부녀회장

호미 | 입력 : 2026/01/17 [19:36]

농촌 마을의 규약(향약)은 오랫동안 공동체를 지탱하는 ‘마을의 헌법’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그 규약은 여성과 이주민을 배제하고, 성차별적 질서와 비민주적 관습을 재생산해 온 장치이자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2018년부터 제주에서 시작된 ‘성평등한 마을규약 만들기’는 이 오래된 성역을 흔들고 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제주를 돌보고 이끌어 온 여성들의 조직이 있다.

 

▲ 한림읍 금악리 부녀회장 한경례 씨를 만났다. 금악마을에 성평등 마을규약을 제안하고 추진한 주역이다. 2009년~2011년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이하 전여농) 제주도연합 회장을 지낸 활동가이며, 현재 전여농 부회장을 맡고 있다. (촬영: 호미)


2018년 제주도의 여성친화도시 정책 공모에서 ‘성평등한 마을 자치규약 표준(안) 만들기 사업’이 최우수상을 받았다. 이후 ‘성평등 마을 조성사업’이 본격화되어 2020년에는 여성신문사와 W경제연구소가 공동주관한 제23회 상호존중하는 좋은 경영 대상 ‘여성과 함께하는 좋은 정책’ 부문에서 특별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성평등한 마을규약을 개정한 신도 3리 마을회(2020년), 금악리 부녀회(2024년)가 제주도 ‘양성평등 디딤돌상’을 받았다. 또, 이러한 변화를 담은 다큐멘터리 〈암탉이 울면 마을이 흥한다〉가 제작되고, 학술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바다 건너 육지의 다른 지자체에서도 성평등 마을규약 사업단을 초청해 강의를 듣는 등 이 사업을 모델로 성평등한 마을자치, 주민자치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대한민국에 불어오는 성평등 자치의 바람, 제주 성평등 마을규약 활동의 진원지는 어디일까? 이 사업을 최초로 제안하였으며 9년째 활약하고 있는 제주여민회(이하 여민회), 그리고 여민회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연대하고 있는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제주도연합(이하 제주여농)이 바로 그곳이다.

 

2025년 11월, 인터뷰를 위해 제주를 방문했다. 먼저 여민회 활동가들과, 제주여농 활동가이자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의 규약을 성평등하게 바꿔낸 현 금악리 부녀회장을 만났다. 또, 2025년 성평등한 마을규약 만들기 사업을 시작한 이호1동의 부녀회원, 이 사업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제주MBC PD도 인터뷰했다. 그리고 현재 마을규약 개정 활동을 하고 있는 신촌리 성평등 마을사업단 부녀회원이자 제주여농 활동가와, 이 마을 컨설팅을 하고 있는 제주여민회 활동가의 좌담도 진행했다. 5회에 걸쳐 싣는다. [기획의 말]

 

무대 뒤에서 밥 푸고 국 푸던 손들이 마이크를 잡다!

 

마을규약을 개정하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마을의 중요 의사결정기구인 개발위원회(마을운영위원회, 명칭 자체가 군부독재시절 새마을운동의 유산이다)에 안건을 제출하여 통과시키고, 마을 주민들이 참여하는 총회에서 투표를 통해 의결, 최종 확정해야 한다.

 

그런데 2019년 제주여민회가 실시한 농촌 마을 실태조사 ‘제주지역 마을의 의사결정구조와 여성의 경험’ 결과에 따르면, 마을 규모에 따라 15~40명 내외 개발위윈회 임원 중 여성은 부녀회장 1인 단독으로 참여하는 비율이 41%로 가장 많았다. 그나마 실태조사에 응한 마을이 상대적으로 ‘열린’ 마을들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 실상은 더욱 암담하다.

 

이런 상황에서 마을규약 개정안의 핵심인 “개발위원회의 여성 구성원 비율을 30~40% 이상”으로 바꾸는 안건이 개발위원회를 통과할 수 있겠는가? 설사 통과하더라도 마을총회에서 의결될 수 있겠는가? 중앙정부도 해내지 못한 것(2026년 현재 여성 국회의원 비율 20.3%, 광역의원 19.8%, 한국의 기초자치단체장은 3.1%, 여성 시·도의회 의원 당선자 비율은 14.8%)을 제주 농촌마을이 해낼 수 있겠는가?

