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연합 총선대응방식에 비판 쏟아져

17대 총선과 여성운동 대응활동에 대한 평가 토론회

문이정민 | 기사입력 2004/05/31 [01:38]

여성연합 총선대응방식에 비판 쏟아져

17대 총선과 여성운동 대응활동에 대한 평가 토론회

문이정민 | 입력 : 2004/05/31 [01:38]
“여성국회의원 비율이 5.9%에서 13%까지 올라가는 성과를 이루었다는 식의 여성연합의 내부 평가는 기존언론이 그런 것과 마찬가지로 여성정치에 대한 환상만 부추길 뿐이다. 왜냐하면 여성의원의 증가 외에 변한 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지난 25일 한국여성
단체연합(이하 ‘여성연합’) 주최로 열린 ‘17대 총선과 여성운동 대응활동에 대한 평가 토론회’에서 제기된 조순경 교수(이화여대 여성학과)의 지적이다. 이날 토론회에선 ‘총선여성연대’와 ‘맑은정치여성네트워크’(이하 ‘맑은넷’)의 활동을 중심으로 여성연합이 진행한 총선대응활동에 대한 비판이 공개적으로 이뤄졌다.

‘여성의원 늘리기’에 주력한 방식은 옳은가

먼저 주제발표를 한 여성연합 남윤인순 공동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승리한 곳은 ‘여성과 민주노동당’이라는 주변의 평가를 많이 듣는다”면서 “여성국회의원 비율이 늘어 세계184개국에서 62위로 올라가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가 있었지만, 한편 여성의원들을 화려하게 등장시킨 뒤에서 여성운동은 상처입고 피 흘리고 있다는 말도 틀린 말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조순경 교수는 여성연합이 할당제나 여성광역선거구제 사안에 집중, ‘여성의원 늘리기’에 주력했던 총선대응방식에 대해 비판했다. 조 교수는 “남녀고용평등법에서 성폭력특별법, 성매매방지법에 이르기까지 변화는 여성의원들이 이루어낸 것이 아니다. 그것은 여성운동이 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여성의원 수가 아니라 여성운동이 강하게 살아남는 것”이라며, “여성연합의 여성정치세력화 운동이 여성운동에 미친 영향에 대해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논란이 됐던 여성단체장의 정계진출과 맑은넷의 여성의원 리스트 선정 기준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남윤인순 대표는 “17대 총선에서 여성연합이 ‘참가의 정치’로 방향을 정한 후, 정치관계법 개정운동을 하면서 여성할당제가 도입되면 개혁적이고 성평등 의식을 갖춘 여성들이 참여하는 것이 제도 개선의 의의를 살릴 수 있다고 봤다”면서, 여성단체장의 급작스러운 정계 진출에 대해 “위기는 있었지만 명분과 기회가 상존했기 때문에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김기식 사무처장은 “'참여의 정치'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지만 운동진영의 정치화 바람이 상당히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라면서 “제도 안으로 흡수할 때 그것은 ‘운동성’의 흡수가 아니라 ‘운동하는 사람’의 흡수다. 이는 결국 운동성의 거세로 이어져 시민사회운동의 역동성을 고갈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김 사무처장은 “'참여의 정치'로 나가려면 조기에 분화하고 나가야지, 그렇지 않으면 운동적 기득권과 정계진출 기회 둘 다를 쥐려고 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대화 교수(상지대)는 “운동을 정치와 지나치게 분리시켜 보는 것 같다. 정치와 운동 사이에 건널 수 없는 벽이 있는 것처럼 오해를 유발해선 안 된다”며, “정치와 시민사회는 각자 기능하면서 밀접한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맑은넷 리스트, 짜고 치는 고스톱 아니냐”

이어 조순경 교수는 여성연합이 말하는 ‘참여의 정치’에 일관성이나 원칙이 없다고 비판했다. 조 교수는 “여성단체장이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할 때는 진보적으로 훈련 받은 여성이 참여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왜 맑은넷과 총선여성연대는 보수적인 여성들까지 포함하고 갔나”라고 반문했다.

