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만들어서 누가 먹는가

일명 “쓰레기 만두소” 파동과 건강식품 열풍

박희정 | 기사입력 2004/06/20 [22:56]

누가 만들어서 누가 먹는가

일명 “쓰레기 만두소” 파동과 건강식품 열풍

박희정 | 입력 : 2004/06/20 [22:56]
웰빙(well-being) 열풍에 ‘쓰레기 만두소’ 파동까지 엮어져 요즈음 유난히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현재 ‘사서’ 먹는 먹거리에 많은 문제가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가공식품뿐만 아니라 화학비료, 농약 등의 문제로 식재료 또한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이 확장되면서 ‘유기농’ 식품의 판매량도 급증하고 있다.

좋은 먹거리를 먹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일각의 좋은 먹거리에 대한 관심은 우려스러운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요즈음 건강 식생활과 관련된 기사와 방송들은 식품문제에 대한 해결방법을 ‘좋은 재료를 써서’, ‘집에서 해 먹자’로 들고 나오고 있다.


유기농 재료를 써서 집에서 만들어 먹는다. 듣기 좋은 얘기다. 그러나 이 말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환경을 둘러본다면, 이런 얘기가 여러 가지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챌 수 있을 것이다.

좋은 재료는 비싸다. 식생활의 문제를 좋은 먹거리-결국 비싼 먹거리-를 찾아 먹으라는 ‘개인의 문제’로 환원시키면, 그걸 사서 먹지 못하는 사람들은 어쩌란 말인가. 돈이 없으면 좋은 게 뭔지 알면서도 나쁜 음식을 먹을 수밖에 없는 것인가.

더욱이 음식을 만드는 시간이 늘어나면 노동의 양과 시간 또한 늘어난다. 이 책임은 누가 지는가. 요즈음 맞벌이 부부가 많아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식생활은 거의 전적으로 여성의 책임이다. 결국 여성의 노동부담이 가중되는 것이다.

모 방송사의 ‘모유 먹이기’ 캠페인을 보면서 아이 가진 많은 엄마들이 답답함을 호소했다. 모유를 먹이는 게 좋은 줄 몰라서 안 먹이는 게 아니라, ‘먹일 수 있는’ 환경이 되지 않기 때문에 ‘포기’하는 경우들이 많기 때문이다. ‘모유를 먹이자’는 캠페인 이전에, ‘모유를 먹일 수 있는 환경 조성’ 캠페인이 먼저 가야 하는 상황에서, 모유를 먹이지 않는 엄마를 ‘게으른’ 혹은 ‘현명하지 못한’ 여자로 바라보는 시선은 매우 부당하다 할 수 있다.

먹거리의 문제도, 무조건 개인의 책임 혹은 개개 가정의 노력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로만 돌려서는 안 된다. 먹거리의 문제는 사회 전체가 함께 해결해 가야 할 문제다. 현대사회에서 어느 정도의 외식은 거의 필수 불가결의 요소가 되었다. 홍콩 같은 경우처럼 외식이 상식인 사회도 있다. 더욱이 먹거리 해결을 사회와 남녀가 함께 분담하지 않는 현실에서, 음식을 사서 먹는 여성을 ‘게으른’, ‘가족 건강 챙기지 않는’ 사람 취급할 순 없는 일이다.

먹거리 문제에 대한 해결은 사서 먹는 음식의 품질 관리와, 유통과정을 엄격히 관리해 안심하고 사서 먹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시키는 노력이 함께 되어야 할 것이다. 국가는 더 이상 먹거리 문제를 가정과 개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려 해선 안 된다. 또한 본인들이 직접 만들 것도 아니면서, ‘집에서 해 먹자’는 식의 이야기를 대안인 양 하는 태도도 지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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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inger 2004/06/24 [13:12] 수정 | 삭제
  • 학교 급식 시작하고 얼마 안됐을 때
    제 느낌으로는 ‘상당히 자주’, 연일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급식장의 비위생적인 상황이 보도되었습니다.
    물론 그것은 지어낸 이야기는 아닐 것입니다.
    근데 너무 자주! 보도된다는 것이 문제였죠.