 

이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실제 해내고 있는 주체는 놀랍게도 ‘부녀회’이다. ‘마을’이라는 시댁의 ‘마을 며느리’로서 마을 행사마다 동원되어 모든 일을 보조해 오던 그 부녀회 말이다. 무대 뒤에서 밥 푸고 국 푸던 손으로 마이크를 잡기 시작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2020년 성평등한 마을규약 만들기 사업으로 출발해 2023년 결국 마을규약을 바꿔낸 금악리 이야기를 들어보자.

 

▲ 성평등한 마을규약 만들기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성인지 교육’ 프로그램 중, 〈내가 느끼는 우리 가족, 우리 마을 성평등 지수〉에 대해 금악리 주민들이 토론 후 발표하고 있다. (한경례 제공 사진)

 

중앙정부도 못 해낸 “마을 운영위원회 성비 50대 50”

제주 금악마을, ‘성평등한 마을규약 개정’ 깃발 들다

 

한림읍 금악리는 제주시 중산간 지역에 위치한 마을로, 금오름, 정물오름, 성이시돌 목장 등의 명소를 품고 있다. 주민은 천 명 남짓으로 대부분이 농축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작고 조용한 마을이다.

 

금악리 부녀회는 성평등 마을규약을 만들기 전부터 적극적으로 활동해 온 조직이다. 2020년에 성평등 마을규약을 만들기 위한 간담회를 시작으로, 3회에 걸쳐 영화관람과 성인지 교육 등 마을역량강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후 제주여농의 규약개정 추진단과 함께하는 향약개정위원회(리장, 청년회장, 부녀회장, 부회장, 총무) 를 결성, 기존의 마을규약을 검토하여 ‘부녀회 개정안’을 만들었다. 만들어진 개정안은 부녀회 총회에서 논의, 확정했다. 이후 마을회에 제출하고, 마을 차원에서 향약개정위원회가 꾸려져 마을 개정안을 마련했다. 코로나19로 총회가 미뤄지면서, 2023년 1월 총회에서 마을규약 개정안을 논의하고 최종 확정했다.

 

한경례 씨는 금악마을에 성평등 마을규약을 제안하고 추진한 주역이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제주여농 회장을 지낸 활동가이며, 현재 전여농 부회장을 맡고 있고 금악리 부녀회장이기도 하다.

 

호미: 금악리에서 마을규약을 성평등하게 바꾸어내셨는데요. 놀라운 게 ‘운영위원회 구성 시 남녀동수’를 규약에 넣으셨어요.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성평등 표준규약에도 여성임원 비율을 ‘40% 이상’으로 제안하고 있는데요.

 

한경례 금악리 부녀회장(이하 경례): 마을 주민들이 본동주민 300명가량 되는데요. 총회가 80명 이상 모이면 성립되는데, 그날 100명~120명 정도 모였을 거예요. 위원장이 ‘마을 운영위원회 구성에 있어서 어떤 한 성이 60%를 넘지 못한다.’ 딱 이 규정을 집어서 논의에 부치는 거예요. 가장 민감한 부분을요. 근데 마을 분들이, 평소에 보수적이셨던 분이 “60%? 다 시끄럽다. 그냥 50대 50 반반씩 해라, 반반씩!” 하시는 거예요. 우리는 오케이 해가지고 얼떨결에 그냥 통과됐어요.(웃음)

 

체육대회 때 국수만 삶던 여성들, ‘우리도 운동장에서 뛰고 싶다’

 

호미: 제 질문이 잘못되었네요. “어떻게 여남동수 운영위원회가 가능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그동안 여성의 과소대표가 50여 년이나 이어질 수 있었느냐?”를 물었어야 했네요. 금악리에서 이런 변화가 일어나게 된 계기가 있나요?

 

경례: 제주여농과 우리 부녀회에서 ‘성인지 교육’을 3회가량 했는데, 청년회장하고 임원들도 같이 참여했어요. 교육에서 마을에서 불합리한 걸 이야기하는 시간이 있었는데요, 부녀회 임원들이 18명 정도 됐는데, 체육대회 때 국수 삶고 밥하고 하다 보면 체육대회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른다고, 우리도 운동장에서 뛰고 싶다고 말했거든요. 그랬더니 청년회가 다음 해부터 딱 뷔페를 부르더라고요.

 

그 이후에 마을규약 안건이 올라가기 전, 임원선출 총회가 있었어요. 여태껏 임원은 다 남자가 했어요. 거기서 감사와 재무를 두 사람씩 뽑는데 여성 남성 반반으로 하자는 의견이 자연스레 나왔어요. 여성은 부녀회에서, 남성은 청년회에서 추천하기로 하고요. 이 사업이 영향을 줬을 거예요. 이제 2년이 지났으니까 마을 임원이 바뀐 것도 당연해졌고. 올해도 임원을 그렇게 선출하겠죠.