중앙일보 문경란 정책기획부장 역시 맑은넷의 101인 리스트에 문제제기 하면서 “인물을 선정하는 분명한 잣대가 필요한데 ‘도덕성’이라는 기준 자체가 너무나 성근 그물망이었다”면서 “선정된 리스트에서 비리에 연루된 인물이 뒤늦게 삭제되는 일도 있었고, 호주제 폐지를 반대하는 여성도 있었는가 하면 이당 저당 기웃대며 공천만 받아도 된다는 식의 인물도 있었다”고 말했다.

또 문경란 정책기획부장은 “리스트 중 70%가 선정되는 성과를 보였다는 여성연합의 보도자료는 아전인수격”이라고 못박으며 “이 리스트가 선거기간 동안 어떻게 작용했는지 냉정하게 평가 받아야 한다. 취재한 바에 의하면 이 리스트가 중요한 참고자료라고 말한 사람은 없었다. 나 역시 이 리스트를 보면서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느낌을 받았을 뿐”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조순경 교수는 “맑은넷의 101인 후보 가운데 적지 않은 비율이 여성연합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을 갖고 있는 인물”이라면서 “온정주의가 뿌리깊은 사회에서 이들이 정치권에서 잘못된 행동을 취할 때 제대로 비판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한편 여성연합의 의사결정구조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조순경 교수는 “여성단체장의 정치진출이 여성운동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라면 이에 대한 결정은 누가해야 하는가. 이 사안에 대한 여성연합의 의사결정 단위는 대표자 회의로 돼 있다”면서 “문제는 이러한 규정을 제정하고 개정하고 있는 사람들이 정계진출의 잠재적 당사자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또 “여성연합을 중심으로 이뤄진 ‘여성정치세력화 운동’에 대한 의견개진이 어려운 ‘침묵의 구조’는 여성연합이 점차 권력화 돼 간다는 것과 무관치 않다”고 지적했다.

“여성연합 권력화” 주장 놓고 공방

그러나 여성연합 정현백 상임대표는 이 같은 비판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먼저 정 상임대표는 “내부민주주의를 거론하는 것에 상처 받았다”면서 “단체 내에서도 소통의 구조가 있었고, 나 역시 개인이 아니라 조직의 의견을 따른 것이다. 조직에서 과도적인 지배가 있을 수는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여성단체장의 정계진출에 대해서는 “원칙 없이 좌충우돌한 것이 아니고 현실과 이상 사이의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으며 결벽증적인 분리만을 주장하는데, 더 고민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맑은넷 후보선정과 관련해서 정 상임대표는 “보수적인 여성들까지 포괄한 것은 사회적 명망이 있는 원로들을 추천위원으로 모시다보니 그 분들이 보수적인 여성들을 추천하기도 했고, 양적 변화에서 질적 변화로 간다는 단계적인 사고가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조순경 교수는 “원칙이 아니라면, 보수적 인물을 포괄해야 한다고 주장한 추천위원을 바꿔야 하지 않았는가”라고 반박했다.

사회를 맡은 여성연합 정치발전센터 김상희 소장은 “여성연합과 일각의 여성주의자 사이의 소통방식에 문제가 있다. 소통방식이 과연 여성주의적이었는지 회의적”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조순경 교수는 “서로 안다고 해서 사전에 사적으로 말하고 수정될 사안이 아니지 않느냐”며, “객관화시키기 위해서는 공론화 돼야 하는 문제고, 공적인 문제로 의제화하는 것이 페미니스트간의 소통방식”이라고 반문하는 등 첨예한 공방이 오갔다.

한국여성민우회 윤정숙 대표는 “여성연합의 정치세력화에 대한 비판은 일각의 여성주의자들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연합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이제는 비판에 대해 보다 심각하게 직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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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hacha 2004/06/03 [02:03] 수정 | 삭제
  • 보수적인 여성들을 포괄하고 간 것에 대해서 여연은 맑은넷 리스트가 안정을 추구했다고 답변을 했군요. 안정을 추구했다는 말의 뜻이 무엇일까요. 보수적인 여성이 포함이 되어야 안정성이 확보가 된다는 것일까요.

    보수와 왜 같이 가느냐는 것이 이번 총선평가에서 중요한 부분인 것 같은데 거기서 안정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운동단체로서 하기 위험한 얘기 같습니다.

