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법에 ‘종교 예외 조항’이 들어가는 게 정당한가?

장예정 활동가 「차별금지법상 종교 예외에 관한 연구」 논문 발표

박주연 | 기사입력 2026/04/25 [09:32]

평등법에 ‘종교 예외 조항’이 들어가는 게 정당한가?

장예정 활동가 「차별금지법상 종교 예외에 관한 연구」 논문 발표

박주연 | 입력 : 2026/04/25 [09:32]

‘포괄적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이 20여 년간이나 지연되어 왔기에, 한국 사회의 핵심 인권 과제로 꼽힌다. 수 차례의 법안이 발의되었고 유엔(UN)이 14차례나 제정을 권고했음에도 불구하고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 원인 중 하나는 일부 보수 개신교계의 강력한 반대 운동과 로비이다. 이 세력이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이유는 여럿이지만 대체로 소수자 혐오, 특히 성소수자 혐오와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평등법이 제정되면 ‘동성애 반대’ 설교를 하는 목회자가 처벌받는 등 종교의 자유가 심각하게 침해될 거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갈등의 돌파구로 2020년 말, 정치권에서는 ‘종교 예외 조항’이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이미 차별금지법을 시행 중인 서구 국가들처럼 종교단체의 자율성을 보호하는 면책 조항을 두자는 취지였다. 과연 종교 예외 조항이 ‘평등권’과 ‘종교의 자유’가 충돌하는 우리 사회의 딜레마를 해결할 열쇠가 될 수 있을까?

 

▲ 2026년 4월 8일, 기독여민회, 믿는페미,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세상을 바라는 그리스도인 네트워크’,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차별너머, ‘한국 교회를 향한 퀴어한 질문 큐앤에이’ 공동 주관으로 〈무지개빛 논문 발표회〉가 열렸다. 장예정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상임집행위원장이 「차별금지법상 종교 예외에 관한 연구」를 발표했다. (출처: 무지개빛논문발표회 기획단)


이에 대해 장예정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상임집행위원장은 자신의 석사 논문(숙명여대 대학원)인 〈차별금지법상 종교 예외에 관한 연구〉 내용을 발표했다. 지난 8일 416연대 공간에서 “무지개빛 논문 발표회” 첫 강으로 진행되었으며, ‘종교 예외 조항’의 실체와 해외 입법례, 그리고 한국 사회에 주는 시사점을 분석했다.

 

‘종교 예외 조항’ 등장-평등법과 종교의 자유 사이

 

2020년 12월, 21대 국회에서 평등법 발의를 준비하던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안에 ‘종교 예외 조항’이 포함된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해당 초안은 ‘사회 상규에 반하지 않는 특정 종교를 신봉하는 사람들의 집회, 단체 또는 그 소속 기관이 교리, 신조, 신앙에 따라 행하는 종교의 본질적 내용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행위를 차별의 예외로 본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는 차별금지법 반대 여론을 주도하는 보수 개신교계를 설득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되었다.

 

그러나 이 조항은 예상치 못한 반발에 부딪혔다. 조계종, 천태종 등 30여 개 불교 종단이 연합한 한국불교종단협의회가 즉각 반대 성명을 발표했고, 원불교 인권위원회 역시 반대 입장을 밝혔다. 불교계는 “특정 종교의 이익을 위한 법안 발의를 중단하고, 만인이 평등하고 차별 없는 법의 제정”을 촉구했다. 다종교 사회인 한국에서 특정 종교계 요구를 반영한 ‘예외 조항’이 오히려 다른 종교계의 반발을 촉발한 것이다. 결국 이상민 의원은 해당 조항을 삭제한 채 평등법을 발의했다.

 

장예정 활동가는 “이 사건은 한국 사회에 ‘종교 예외 조항’의 의미와 허용 범위에 대한 본격적인 질문을 던졌다”며, 이를 이해하기 위해 세 가지 개념 구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종교 예외 조항 (Religious Exemption): 종교단체가 교리·신조·신앙에 따른 행위를 하는 경우, 차별금지법 적용을 면제하는 규정. 국내법에선 명문화된 바 없다.