 

▲ 2025년 12월 20일 진행된 금악리 부녀회 총회에서 한경례 부녀회장이 양인정 회원에게 모범 회원상을 수여하고 있다. 이제 부녀회는 마을 리더의 산실이 되고 있다. (인터뷰이 제공 사진)

 

호미: 운영위원이 여남동수가 되면서 마을이 바뀌는 걸 실감하시나요?

 

경례: 엄청 힘들게, 벌벌 떨면서 (사업을 진행)하긴 했는데, 막상 하고 보니 드라마틱한 변화 같은 건 없어요. 어차피 마을의 모든 사업이나 행사는 부녀회가 주도적으로 진행했거든요. 부녀회가 역할만 있었지 권한은 없었는데, 이후에 운영위원회에 여성들이 들어가서 마을의 직접적인 논의구조에 참여하게 되니까, 의견도 내고 결론을 합의하고 행사 전체에 대한 책임을 지죠. 부녀회 회원들도 마을 일에 대해 더 잘 알고, 참여도나 관심도가 높아지죠.

 

마을 행사할 때도 양상이 바뀌었지요. 전에는 마을 사업을 뭉뚱그려가지고 애매하게 진행했어요. 부녀회는 밥하고, 청년회가 사회 보고요. 부녀회 예산 쓰고 부녀회가 다 차려놓으면, 청년회에서 와서 진행하고··· 갖다 바치는 거였죠. 으레 마을 일은 남자들이 하는 거고, 부녀회는 도와주는 데라는 편견이 있었어요. 그래서 행사 주관, 주최를 명확히 하라고 했죠. 체육대회는 청년회가 하고, 어버이날 행사랑 신년회는 부녀회가 주관하기로 다 나눴어요. 그러니까 주최하는 단체가 그 사업을 전체적으로 기획하고 진행하고 예산도 집행하죠. 행사가 크게 달라지는 건 아니지만, ‘이건 부녀회가 하는 거구나’라는 걸 알 수 있죠.

 

호미: 일하는 사람이 드러나면서, 보이지 않게 일하던 부녀회가 공식적인 주체로 인정받게 되었군요.

 

경례: 그렇죠. 전에는 리장, 청년회장, 노인회장, 다 한 다음 맨 끝에 부녀회장님이 인사했죠. 지금은 우리가 하는 행사는 부녀회장 인사가 먼저예요. 할배들은 처음에 이게 무슨 일인가 해도 따지지도 못하고. (웃음) 처음에는 문화 충격을 느꼈을 거예요. 부녀회 회원들도 처음에는 리장 먼저 해야되는 거 아니야 했으니까요. 근데 이제는 자연스럽죠.

 

부녀회 내에서도 달라졌죠. 이전에는 부녀회장 되면 마을 일에 뼈를 갈아넣어야 했거든요. 이제 그렇게는 안 하게 역할을 나눴어요. 총무, 감사... 정확하게 자기 역할을 나누고 구분해서 진행되게. 잘하든 못하든 책임지고 진행하고, 문제가 있으면 보고하고... 체계가 거의 잡혔어요. 딱 합의를 해내서 각자 맡은 역할에 대해서는 누구도 뭐라고 할 수 없어요.

 

성평등 마을규약이 바꾼 풍경, ‘여성 리더’의 등장

부녀회 행사에는 부녀회장이 이장보다 먼저!

 

호미: 마을 조직이 체계를 갖춰가는 과정이네요. 제가 3년 전 금악리에 방문한 적이 있는데, 부녀회장님과 임원들이 성평등 마을규약 개정에 열정적이었던 게 인상적이었어요.

 

경례: 지금 그분들이 운영위원회에 다 들어와 있어요. 부녀회 총무셨던 분은 재무로, 전 부녀회장님은 운영위원으로 들어와 있어요. 그전 부녀회장님은 감사로 재직하고 계세요.

 

호미: 여성 리더가 이렇게 만들어지는군요!

 

뒤치다꺼리만 했던 마을 언니들의 급진적이고 오래된 욕망, ‘성평등’

 

호미: 성평등한 마을규약 만들기 사업을 진행하면서 생각지 못한 것들이 있었다면요?