    여연이 몇년 전만해도 "보수"란 말에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진보"를 내세웠다고 생각했습니다. 새마을회처럼 보수적인 여성조직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강조했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지금와서 보수도 포괄하고 가고, 안정성을 추구해가면서 운동을 한다는 얘기를 한다는 게 말이 안됩니다. 운동이 변색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게 합니다.

    그러니까 "권력화" 얘길 듣는 게 아닐까요. 여연이 정치권처럼 움직이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그리고 다음 번엔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도 애매하네요.
  • 고민녀 2004/06/02 [17:44] 수정 | 삭제
  • 취재후기: 여성운동의 위기 아닌 ‘여성학’의 위기

    '총선 이후 시민운동의 대응이 적절했나'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 참가한 것이 이번으로 네번째다.
    '시민운동 전반에 관련한 평가 토론회'를 한번은 한국정치연구회가 주최했고, 두번째는 참여연대 부설기관인 참여사회연구소가 주최한 것이었다. 여성운동 평가 토론회는 한국여성유권자연맹이 주최한 토론회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다.
    하지만 시민운동 평가 토론회 방식과 이번 토론회 분위기는 사뭇 달랐으며, 심지어 여성유권자연맹이 개최한 토론회와도 너무도 달랐다.
    예를 들어 총선서 시민운동이 평화, 환경, 부패 등 다양한 영역의 낙천낙선운동 방식, 물갈이 연대와 같은 후보추천운동 등 분화된 시민운동 전략에 대한 다양한 평가가 이뤄졌다.

    주요 내용은 시민운동의 '대응 방식'의 적절성, 시민운동이 총선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향후 시민운동의 과제 등이었다.

    하지만 여성연합이 주최한 토론회서는 여성운동 대응 방식의 적절성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뤘고, 여성운동 대응이 총선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 지와 향후 여성운동 대응이 어떻게 돼야 하는 가에 대한 대안 제시 부분은 부족했다.

    게다가 조순경 교수의 여성연합 비판은 그 위험 수위를 넘었다고 본다. 조순경 교수가 지적한 '여성연합의 권력화'와 '여성운동의 위기'라는 일방적 비판은 기자의 눈에는 '여성운동의 위기'라기 보다는 오히려 '여성학의 위기'로 비쳤다.

    총선 시기 총선여성연대와 맑은정치여성네트워크에 결합해서 싱크탱크 역할을 한 여성학자들이 얼마나 됐는지 되레 조 교수에게 묻고 싶다.

    흔히하는 비판인 서구 여성운동이 '제도화'로 인해 정부에 포섭돼 '위기'를 가져왔으니까, 한국 여성운동 역시 그러할 것이라는 진부한 전망도 역시 못마땅했다. 하지만 기자는 대만이나 일본, 독일, 미국 등 여성단체 활동가들과 토론해 본 좁은 경험으로 비춰서 말하자면, 그들은 오히려 한국여성운동의 역동성, 사회적 영향력 등에 대해 놀라워했다.

    한국 시민운동 진영 연구자들은 오히려 한국적인 시민운동 이론을 개발해 서구에 역수출하고 있다. 하지만 조 교수의 논평에서 OECD 국가들에서 여성정치참여가 높지만, 여성친화적인 정책이나 법제도가 오히려 마련되지 않았다는 분석을 인용한 것이나, 70년대 서구 여성운동이 정치세력화에 전력을 다해 '위기'와 '사멸'을 가져왔다는 경고를 한 부분은 한국 여성운동의 특수성에 관한 '이론 생산의 빈곤함'이 오히려 엿보였다.

    여성운동의 상상력을 넓혀주는 여성학자들의 훈수두기는 동의하나, 여성운동의 선택지를 좁혀 고립을 자초하는 여성학자들의 훈수두기는 그 쓰임새가 어디에 있을 지 궁금하다.

    여성학자들이 '그들만의 아카데미즘'에 갇혀서 여성운동이라는 큰 배를 함께 타지 않고, 그 방향 조정키를 여성운동가들과 함께 조정하지 않아서 생기는 '과도한 비판'이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조 교수는 여성연합이 이제는 '정치세력화'나 '할당제'에 올인하지 말고, 소외되고 빈곤한 여성을 위한 활동을 하라고 충고했다. 이 역시 여성연합이 참여연대와 경실련처럼 권력감시나 제도개선을 주로 하는 '지지(advocacy)'기능을 하는 시민운동이라는 역사성을 망각한 채, 지역풀뿌리 운동이나 빈곤여성들을 위한 운동을 하라고 어긋난 충고를 한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 교수가 지적한 여성연합의 '민주적 의사결정구조'에 대한 비판이나 '여성단체장의 정치진출' 비판 부분은 되새겨볼 만하다.

