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30일, MBC 뉴스데스크는 ‘2004년 최악의 프로그램’으로 선정될만한 기사를 보도했다. ‘집안일이 암예방’이라는 제하의 이 뉴스는 미국 워싱턴 특파원의 어처구니없는 코멘트와 함께 방영됐다.
뉴스는 “집안일을 많이 하면 할수록 건강에 좋은 영향을 주고, 심지어 자궁암 발병률을 낮추는 효과까지 있다”는 앵커의 말로 시작했다. 이어 특파원은 “주부들에게 가사노동은 건강에 도움은커녕 오히려 부정적 의미로 다가옵니다”라고 말했다. 그간 여성계에서 단 한번도 가사노동이 여성들의 ‘건강에 해롭기 때문’에 남성들도 가사노동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없다. 그런데 특파원은 마치 여성들이 가사노동을 평가절하는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뉴스는 미국 앤드백터 의과대학이 중국 상하이 시에 거주하는 1000여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인용하면서, 하루에 4시간 이상 가사일을 하는 주부의 자궁관련 암 발병률이 30% 이상 떨어졌으며, 그러한 결과는 집안일이 자궁질병을 예방해 준다는 연구 결과라고 보도했다. 미 앤트백터 의과대학의 발표는 하루 한 시간 이상 걷는 여성 즉, 운동을 정기적으로 하는 여성들의 자궁암 발병률 역시 30% 이상 낮았다는 연구 결과를 함께 발표했다. 그러나 MBC 특파원은 “헬스클럽을 찾는 것이 만능은 아닙니다”라며, 여성들에게 “허드렛일이라도 집안일을 즐거운 마음으로 하고 또 활동을 많이 하게 되면 보약 그 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충고까지 아끼지 않았다. 가사노동을 평가절하 해 온 것은 가부장적인 우리 사회였다. 그리고 가사노동은 여남이 함께 분담해야 하며, 허드렛일 취급해선 안 된다는 것이 그간 여성계의 주장 중 하나였다. 그런데도 MBC 뉴스는 여성들이 가사노동을 허드렛일 취급하면서 헬스클럽에서의 운동이나 학교 운동장 걷기 등의 운동을 만능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가사노동을 즐거운 마음으로 하면 여느 운동보다 가장 뛰어난 효과를 발휘한다는 주장을 펼친 것이다. 그토록 몸에 좋은 가사노동을 “남성들도 즐겁게 하면서 암 발병률도 떨어뜨리자”는 코멘트는 왜 하지 못하는 것인지, 그 의도를 알만 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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