 

-진정 직업 자격 (GOR): 직무 수행의 특성상 불가피하게 특정 자격(예: 성별, 종교 등)이 요구되는 경우, 이를 차별로 보지 않는 일반적인 예외 조항. 목회자 채용 등이 여기 속하며, 이미 한국의 현행 개별 차별금지법이나 발의된 평등법안들에도 포함되어 있다.

 

▲ ‘진정 직업 자격’이란 직무 수행의 특성상 불가피하게 특정 자격(예: 성별, 종교 등)이 요구되는 경우, 이를 차별로 보지 않는 일반적인 예외 조항이다. 목회자 채용 등이 여기에 속하며, 이미 한국의 현행 개별 차별금지법이나 발의된 평등법안들에도 포함되어 있다. 출처: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카드뉴스 – 차별의 예외 조항을 살펴봅시다] https://equalityac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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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직자 예외 법리 (Ministerial Exception): 종교기관의 ‘성직자’ 고용 및 해고 시 광범위하게 자율성을 인정하는 헌법적 원칙. 주로 미국 연방대법원 판례로 정립된 법리이다.

 

해외는 어떻게? 미국과 유럽의 다른 행보-면책이냐, 조정이냐

 

차별금지법을 시행한 국가들은 역사적, 헌법적 맥락에 따라 종교의 자유와 평등권을 조율하는 서로 다른 방식을 취하고 있다. 장예정 활동가는 해외 사례를 통해 두 가지 모델을 분석했다. 미국의 ‘강력한 헌법적 면책 모델’과 유럽연합(EU)의 ‘비례적 조정 모델’이다.

 

미국은 1964년 민권법을 통해 종교단체의 고용에서 종교적 차별을 허용하는 최초의 명문 예외 규정을 두었다. 장 활동가는 “미국 법원의 해석 경향은 종교기관의 자율성을 가장 폭넓게 보장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고 말했다.

 

몰몬 교회가 운영하는 비영리 체육관에서 일하던 엔지니어 겸 건물 관리인이 주일예배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해고된 ‘아모스 사건’(1987년)이 대표적이다. 그의 업무는 종교적 성격과 무관했지만, 연방대법원은 종교단체가 운영하는 비종교적, 세속적 활동의 고용에 대해서도 종교 예외 조항이 적용된다며 교회의 손을 들어줬다.

 

2010년 비영리 국제구호단체인 월드비전에서 종교적 신앙고백에 동의하지 않은 직원을 해고한 ‘스펜서 사건’ 역시 합법으로 인정됐다. 2012년 ‘호산나-타보르 사건’은 일반 교사에게까지 ‘성직자 예외 법리’를 넓게 적용하여 논란이 됐다. 법원이 교회의 손을 들어주자, 종교단체가 부당 해고를 정당화하기 위해 모든 직원을 ‘성직자’로 분류하려 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반면, 유럽연합은 종교의 예외를 특권으로 보지 않고 평등권과의 ‘비례적 조화’를 중시한다고 장예정 활동가는 설명했다. 유럽연합의 고용평등지침은 해당 직무의 성격상, 종교가 ‘진정하고 결정적인 직업 요건’인 경우에 한해서만 엄격하게 예외를 허용한다.

 

독일의 가톨릭 병원에서 이혼 후 교회의 무효 결정 없이 재혼한 의사를 해고한 ‘IR 사건’에 대해 법원이 ‘해고는 무효’라며 의사의 손을 들어준 사례가 대표적이다.

 

또, 개신교 사회봉사단체가 인권보고서 작성 직무 지원자에게 기독교 신앙을 요구한 ‘Egenberger 사건’에서도 유럽사법재판소(CJEU)는 인권보고서를 작성하는 데 특정 종교 신앙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며 종교단체의 패소를 결정했다. 유럽사법재판소는 “종교단체의 자체적 판단만으로 차별이 정당화될 수 없으며, 해당 요건이 직무 수행에 객관적이고 실질적으로 필수적인지 법원이 엄격히 비례성을 심사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 〈무지개빛 논문 발표회〉 첫 강으로 열린 <차별금지법상 종교 예외에 관한 연구> 발표회 홍보물 일부.


캐나다와 호주 사례-공공 서비스와 교육 영역으로 번진 갈등

 

장 활동가는 “종교 예외 조항의 쟁점은 ‘고용’의 문제를 넘어, 종교단체가 제공하는 ‘공공 서비스와 교육’의 영역에서 누구를 배제할 수 있는가에 대한 논란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밝혔다. 