    유독 여성정치세력화에 대한 여성계 내부에서 조차도 여전히 '뜨끈뜨끈한' 논란이 일어나는 것은 여성운동이 이제는 선거 시기 정치적 색깔에 따라 분화된 대응이 필요한 때임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장성순 기자 <시민의 신문>
  • 기냥 2004/06/02 [10:42] 수정 | 삭제
  • 여성연합 총선대응 활동에 대한 논란 한자리에..

    17대 총선과 여성운동 대응활동에 대한 평가토론회 열려

    여성연합




    ▲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지난 25일 오후 한국여성개발원 국제회의장에서 17대 총선에 대한 여성운동대응활동에 대한 평가토론회를 가졌다. ⓒ 한국여성단체연합

    17대 총선은 39명의 여성국회의원이 탄생하였고, 5.9%에 불과하던 여성의원 비율이 13%로 두 자리 수를 기록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한국여성단체연합(이하 여성연합)은 ‘총선여성연대’, ‘맑은정치여성네트워크(맑은넷)’를 구성하여 적극적으로 활동하였을 뿐만 아니라, 시민단체들과 연대하여 ‘정치개혁시민연대’를 통한 정치관계법 개정에 동참하는 등 활발한 대응활동을 벌여왔다.

    여성연합이 진행한 다양하고 폭넓은 총선대응활동 과정과 총선의 결과에 대해 제기되는 문제제기와 비판에 대하여 보다 폭넓은 토론과 의사소통을 위하여 여성연합은 5월 25일 화요일 한국여성개발원에서 17대 총선과정 대응활동에 대한 총괄적인 평가의 장을 마련하였다.

    이날 토론회에는 여성연합의 남윤인순 공동대표가 발제를 하였으며, 참여연대의 김기식 사무처장, 여성개발원 김원홍 연구위원, 중앙일보 문경란 차장, 상지대 정대화 교수, 이화여대 조순경 교수가 토론으로 참여 하여 참가자들과 열띤 토론을 벌였다.

    여성연합이 ‘여성정치참여 확대’과제를 사회적으로 제기한 것은 1995년 지방의회 선거를 앞둔 1994년부터 이며, 이 과정에서 여성연합 및 회원단체의 지원으로 여성의원들이 당선되었고, 이들의 지역 과제 수행은 바람직한 지방의회 참여모델이 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경험을 통해 여성연합은 2000년 총선을 맞게 되었고, 정기총회를 통해 ‘한국의 정치체계가 충분히 민주화되지 않은 현실에서 여성운동은 참가의 정치가 아니라 영향의 정치에 방점을 둔다’는 방침 아래 총선연대 등을 통하여 선거감시운동에 집중하게 되었다.

    2004년 총선에 대비하여 여성연합은 2003년 정책기획위에서 ‘총선방침 논의를 위한 소위원회’를 구성하고 정책토의 및 내부 토론 시작되었으며 2003년 9월 임시 대표자 회의를 통해 17대 총선에 대한 대응 방침이 ① ‘영향의 정치’라는 기본 전제 하에서 이를 실현해 나가는 단기적 전술로서 ‘참가의 정치‘를 선택하게 되었다. 이러한 방향 규정 하에서 ② ’공동대표가 임기 중 정치진출 불가‘ 규정을 개정하고 여성의 정치참여 활대를 위한 제도 개선운동과 여성후보 추천 및 지지운동을 연대 방식으로 추진하였다. 제도개선은 총선여성연대와 정치개혁연대를 통해 추진하고, 여성후보 추천 및 지지운동은 맑은넷을 통하여 추진하였다. 또한 여성정책 공약 요구 및 여성유권자 운동은 여성연합과 총선여성연대를 통해 추진하였다.