 

경례: 우리 마을 언니들은 왜 저렇게만, ‘따까리’만 하려고 할까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 막상 사업을 진행하면서 보면 언니들이 탁탁 튀어나오는 거 느꼈을 때요. 언니들이 “이제 우리도 평등하게 가야지.” 그런 열망을 갖고 있더라고요. 〈82년생 김지영〉 영화 보고 소감 나눴는데 “야 내가 어떻게 해야되겠냐, 우리 며느리가 저 상황이면 내가 이거 다 그만두고 가서 손자를 봐줘야 될까.” 하시는 거예요.

 

호미: 아, 시어머니에 감정 이입하지 않으시고요.

 

경례: 며느리를 도울 방법에 대해 고민하시더라고요. 언니들도 가부장성이라는 거는 일정 부분 갖고는 있지만, 그래도 성평등에 대한 열망도 동시에 갖고 계시구나 느꼈죠.

 

▲ 성평등한 마을규약 만들기 사업의 일환으로, 금악리 부녀회와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제주도연합에서 공동 주최한 ‘성인지 교육’이 3차례 진행되었다. 이날은 영화 〈82년생 김지영〉 감상 후 주민들이 소감을 발표했다. “언니들도 가부장성이라는 거는 일정 부분 갖고는 있지만, 그래도 성평등에 대한 열망도 동시에 갖고 계시구나 느꼈죠.”(한경례) [사진=인터뷰이 제공]

 

호미: 성평등 마을규약이 급진적 이슈라고 생각했는데, 이미 마을주민들 안에 있는 오래된 욕망이었네요. 하지만 마을 안에서는 이 과정을 지켜보며 불만도 많았을 텐데요.

 

경례: 그랬죠. 부녀회원들이 마을규약 안건 올린다니까, 서방들이 “너네가 뭔데 마을규약을 개정하냐 마냐 하냐”고요. 여성농민회가 뭔데 우리 마을에 와서 규약을 고친다 어쩐다 하냐, 궁시렁궁시렁.... 우리도 마을의 주민이고, 나도 운영위원으로서의 권리가 있는데 말이에요. 제가 그랬죠. 뒤에서 하지 말고 나한테 와서 얘기하라고,

 

호미: 진짜 와서 얘기하는 분이 계시던가요?

 

경례: 없었어요.(웃음) 행사 때 뷔페를 부르니까, 뭐 먹을 것도 없다고 뒤에서 투덜투덜하시기도 해요. 부녀회가 할 때는 국수 삶고 돼지 삶고 다양하게 했거든요. 그런데 이게 청년회에서 기획한 행사니, 누구도 이렇다 저렇다 말할 자격이 없는 거죠. 옆에서 말하는 게 월권이니까요. 선배 언니들도 마을행사에 밥 해주는 걸 또 자랑스럽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세요. 그분들이 아쉬워했어요. “이런 봉사라도 우리가 해야지!” 하셨죠. 하지만, 이제 그런 소리 안 나오죠.

 

마을규약 바꾼 건 시작에 불과, ‘성평등 교육’을 행정이 지원해야

 

경례: 이제부터예요. 성평등 마을교육 사업할 때, ‘성평등 교육’이라는 걸 처음 받은 회원들이 많았어요. 거의 80%였어요. 교육을 받을 때는 “맞아, 맞아.” 하지만, 촌이라는 공간이 가부장적인 게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에 계속 업데이트해 주지 않으면 다시 원래대로 가요. 부녀회에서 성평등 마을규약 사업 후에 평가회의를 했는데, 이런 워크숍을 왜 우리만 받아야 되냐고, 아무리 교육 받아도 집에 가면 말 한마디 못한다고. 마을 전체적으로 해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마을에서 여성에 대한 편견이나 차별을 뛰어넘을 수 있도록 후속 사업이 필요해요. 이 사업이 규약 바꾸면 끝나는 일회적인 활동이 아니에요. 지속적으로 해가야 의식이 깨지고, 성평등 마을규약이 종이짝이 아니게 되죠.

 

호미: 후속 사업을 어떻게 해나가야 할까요?

 

경례: 마을도 역할을 하지만 관에서 받쳐줘야 해요. 마을의 주류인 50~60대 남성들, 마을 리장을 설득하려면 관이 나서줘야죠. 성평등 교육을 마을에서 하면 인센티브도 주고, 도에서 성평등 마을 이름표도 달아주고, 성평등 교육도 해마다 할 수 있게 해줘야 해요. 그래야 다른 마을 이장들도 ‘우리도 해 볼까’ 하지요. 이건 성평등 정책에 국한되는 사업이 아니에요. 마을 전체의 일이고 지자체의 일이죠. 이장들은 행정에서 이야기해야 잘 먹혀요. 도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봐요.

