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성평등 “제도는 있다, 현장에서 작동시켜라”광주에서 열린 〈여성농어업인 성평등 정책 거버넌스 연속 포럼〉 (하)전라도와 제주의 여성농어업인 단체들과 여성농어업인 백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여성농어업인 성평등 정책 거버넌스 포럼〉(4월 28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는 민관거버넌스 실제 사례들이 공유되었다.
고성군, “민관거버넌스 구축, 군의회 11명 중 여성의원 6명” 등 활약 마을 내 성폭행 범죄와 같은 비상사태에서 역량 드러내
활동우수 사례로 고성군과 제주의 거버넌스(정부·비정부 기관·시민·기업·학계 등이 함께 의사결정하고 운영하는 체계) 구축 과정이 공유되었다.
김명희 센터장의 발표에 따르면, 당시 고성군의 제안으로 고성여성농업인 종합지원센터에서 여성농업인 정책 모니터링을 시작했다. 이를 위해 성인지 역량강화 강좌 및 컨설팅을 진행하였고, 지역 여성농민단체, 군의원, 농업기술센터 등이 참여하는 민관거버넌스를 구축해갔다.
이 거버넌스 활동의 결과, 간담회 등을 거쳐 고성군에 여성농업인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전담인력도 배치되었다. 또한 이러한 활동의 결과, 군의회 11명 중 여성의원이 6명 당선되고, 여성농민단체들의 요구 사항이었던 토종농산물 육성, 소규모 식품가공 활성화, 여성농업인의 날 기념행사 등을 포함하는 세 개 조례 제정의 결실을 맺었다.
거버넌스의 힘은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그 위력을 발휘했다. 2025년 5월, 고성군에서 70대 남성이 이웃인 80대 치매 여성을 성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여성 농민단체들이 즉각적으로 피해 예방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군청에서 진행했고, 성폭력 예방 교육도 했다. 이러한 적극적인 대응으로 가해자는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이 되었다.
제주, 여성농업인 원탁회의가 제안한 17건 중 12건 정책으로 실현 공동경영주 인정, 농민수당 가구별 아닌 개별 지급, 이동식 화장실, 왕진버스…
두 번째 사례는 강영주 제주여성농업인센터협회장이 발표했다. 농업 환경의 급격한 변화와 여성 농업인의 27%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2023년에 제주 거버넌스는 시작되었다. 제주 여성농민단체, 행정, 연구진이 함께 거버넌스를 구축하였다.
조례 제정으로 여성 농업인의 자치법규상 ‘공동 경영주의 지위’를 명문화하고, 농민수당을 기존의 가구 단위가 아닌 개별 지급하고, 여성농민을 위한 이동식 화장실 50개소 설치, 여성농민 특수건강검진 및 찾아가는 왕진버스 운영, 출산농가도우미 100% 정액 지원 등의 성과를 내고 있다.
곡성군, 30여명 규모 여성이장단 모임 있었으나 해체돼 농협 여성 과소대표도 문제, ‘조합원은 35.5% 이사는 13.9% 불과’
발표가 끝난 후 토론에서 더욱 구체적이고 절박한 현장의 목소리들이 이어졌다. 곡성군 서옥리 김진숙 이장(9년차)은 “곡성군에는 한 30명 정도 여성 이장단 모임도 있고 단장도 있었는데 해체되었다”고 토로했다. 여성농업인들이 네트워크할 조직이 없는 상태인 것이다. 김 이장은 “이 포럼이 끝나면 당장 군수님을 찾아가서 여성 이장 네트워크부터 하자고 하렵니다. 역량강화 교육도 하고요.”라고 다짐했다.
한편, 신진남 한국여성농업인전라남도연합회 수석부회장은 농협 이사가 대부분 남성인 현실에 대해 문제 제기했다. “우리 여성농업인들이 경제적으로도 주체가 되어 의사결정을 할 수 있으려면, 농협에 여성 이사들이 나와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2015년 개정된 지역농협의 여성 이사 의무 선출제는 ‘여성 조합원 비율 30% 이상’인 경우에만 적용되며, ‘1명 이상’ 선출이라는 최소 기준만 충족하면 법 위반이 아니다. 이러한 규정의 허점으로 인해, 여성이 전체 조합원의 35.5%를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여성 이사 비율은 전체의 13.9%에 그치는 심각한 과소대표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농축협 1천110곳 중 여성 이사가 한 명도 없는 곳은 237곳(21.4%)이나 된다. 여성 이사가 1명뿐인 곳(법적으로 이사는 조합장 1명을 포함하여 7명 이상 25명 이하이며, 보통 10명 내외로 구성됨)도 605곳(54.5%)이나 된다. 지역농협 76%가 여성 이사 ‘1명 이하’인 것이다.