    위와 같이 여성연합의 17대 총선 대응활동에 대한 경과를 보고한 남윤인순 여성연합 공동대표는 총선을 통해 여성의원의 비약적 증가와 정치구조에 대한 제도적 개선 방안 마련, 지역구도의 약화, 부패·무능 정치인 교체 등 많은 개혁적 과제를 수행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맑은넷을 통한 여성정치네트워크 구성은 여성을 배제해온 남성정치집단에 대항하여 ‘여성은 정치능력이 없다’, ‘여성은 전문성이 약하다’는 일상적인 남성들의 반론을 불식시고 정치적 역량을 보여줌으로써 여성운동의 입장을 관철하는 큰 성과를 가져왔다고 평가 할 수 있다.

    반면, 여성의원의 비율이 상승했다 하더라도 정책결정권한 척도 향상, 성평등 의제의 주류화, 가부장적 정치의 재구조화는 여성당선자들의 몫으로 남겨져 있으며, 맑은넷을 통한 여성리스트 활동은 ‘참여의 정치’를 실현하기 위한 과도적 행동으로서 질적인 측면에서 아쉬운 측면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토론에 나선 김원홍 여성개발원 연구부장은 이번 총선을 통해 여성의원 비율이 증가한 것은 매우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인정하며, 제도적 개선을 통해 돈쓰는 선거가 개선되었다는 것은 여성 후보자들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보았다. 하지만 국회의원 여성비율이 13%인 반면에 지자체 선거에서 여성의원은 비율은 역전하고 있어 여성정치인이 자생적으로 배출될 토양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정대화 상지대 교수와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영향의 정치에서 참여정치로 가는 것은 가능하지만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원칙이나 과정은 철저하게 준비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성연합 전 대표가 17대 총선과정에서 갑자기 사퇴하는 등 목적을 위해서 원칙이나 과정이 훼손된 부분이 있다는 점에서 정치참여를 위한 조건을 만들어야 할 사람과 조직, 그리고 정치에 진출하는 사람과 조직이 구분되어 존재해야 하고 이를 위한 여건을 만들어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운동의 영역과 참여 영역은 조기에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며, 앞으로 이러한 구분을 위해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화여대 조순경 교수는 여성연합의 대응방침에 대하여 매우 비판적인 관점을 발표하였다. 국회 내 여성의원수를 늘리기 위해 선택한 여성할당제는 많은 성평등 전략 중에서도 매우 협소한 전략 중에 하나인데, 맑은넷이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여성의원 수만을 늘리려는 전략을 선택함으로써 실질적인 여성지위 향상이 아닌, 여성의원 수 증가는 여성지위 향상이라는 환상을 불러왔다고 비판했다. 또한 여성후보 추천이라는 전략이 여성연합의 '권력화'를 가져왔다고 주장하였다.

    여성의원 증가라는 전략은 이제까지의 여성관련 법제정이 여성의원 수에 근거한 것이 아닌 여성운동진영에서 주도되었다는 점을 볼 때 의원 비율이나 수의 증가가 아니라 여성운동이 여성주류화를 이룩할 것이라는 점에서 비판의 근거가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여성운동단체장이 정계진출을 한 경우, 여성운동이 비판 기능과 권력 감시 기능은 현저하게 떨어질 것이며, 운동의 순수성마저 의심을 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여성단체장의 정계진출에 금지를 참여로 바꾼 여성연합의 결정에 대해서도 이를 결정한 이사회의 구성원들은 잠재적으로 정계진출의 당사자가 될 수 있는 이들인데, 이들이 이러한 결정을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으며, 이러한 사안은 총회에서 결정되어야 할 것이라 주장하였다.

    맑은넷 후보 구성에서 보수와 진보적 성향의 후보들이 혼재되어 잇는 것은 진보여성운동을 지향하는 여성연합의 활동으로 적절하지 못했다는 조순경 교수의 지적에 대하여 정현백 여성연합 상임대표는 여성정치세력화에 대해 단계적 사고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리스트에 포함된 후보들은 각 지역의 단체장의 추천과 집단 토론을 통해 가능한 심사과정에 신중을 기하였으며, 안정을 추구하였다. 또한 17대 총선에서 여성참여가 양적인 증가로 나타났다면 다음단계에서는 질적인 후보로의 전환이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 남윤인순 공동대표는 맑은넷의 여성후보자 추천 운동의 문제점은 인식하고 있으나 이 시기의 과도적 운동방식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라 보며, 위에서 언급된 대로 정치 세력화를 위한 제도 개선은 단체가 진행하지만 참여를 위한 조직과 인력은 분리된 주체가 진행하여할 것을 주장하였다. 2006년 지방자치제 선거는 풀뿌리 정치개혁을 위해 지역에서는 힘들지만 이러한 분리의 시도가 매우 중요할 것이고 하였다.