    그때 저의 정서는 “이것은 반격이다”였습니다.
    급식으로 준 떡볶이가 어쩌구 했던 사건이 있었는데
    농담 삼아 “저건 유림에서 한 짓이야.
    유림에서 떡볶이 재료를 바꿔치기 한거야.
    다시 하루에 세 개씩 도시락 싸게 만들려는 짓거리야.”
    이렇게 떠들어 부쳤던 기억이 나네요.
    사회적인 문제를 다시 여성 개인의 일로 환치시키려는 음모로 보였으니까요.
    사실 세상에는 갖가지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데,
    오로지 학교 급식만이 끊임없이 사건사고의 반열에 오르는 데는
    뭔가 의도가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건강한 먹을거리를 먹고 자랄 권리가 아이들에게 있죠.
    사건을 다루는 핵심은 그 권리를 침해하는
    몹쓸, 급식 관계자들이어야 하는데
    그런 류의 보도를 접하고 난 뒤끝은 늘
    “그러니까 집에서 엄마가 해주는 음식만한 게 없어.
    여자들 쪼끔만 일찍 일어나서 도시락 몇 개 싸는 게 그렇게 대수야.
    그걸 안 한다고 버티다가 제 자식 입에 쓰레기 쳐넣는거지.
    우리 때는 말이야, 어쩌구.” 이런 정서가 만발한다는 거죠.

    이 기사를 읽으니 불현듯 그때 생각이 나서 몇 자 적어봅니다.
    기자님의 우려의 목소리가 저의 목소리와 닮아있습니다.

    그러나 또 우리는 개개인으로서도 살아가고 있기에
    개인적인 실천의 영역도 분명히 있다는 것을
    조금은 간과한 듯한 글쓰기가 아니었나 싶네요.

    우리가 정치적으로 올바른 사회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
    애써야하는 것은 자명한 것이나
    너무 사회적인 영역에 경도되어 버리면
    한번 뿐인 인생을 윤택히 할
    또 다른 의무와 권리를 도외시하게 된다는 거죠.

    글쎄, 때때로
    저는 여러 사람이 만들어낸 사회의 속도, 흐름에 따르는 것이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마 위에 올라앉아서
    정신을 온전히 할 수 없는 상태에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제 생각으로는 분명 카테고리가 다른 문제들인데
    보통은 마구 뒤섞여 있어서
    ‘한입으로 두 말 한다’ 라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지만
    저는 이것이 옳은 일 같습니다.

    사회를 향해서는 집에서 해먹으라고 말할 수 없지만,
    왜냐면 그 말이 어떤 식으로 곡해될지 예상해야하니까.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집에서 해먹고 싶은걸요.
    더 건강한 먹을거리를 먹고 싶고,
    내 몸과 마음과 영혼이 조화롭기를 바라거든요.
    사서 먹지 않고 스스로 조금은 텃밭을 일궈도 좋다는 말까지 하면
    반역의 느낌이 날까요.
    개인적인 영역에서는 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모두가 가는 길에서 한발 내려서버리는 것.
    그건 물론 개인의 선택이죠.

    중언부언입니다만 저의 말이 무슨 뜻인지는 아시겠죠?
    기자님의 글은 잘못 읽힐 소지가 있다는 조심스런 입장입니다.
    여자의 글쓰기는 이래서 어려운가봐요.
    고려할 것이 너무나 많고,
    골라놓은 어휘가 함축하는 바가 너무나 폭넓어서
    곡해하고자 하는 모든 방향으로 읽히니 말입니다.

    그럼, 수고 많이 하십시오.
  • 영양사 2004/06/23 [22:54] 수정 | 삭제
  • 지금 우리나라 먹거리 정말 문제입니다.
    식품 영양을 전공한 사람의 입장에서 볼때
    이런 문제 진작 터졌어야 정상이지요.
    물론 꾸준히 식중독 사고는 터지고 있지만요.

    제 생각은 가장 큰 문제는
    식생활을 가정의 여성의 일로 돌리면서
    그 전문성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현대 사회에서 모든 일을 전문가들이 하게 됩니다.
    집은 집을 짓는 사람이 짓고,
    옷은 옷을 만드는 사람이 만들고,
    의사, 변호사 못지않게

    식생활에서도 전문가가 필요합니다.
    우리나라는 식생활을 비전문가
    즉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하니까 문제입니다.
    리플 글에보면
    영양에 대해 아는 것처럼 말씀하시는데
    영양이 고기먹고 채소 많이 먹는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뭘 알아야 뭐든 하지요.

    아무나 식당하고, 아무나 식품회사하는 게 문제입니다.
    그이전에 식생활을 가볍게 보는 게 문제겠지요..

    더이상 먹는 것은 집안일이 아니라고요.
    여성이 할일이 아니라 사회가 할 일이랍니다.

    전문가들인 영양사가 전문분야에서 일좀 하게 해주세요..
    그럼 영양사는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서 좋고,
    국민들은 건강하게 살수있어서 좋지 않겠습니까.
    어떤것이 영양학적으로 좋은것인지,
    위생적인지, 아는 사람은 영양사란 말입니다...
  • 2004/06/22 [18:34] 수정 | 삭제
  • 결론은 돈이 넘쳐나야한다는 거죠.