 

호미: 마을규약을 통과시킨 마을 주민으로서, 새로 규약 개정을 시작하는 마을에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경례: 이 사업은 리장을 설득하고, 부녀회 임원들을 설득하고, 마을 임원, 회장 부회장 총무들과 토론하면서 하나하나 만들어가야 하잖아요. 여기저기 흔들려는 사람들이 많아요. 이런 힘들에 맞서서 지속적으로 진행해나갈 조직적 주체가 있어야 해요. 명확하게 자기 철학을 가진 주체요. 개인적으로 할 문제가 아니에요.

 

금악이 그때 가능했던 이유는 우리가 여성농민회 한림읍 지회에서 이 사업을 제안받은 거였거든요. 제주여농 현진희 회장이 직접 관장하겠다 선언하고, 전체적인 단장을 맡고 추진단을 만들었어요. 여성농민회의 정치력이 미치고, 마을 안에 활동가가 있는 곳, 이런 원칙을 가지고 마을을 선정했는데, 그 중 하나가 금악인 거죠.

 

일단은 열린 마음으로 시작하는 게 가장 중요한 거 같아요. 제주도는 행정을 통해 오는 게 아니라면, 밖에서 들어오는 거는 일단은 탐탁해하지 않아요. 그리고 이 사업은 방식 자체가 달라요. 여지껏 마을 사업이 해왔던 방식으로 주민들을 동원하고 대상화하는 방식으로는 안 돼요. 사업에 대해 잘 이해하고, 주민을 설득하고 합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니까요. 마을 운영위원회하고 같이 가는 게 중요해요. 저도 처음에 부녀회도 만나고 이장님과 청년회도 만나긴 했지만, 운영위원회는 못 만나봤거든요. 이 운영위원회에서 사업에 대한 동의를 끌어내는 게 중요해요. 부녀회 중심으로 하되, 운영위원회까지 참여하는 구조로 ‘마을규약 개정안 사업단’을 구성하면 더 좋을 것 같아요.

 

※ 이 글은 제주여민회의 2018 제주 여성친화도시 우수사업 〈제주 여성친화도시 서포터즈, 마을로 들어가다〉 마을 여성대표성 제고를 위한 정책토론회, 2019 성평등마을규약 표준조항 마련 및 공론화 사업 결과자료집 ⌜제주대표성-제주여성이 말하다! 만들다! 이루다!」, 2023년 성평등 마을 조성사업 결과자료집, 2024년 제주 성평등 마을 만들기 사업 결과자료집을 참고하였습니다.

 

[필자 소개] 호미. 귀농운동본부 귀농통문 편집위원,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여성농어업위원회 위원, 장애활동지원사, 동화집필 노동자이다. 서울에서 귀농했다가 도시로 역이주했다. 여자들이 귀농하기 만만치 않지만, 그 여자들도 만만치 않다는 걸(지민주 노래 ⌜세상에 지지 말아요」에서 영감을 얻었다) 드러내려고 쓴다.

이 기사 좋아요
  • 도배방지 이미지

  • 도마뱀 2026/01/23 [13:58] 수정 | 삭제
  • 정말 멋진 변화네요 이를 위해 정말 많은 시간 노력하시고 여러 방법으로 주민분들의 변화하고자 하는 마음을 이끌어내신 점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다음 연재분도 기대됩니다~^^
  • 철이 2026/01/23 [10:49] 수정 | 삭제
  • 너무 멋진 마을로 탈바꿈되었네요.
  • 친구 2026/01/21 [10:51] 수정 | 삭제
  • 다음 화가 기대됩니당~
  • 대니 2026/01/19 [10:52] 수정 | 삭제
  • 마을을 바꾸고 문화를 바꿔서 결국 마을공동체를 살리는 사람들 진짜 멋지고 존경스럽습니다. 여성농민회의 저력도 잘 봤습니다.
  • 귀복이 2026/01/19 [01:54] 수정 | 삭제
  • 모르던걸 알려주고 주체적으로 당당히 서게 해주는 것만큼 좋은 선물이 있을까 생각드네요. 저도 그렇고 마을에 쭉 사셨던 여성분들에게도. 멋지네요 !
  • 기사읽는올빼미 2026/01/18 [00:43] 수정 | 삭제
  • 제주가 시작했군요. 이 흐름이 어디까지 퍼질지 기대됩니다!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