‘관이 주도하는 거버넌스는 한계 명확’ 여성농민이 주체가 돼야
이현숙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북도연합 부회장은 기존의 농정 거버넌스에 제안해 여성농민 분과를 만들어낸 경험을 나누었다.
“익산에서도 ‘희망농정’이라고 거버넌스가 생겼어요. 여성농민회도 적극적으로 참여했지만, 여성농민과 관련된 정책이 없었어요. 위에서 내려오는 사업 한 두 가지 끼어있는 정도. 여성이 주체가 돼서 정책을 이야기할 수가 없었죠. 1년 동안 지속적으로 요구한 끝에, 여성농민 분과를 만들 수 있었어요.”
여성농업인의 체육활동 및 문화활동 비용을 지원하는 생생 바우처 사업의 경우에도 초기에 집행비가 0원이었다. 문의하니, “신청하는 사람이 없다”는 이유였다. 홍보가 되지 않아 여성 농민들에게 전달되지 않은 것이었다.
이 일을 계기로 익산시 여성농민회는 영농여건 개선사업을 시작했다. 마을마다 찾아가 여성 농민들을 만나 여성 편의장비나 생생바우처, 특수건강검진 등 여성 농업인 정책을 알리고 소통하는 사업이다. 3년 활동의 결과, 익산의 3분의 2 이상의 마을과 교류할 수 있었고, 마을 주민들의 환대로 성평등 교육도 5년째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한편, 김미랑 여성농민회 제주도연합 회장은 제주에서 여성농민단체와 관의 거버넌스로 여성농민육성 조례, 여성농업인의 날 행사 등의 성과를 냈지만 한계도 있다고 밝혔다, 남편과 공동경영주로 등록되어 있던 여성농민이 남편 사망 후 행정기관으로부터 경영주 승계를 거절당해 재가입을 해야 했던 사례를 들었다. 김미랑 회장은 ‘관이 주도하는 거버넌스가 되지 않아야 한다’고도 당부했다.
예산 확보 없이는 여성농민 정책 실효성도, 확산도 불가능 “민간의 힘으로 거버넌스 구동시켜야”
이어진 객석 토론에서 오순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사무처장은 예산 없는 사업 대상 확대를 지적했다. “예산을 확보하지 않고 대상을 확대하다 보니, 기존에 받았던 분들을 계속 제외시키는 식으로 정책이 되고 있어요. (여성농업인 정책) 전담부서와 인력도 충원해야 하지만, 거기에 맞는 여성농업인 예산도 확대가 돼야 합니다.”
이날 포럼에서 공동경영주 제도의 실효성 문제는 반복적으로 지적됐다. 한국생활개선보성군연합회 김미자 회장은 농협 이사회에 지원했으나, 대표 경영주가 아니라 공동경영주라는 이유로 거절당한 경험을 이야기했다. “공동경영주라는 게 말만 공동이지 실효성이 없었다. 정책을 위한 정책이고, 실질적인 형태는 없는 이름뿐인 제도였다.”라고 비판했다.
이 자리를 주최한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산하 여성농어업인특별위원회 정영이 위원장은 폐회사에서 이렇게 당부했다. “제도는 있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그것을 현장에서, 민간의 힘으로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작동시키는 것입니다. 각 지역에 돌아가셔서 다양한 여성농민들이 모여서 정책협의체계를 지자체에 제안해주십시오. 지역에서 현장을 바꿔내고, 이 변화들이 정책이 되도록 해주십시오.”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는 제1권역 포럼을 시작으로 제2·3권역 포럼을 순차적으로 개최하고, 권역별 논의 결과를 종합하여 전국단위 포럼까지 진행하여 성평등 정책 거버넌스 구축 및 정책 확산을 위한 실행 전략을 마련할 계획이다. [끝]
[필자 소개] 호미. 귀농운동본부 귀농통문 편집위원,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여성농어업위원회 위원, 장애활동지원사, 동화집필 노동자이다. 서울에서 귀농했다가 도시로 역이주했지만 다시 귀농 준비를 하고 있다. 여자들이 귀농하기 만만치 않지만, 그 여자들도 만만치 않다는 걸(지민주 노래 ⌜세상에 지지 말아요」를 따라썼다) 드러내려고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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