 

캐나다에서는 혼외 및 동성 간 성관계를 금지하는 ‘커뮤니티 서약’을 의무화한 로스쿨 설립을 추진한 기독교계 사립대학에 대해, 변호사회가 로스쿨 인가를 거부했다. 이 서약이 성소수자 학생을 차별하고, 법조계의 평등성과 다양성을 해친다는 것이 이유다. 이후 대법원도 변호사회의 손을 들어주었다. 종립대학의 신앙 실천보다 소수자 학생의 평등한 접근성과 사회적 공익 보호가 더 우위에 있다고 판결했다.

 

호주는 연방법이 아닌 주마다 다른 평등법을 시행하고 있어 판결이 엇갈린다. 가령 기독교계 복지기관이 위탁 양육부모로 신청한 동성커플을 거부한 ‘OV & OW 사건’에서, 법원은 ‘종교적 신념을 바탕으로 실행하는 기관의 활동 전반에 예외가 적용된다’며 기관 승소 판결을 했다. 반면, 개신교 단체가 운영하는 청소년 캠프장이 성소수자 단체의 대관을 거부한 ‘CYC 사건’에서는 법원이 ‘대관 업무는 상업적, 공공적 성격이 강하므로 종교의 자유를 이유로 차별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판단해 불법으로 규정했다.

 

장예정 활동가는 “이처럼 폭넓은 예외 조항은 같은 나라 안에서도 서비스 대상자를 혐오와 배제에 노출시키는 ‘자의적인 차별 허가증’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비판적으로 진단했다.

 

▲ 2025년 11월,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세상을 바라는 그리스도인 네트워크(평등세상)와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발간한 〈차별금지법이 궁금한 당신에게 – 기독교인을 위한 차별금지법 안내서〉 PDF 보기: https://equalityact.kr/christian-equalityact-pdf


평등법에 ‘종교 예외 조항’은 위험…‘진정 직업 자격’으로 충분해

 

장 활동가는 무엇보다 “해외 입법례를 단순히 한국에 직수입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경계했다. 한국은 특정 종교가 절대적 다수를 점하지 않고 비종교인이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동시에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는 세계적으로도 드문 ‘다종교 사회’이며, “서구의 종교 예외 조항이 국교의 전통과 단일한 기독교적 역사 속에서 기득권을 조율하기 위해 탄생한 맥락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

 

특히 종합사회복지관 등 복지시설의 약 75%를 종교법인이 국가의 세금과 보조금을 받아 위탁 운영하고 있는 국내 현실에서, 종교기관에 대한 광범위한 예외를 허용할 경우 “공공복지와 교육 영역에서의 차별이 정당화”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가 재정이 투입되는 공적 시설에서 채용 조건으로 특정 종교를 강요하거나, 성소수자 및 타 종교인에 대한 서비스 제공을 거부하는 실질적인 차별 행위가 합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오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장예정 활동가는 “이미 종립대학이 학내 페미니즘 단체나 성소수자 관련 강연의 대관을 불허하고, 종교계 복지시설에서 노동자에게 종교 행위를 강요하는 일들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종교 예외 조항의 신설은 이들에 대한 인권 구제의 통로마저 막아버리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종교단체의 핵심적인 자율성은 이미 ‘진정 직업 자격(GOR)’ 조항으로 충분히 보호된다고 설명했다. “종교단체가 그 본연의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권리(예: 목회자 및 사제 채용 시 자율성 보장)는 굳이 위험천만한 별도의 ‘종교 예외 조항’을 신설하지 않아도 보호받을 수 있다. 이미 21대, 22대 국회에 발의된 평등법안들에는 직무 수행상 불가피한 경우 예외를 인정하는 일반적인 ‘진정 직업 자격(GOR)’ 조항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장 활동가는 “종교의 자유가 타인의 기본권을 짓밟는 핑계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일부 보수 교계의 과도한 우려를 달래기 위해 공적 영역에서의 차별을 합법화할 위험을 안고 갈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금 한국 사회에 가장 시급한 과제는 예외를 넓히는 꼼수를 찾는 것이 아니라, ‘공적 영역에서 정당한 이유 없는 차별은 결코 용인될 수 없다’는 보편적 원칙을 천명하는 온전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제정”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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