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수면서 종교모임을 이끄는 A씨의 남편은 그럴듯한 저서도 많이 냈고 추종하는 신도들도 있다. 그러나 그 교수는 치매에 걸린 자신의 노모를 아내에게 맡겨놓고 다른 여자들과 줄기차게 바람을 펴왔다. A씨는 10년간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혼자 수발하느라 자신의 몸마저 성치 않게 됐다.
시어머니가 사망하자, 남편은 A씨와 딸을 집에서 나가라고 요구하고 생활비를 중단해버렸다. 남편은 이미 자신이 살던 집을 누나 앞으로 빼돌려놨으며, 다른 부동산도 신도 이름으로 돌려놓았다. A씨는 이혼소송을 제기하고 생활비, 양육비 지급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구체적 이유제시 없이 “이유 없다”면서 기각해버렸다. A씨는 소송이 끝날 때까지 3년간 재산, 수익이 전혀 없는 상태로 친정의 도움으로 최저생계를 간신히 유지하며 살았으며, 유책자인 남편은 부양의무와 양육의무를 법원으로부터 합법적으로 면제 받고 살았다. 법원은 미성년인 딸의 양육비로서 월50만원을 인정할 뿐이었고, 병든 시어머니를 10년간 간호하느라 몸이 망가져서 생활능력을 상실한 A씨에 대한 위자료로 불과 3천만원을 인정했다. 재산분할, 양육비산정 등에서 불공평 한국여성의전화연합(이하 ‘여성의전화’)의 상담사례 중 하나다. 이혼 과정에서 재산문제는 큰 쟁점이다. 위 사례에서 보듯이, 이혼 과정에서 재산문제는 배우자 남성에 비해 여성에게 훨씬 불리하게 작용한다. 이혼을 제기하자마자 생활비와 양육비가 일방적으로 중단되고, 부부의 재산임에도 불구하고 명의자인 배우자 일방이 단독으로 처분이 가능하다. 우리나라 민법에서는 부부가 혼인 중 자기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특유재산으로 하고, 그 특유재산은 명의자가 각자 관리, 사용, 수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민법 제830조, 831조). 여성의전화는 “이 조항은 아내가 가사노동에 주로 종사하고 재산은 남편의 소득을 주 원으로 하여 남편명의로 해둘 경우 아내에게 독소조항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한다. 게다가 여성이 담당해 온 가사노동 가치를 3분의 1로 규정해놓고 있다. 재산분할의 비율에 관해 ‘가정법원은 당사자의 청구에 의해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의 액수 기타사정을 참작하여 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한다(민법 제839조의 2항)’고 돼 있으나, 법원은 가사노동에 종사한 여성의 경우, 기여도를 3분의 1로 인정하는 관례를 만들어 무비판적으로 답습하고 있다. 이는 육아, 가사노동에 대한 노동을 평가절하하여 차별하는 인식의 기초를 만든다. 여성의전화는 “양육비 산정에 있어서 몇 가지 정형화된 금액(자녀 1인당 30만원 미만, 50만원 미만, 100만원 미만)은 직업이 없는 여성에게 아이에 대한 양육권을 스스로 포기하게 만드는 작용을 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턱없이 적은 금액의 양육비 수준은 대부분 여성을 이혼 전에 비해 낮은 생활수준으로 전락시키는 데 영향을 미친다. 현행 재산제도와 가정법원은 여성에게 불평등하다. 이혼에 대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는 여성에게 법정에서의 이혼 과정은 여성에게 또 한 번 차별을 경험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에 여성의전화는 이혼 소송에서 차별 받는 여성들의 문제를 드러내고, 여성에게 불리한 현행 재산제도와 법원의 가부장적 관행을 바꿔나가기 위해 사례를 수집할 예정이다. 5월 3일부터 7월 31일까지 전국 25개 지역 여성의전화 신고센터를 통해 이혼법정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성차별에 대한 사례를 접수하며, 전화 및 인터넷으로도 가능하다. 여성의전화는 이를 토대로 9월 중순에, 현실 문제 진단과 함께 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 개선 등을 위한 토론회를 열 계획이다. 문의: 2269-2962, http://www.hotline.or.kr/divorce/index.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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