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젠더:gender) 불평등이 여성 에이즈 감염을 심화시킨다.”
HIV 감염과 AIDS의 확산을 막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유니세프가 2003년 말에 낸 자료에 의하면 “어린 소녀들과 여성들은 특히 HIV 감염과 에이즈의 영향을 입기 쉽고, 세계적으로 HIV 보균자의 반 이상이 여성”이다. 이는 에이즈가 주로 남자들의 질병이라고 생각되던 감염 초기 단계와는 아주 대조적이다. 성매매, 성폭력 대상이 되는 소녀들 유니세프는 HIV/AIDS의 새로운 측면으로 “여성들, 특히 나이 어린 소녀들이 감염될 위험이 높아졌다”고 분석하면서 그 원인을 성(젠더:gender) 불평등에서 찾고 있다.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에서는 HIV/AIDS의 영향이 아주 높은데, 15세에서 19세 사이의 청소년기 소녀들 대여섯 명이 소년들에 의해 감염된 것으로 드러났다. 유니세프는 “새로운 HIV 감염이 가정, 학교, 직장 등 사회조직에서 일어나는 젠더에 기인한 폭력으로 인해 발생한다는 증거가 제공되고 있다”면서 “강제적인 섹스는 여성을 감염에 더 쉽게 노출되게 만들며 나이가 어린 여성일수록 더욱 그렇다”고 보고했다. 여성들과 소녀들은 생리학적으로 감염되기가 더 쉬우며, 젠더 불평등은 이러한 위험성을 더욱 강화시킨다는 것이다. 여성, 소녀들은 대부분 가난하고 힘이 없을 뿐 아니라 교육을 받지 못했으며, 돈이 없고, 또 공공서비스도 잘 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이렇듯 가난하고 교육을 받지 못한 여성들, 소녀들은 경제적인 이유로 ‘성’을 팔게 되기가 쉽다. 에이즈가 극심한 지역을 보면 여성들이 음식과 현금, 집, 심지어 교육을 위해 ‘생존을 위한 섹스’를 하는 경우는 아주 흔한 경우가 돼 버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회가 붕괴되고 기본적인 복지가 무너질수록 전쟁과 그에 따른 폭력, 가난은 인권학대를 더 심화시킨다. ‘강간’은 이미 잘 알려진 전쟁의 도구다. 난민들이 거주하는 복잡하고 위험한 피난 캠프에서 여성들과 아이들은 성폭력에 쉽게 노출된다. 그리고 이러한 현실이 여성의 HIV/AIDS 감염율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딸들에게 교육 기회를 유니세프는 “HIV/AIDS가 젠더 불평등에 의해 심화되는 한편, HIV/AIDS가 젠더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키기도 한다”면서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오늘날 많은 여성들이 에이즈에 걸린 가족을 돌보기 위해 학교를 그만두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짐바브웨에서는 감염으로 인해 병든 가족을 돌보는 사람의 70퍼센트가 소녀들이라고 한다. 한 번 학교를 떠나면 이 어린 소녀들이 에이즈에 노출될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아이들은 자신의 삶을 보호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정보와 기술을 얻을 수 있는 기회에서 차단되고 경제적, 사회적으로 스스로 살아나가기도 힘들어진다. 학교는 감염을 보호하는 사회적 기능을 할 뿐 아니라 HIV 예방 정보를 전달하는 가장 좋은 수단이다. 그러나 학교만으로는 소녀들을 보호하기에 부족하다. 따라서 유니세프 보고서는 “공공서비스에 대한 접근도를 높이고 폭력과 학대, 착취, 무시로부터 소녀들을 보호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여성에 대한 법적인 보호도 강화되어야 하며 경제적인 부분도 보장이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무엇보다 남자와 소년들이 이 문제에 협조하고 자신들의 행동에 책임감을 느끼지 않는다면 불평등은 해결될 수 없다. 유니세프 보고서는 “남자들과 소년들은 여성과 소녀들에 대한 폭력을 묵인해서는 안 된다. 여성과 소녀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성적인 행동을 해서도 안 된다. 그리고 딸에게 교육 기회를 차단해선 안 된다”면서 남성들의 의무를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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