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well-being) 열풍에 ‘쓰레기 만두소’ 파동까지 엮어져 요즈음 유난히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현재 ‘사서’ 먹는 먹거리에 많은 문제가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가공식품뿐만 아니라 화학비료, 농약 등의 문제로 식재료 또한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이 확장되면서 ‘유기농’ 식품의 판매량도 급증하고 있다.
좋은 먹거리를 먹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일각의 좋은 먹거리에 대한 관심은 우려스러운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요즈음 건강 식생활과 관련된 기사와 방송들은 식품문제에 대한 해결방법을 ‘좋은 재료를 써서’, ‘집에서 해 먹자’로 들고 나오고 있다. 유기농 재료를 써서 집에서 만들어 먹는다. 듣기 좋은 얘기다. 그러나 이 말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환경을 둘러본다면, 이런 얘기가 여러 가지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챌 수 있을 것이다. 좋은 재료는 비싸다. 식생활의 문제를 좋은 먹거리-결국 비싼 먹거리-를 찾아 먹으라는 ‘개인의 문제’로 환원시키면, 그걸 사서 먹지 못하는 사람들은 어쩌란 말인가. 돈이 없으면 좋은 게 뭔지 알면서도 나쁜 음식을 먹을 수밖에 없는 것인가. 더욱이 음식을 만드는 시간이 늘어나면 노동의 양과 시간 또한 늘어난다. 이 책임은 누가 지는가. 요즈음 맞벌이 부부가 많아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식생활은 거의 전적으로 여성의 책임이다. 결국 여성의 노동부담이 가중되는 것이다. 모 방송사의 ‘모유 먹이기’ 캠페인을 보면서 아이 가진 많은 엄마들이 답답함을 호소했다. 모유를 먹이는 게 좋은 줄 몰라서 안 먹이는 게 아니라, ‘먹일 수 있는’ 환경이 되지 않기 때문에 ‘포기’하는 경우들이 많기 때문이다. ‘모유를 먹이자’는 캠페인 이전에, ‘모유를 먹일 수 있는 환경 조성’ 캠페인이 먼저 가야 하는 상황에서, 모유를 먹이지 않는 엄마를 ‘게으른’ 혹은 ‘현명하지 못한’ 여자로 바라보는 시선은 매우 부당하다 할 수 있다. 먹거리의 문제도, 무조건 개인의 책임 혹은 개개 가정의 노력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로만 돌려서는 안 된다. 먹거리의 문제는 사회 전체가 함께 해결해 가야 할 문제다. 현대사회에서 어느 정도의 외식은 거의 필수 불가결의 요소가 되었다. 홍콩 같은 경우처럼 외식이 상식인 사회도 있다. 더욱이 먹거리 해결을 사회와 남녀가 함께 분담하지 않는 현실에서, 음식을 사서 먹는 여성을 ‘게으른’, ‘가족 건강 챙기지 않는’ 사람 취급할 순 없는 일이다. 먹거리 문제에 대한 해결은 사서 먹는 음식의 품질 관리와, 유통과정을 엄격히 관리해 안심하고 사서 먹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시키는 노력이 함께 되어야 할 것이다. 국가는 더 이상 먹거리 문제를 가정과 개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려 해선 안 된다. 또한 본인들이 직접 만들 것도 아니면서, ‘집에서 해 먹자’는 식의 이야기를 대안인 양 하는 태도도 지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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