    또한 여성연합이 지속적으로 상층부 운동에 집중하면서 권력화되어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하여 남윤인순 대표는 “권력과 권력화는 다르며, 시민·민중권력은 민주적 과정을 통해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것이며, 이 과정에서 지속적 비판이 이루어지는 것이 발전적 방향이라고 본다. 특히 여성 권력은 많은 동의를 끌어내어 여성의 힘을 세력화하여 다른 권력에 대하여 대척점으로 견제 기능해 왔다”고 주장한다. “‘권력화’는 권력의 오용과 남용 이라는 내용을 뜻하며 따라서 여성연합에 대해 '권력화'를 이야기 하려면 이에 대한 실체가 있어야 논쟁이 될 것이라고 본다. 시장권력, 자본권력으로 대척점으로 여성권력이 갖는 의미를 부정한 채 그 자체를 ‘권력화’로 규정할 경우, 여성연합의 주요활동이었던 인권활동과, 성매매, 호주제폐지운동 등과 같은 운동의 평가는 간과한채 , ‘권력화’로만 여성연합의 활동을 규정함으로써 전국의 회원단체들과 그 속에서 활동하는 활동가들의 헌신성과 운동에 대한 의지를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낳게 될 것라고 하며, ‘권력화’로 규정될 실체를 가지고 논의함으로써 생산적인 논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문하였다.

    이 토론회는 여성연합이 17대 총선과정에서 보여준 정치대응방침과 활동들에 대한 각계의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이에 대한 대안을 토론하는 장이었다. 정치제도의 개혁과 여성의 정치세력화 기반 마련, 정치부패의 청산 등은 성과로 남지만 이 과정에서 여성의 정치진출 증가가 반드시 진보적 여성운동의 세력화로 나타날 수 있는가는 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필요하다는 점,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여성운동의 권력 감시활동이 필요하다는 데에 동의하였다. 또한 여성연합이 여러 비판과 질타 속에서도 이를 공론화된 장에서 객관적으로 드러내고 의사소통하려는 노력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며, 이 토론회가 그러한 첫 자리였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있는 자리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004.05.28 ⓒ 한국여성단체연합
  • 에스 2004/06/01 [23:47] 수정 | 삭제
  • 여성운동이 꼭 여연운동처럼 보인다는 데 있다.
  • 2004/05/31 [15:08] 수정 | 삭제
  • 여성연합이 공개석상에서 저렇게 비판을 받아본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왜 이런 생각이 먼저 드는 건지 모르겠는데, 충격이 컸을 것 같네요.
    근데 딴 건 몰라도 여성연합과 타 여성단체들 간 의사소통 구조는 예전부터 문제가 많았던 것으로 아는데.
    권력화 얘기도 처음 듣는 얘기도 아닐텐데.
    여성연합 대표님이 내부 소통의 문제가 없었다고 하시는 건 좀 아닌 것 같네요.
  • 사람 2004/05/31 [11:24] 수정 | 삭제
  • 저도 그 날 퍽 흥미롭게 (그러나 불안하게) 지켜보았습니다. 조 교수의 지적들도 많이 공감했지만, 저는 문경란 기자의 발언이 더 확실히 와닿더군요. 중앙일보 기자던가요. 그 분이. 취재해 본 입장에서 여성연합이 문제가 많았다는 점을 지적했는데, 솔직한 총선평가였다고 생각합니다. 현실판단이나 정리를 위해선 노골적인 이야기도 필요하단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문경란 기자의 말에 더 귀를 기울이게 됐던 것 같습니다.
  • Green Tea 2004/05/31 [10:20] 수정 | 삭제
  • 여러 가지 모습들을 보았다. 그 자리에서 논의들이 다양하게 오가기엔 시간이 짧았지만 유의미했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재밌게 생각되는 얘기들도 있었다.

    여성연합은 앞으로 진짜 뼈를 깎아야 할 것 같다. 그래도 그런 자리를 만든 것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를 해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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