    좋은 재료에,
    그걸 알아내서 사서 만들어서 대접하는 인력에,
    돈이 세고 세서 사람 고용하거나,
    아님 육아를 비롯해서 딴 일 안하고 살 수 있는 사람이거나,

    지금도 부자들은 좋은 거 먹고 사는데
    결국 저런 식의 먹거리 문제 해결은
    전혀 해결이 없단 거죠.

    그리고 조로록 엄마한테 가서
    집에서 해먹자고 해대는 자식들은 뭐란 말입니까.
    은유한거고,
    그 자식들이란 저런 말 해대는 언론이란 얘깁니다.
  • 더 넓게 2004/06/22 [05:42] 수정 | 삭제
  • 집에서 해먹는 것이 대안일 수 있습니다.
    지금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먹는 식사는 돈주고 파는 물건에 지나지 않아, 내가 원하는 맛, 영양, 위생을 생각하면 집에서 해먹는 것이 대안일 수 있습니다.
    집에서 해먹자는 주장이, 기사에서 우려하는 바대로, 가사노동의 책임자로 강요되는 여자들의 노동을 가중시키는 것이 문제입니다.

    저는 집에서 해먹고 싶습니다. 요리도 즐겁고, 영양과 위생도 믿을 수 있어 좋습니다. 그것이 여자들의 노동으로 직결되지 말아야하는 것입니다.
    여자들도 집에서 해먹고 싶고, 모유먹이고 싶습니다.

    외식, 분유가 대안일 수 있다는 식보다는, 더 정확하게 물고 늘어졌으면 좋겠습니다.
  • 2004/06/22 [04:28] 수정 | 삭제
  • 전에 남자친구가 콘돔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욕하는 여성이 있었다.
    그것에 대한 토론시에,
    그정도도 안해주면서, 사랑한다고 할수있나?? 이런식의 애기들이 많았는데


    솔직히, 여성들이 모성신화를 애기하면서, 엄마로써의 책임에서 벗어나고자하고,
    모유먹이기 이야기가 나오면, 모유먹이는 수고를 여성들에게 강요하지 말라고 한다.
    이번엔 좋은 먹거리를 먹자는 애기도 하지말라고한다.
    출산장려정책도 여성에게 결국 손해를 끼치므로 하지말라고한다.



    모든 여성에게 부담이되는것은 안된다.
    "이기적인 여성"이 되자는 이러한 것은.... 스스로의 권리를 찾자는 측면에서 보면, 옮다고 볼수도 있다.






    어쨌든 자기의 자식조차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감싸라는 것은 거부하는 여성들이, 남성들은 헌신적이길 바란다면, 그건 좀 오바인것 같고,

    스스로 이기적일려면 이기적으로 계속 하시고,

    남성이 이기적인것에 욕이나 하지말기 바란다.




    (그리고 무엇인가 착각을 하는데..

    예를 들어 무슬렘의 정부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은 3가지를 해결해주는것이다.
    물 빵 주택.
    국민이 아무리 가난해도 이 3가지는 해결할수있도록 해준다.
    기본적인 물과 질은 나쁘지만 아주값싼빵과 살기는 어렵지만 잠은 잘수있는 주택은 언제든지 공급해준다.

    그러나 최고급음식과 고급저택을 마련하는건 개인의 힘이지 정부의 힘은 아니다.



    자 생각해보자.

    정부가 개인이 먹고 살 정도를 해결해주어야겠지만,

    유기농 좋은 원료의 음식을 제공해주는 의무는 없는듯하다.

    정부의 책임으로 돌리지는 말라는거다.




    그리고 방송국이나 정보를 제공하는 측에서는, 어떻게 먹는것이 좋게 먹는것인가에 대해서 정보를 제공한다고 비난받을 이유는 없다.

    정보제공한다고 욕하는 몇몇 바보들이 눈에 띄여서하는소리다.
    )
  • venus 2004/06/21 [18:11] 수정 | 삭제
  • 백번 공감합니다.

    건강은 스스로 지키는 것이고.

    먹거리 위생은 국가가 책임져야죠.

    그걸 왜 여성이 엄마란 이름으로 책임져야합니까.
  • 솜이 2004/06/21 [13:20] 수정 | 삭제
  • 먹거리 문제 제발 가정으로 돌리지 말았으면 합니다.
  • 주부 2004/06/21 [10:23] 수정 | 삭제
  • 옳으신 말씀입니다.
    직접 만들어 먹을 거 아니면 이렇게 해 먹어라, 저렇게 해 먹어라 말을 말라!
    지금 먹고 살기도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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