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바라보는 다른 시선

고 김선일씨 동영상과 고 윤금이씨 사진

김윤은미 | 기사입력 2004/07/04 [15:21]

죽음을 바라보는 다른 시선

고 김선일씨 동영상과 고 윤금이씨 사진

김윤은미 | 입력 : 2004/07/04 [15:21]
정부에서 김선일씨 참수 장면이 담긴 동영상 유포를 금지하고 심지어 사법처리까지 한다 했다. 인터넷 사이트들도 동영상 유포 금지에 적극 동참하는 분위기다. 때맞춰 미국에선 김선일씨 죽음을 패러디하면서 한국인을 깔보는 말을 섞은 동영상들이 나돌고 있다. 민족주의적 자각이 더해져서 그런지 한국선 정부의 조치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한국노총에서 “정부의 조치는 이라크 파병 반대 여론이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눈에 띄게 비판적인 입장을 냈을 때도 대부분 질타하는 편이었다.

물론 죽은 자에 대해 예우를 지키는 것이 맞다. 더욱이 김선일씨는 억울하게 죽었다. 그의 죽음에는 일차적으로 살해범들과 무능한 정부와 미국 측이 책임져야 할 테지만, 파병에 찬성한 사람들에게도 책임이 없다고는 할 수 없으니, 사회적 차원에서의 예우가 필요하다. 개인적으로는 김선일씨의 참수 동영상이 돌아다니지 않길 바란다. 죽어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죽음에 대한 슬픔을 넘어서, 그 죽음이 매체를 통해 퍼져나가면서 잘려나가는 신체라는 스펙터클로 변해버리는 것이 괴롭다.

때문에 의구심이 든다. 왜 죽은 자에 대한 안타까움과 예우는 공평하지 못한가. 이라크에서 고문당하고 학살당한 민간인들의 사진들에 대해 모두들 미군의 잔인함을 확인했을 뿐, 죽은 자에 대한 예우 같은 건 이내 잊어버린다. 유독 김선일씨의 죽음에 대해 사람들이 아파하고 또 화를 내는 건 아마도 그가 한국인이기 때문이다. 이건 어쩔 수 없는지도 모른다. 굳이 민족주의를 언급하지 않아도, 한국사람이기에 동질감이 존재하며 그래서 공감이 더 갈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봐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작년 촛불시위 때 사용된 ‘미선이 효순이’가 장갑차에 짓밟혀 죽은 사진, 그리고 오랫동안 반미운동에서 사용된 윤금이씨가 몸을 드러낸 채 처참하게 죽어있던 사진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최근 부산 지하철 노조가 파병반대를 외치면서 윤금이씨 사진을 사용했다는 내용의 글을 봤다. 미선이, 효순이, 그리고 윤금이씨는 우리와 가까이 있는, 동질감이 존재할 법한 사람이다. 또한 김선일씨의 죽음처럼 민족주의적 감성에 바탕을 둔 분노를 일으키는 사건들의 피해자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들의 사진과 김선일씨 살해영상이 그토록 다른 취급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윤금이씨의 사진을 사용하지 말라는 비판에 대해 그 사진을 계속해서 사용하는 사람들은, 시민들을 호소해서 분노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건 지금도 변하지 않은 것 같다. 물론 참혹한 시신 사진이 쉽게 울분을 일으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순간적인 울분이 죽음에 대한 반성과 평화에 대한 고민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순간적인 울분은 방출되면 그것으로 끝이다.

누구의 피살 동영상은 정부에서 직접 나서서 법적 통제를 하겠다 해도 암묵적으로 동조하는데, 누구의 피살 사진은 고인이 안다면 도저히 저승으로 갈 수 없을 만큼 가학적이고 성적 모욕을 주는 모습으로 대로변에 전시된다. ‘미선이 효순이’부터 김선일씨까지, “내 딸을 살려내라”, “내 아들 살려내라” 외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무엇이라고 대답할까. 아무도 이 기막힌 현실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 같은 상황은 여성의 신체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반영된 것이라는 결론 밖에 나오지 않는다. 윤금이씨의 사진을 보면서 울분을 일으키는 것은 민족주의적 감성에 자극된 남성들을 대상으로 한다. 여성들이라면 대부분 그 사진을 보면 자신이 당할지도 모르는 폭력이기에 공포와 고통을 느끼지, 남성들처럼 ‘우리 누이를 지키자’는 반응을 보이지 않을 것이다.

좀더 나아가 얘기하자면, 윤금이씨 사진이 불러일으키는 효과와 강간 모티브를 소재로 한 포르노나 인터넷 동영상들 간에 공통점이 있다. 양쪽 다 폭력이 가해진 여성의 신체가 불러일으키는 강렬한 인상을 노리고 있지 않은가. 단지 윤금이씨 사진은 민족주의적 감성이 섞여있어서 강렬한 인상에 덧붙여서 울분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한국 사회가 고인이 된 한 남성과 여성에 대해 예의를 갖추는 방식은 참으로 다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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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4/07/09 [10:32] 수정 | 삭제
  • 윤금이씨가 잔인하게 피살된 지 10년이 넘은 것 같네요. 그 동안 바로 그 사진--- 어떤 것인지 아는 분들 아실테지만 뭐라 설명하기 힘든 그 사진-이 사용되는 걸 너무 많이 봐왔습니다. 한총련이 주로 썼고 10년 동안 더 많은 곳에서 그 사진이 사용됐죠. 운동권만 쓴 게 아니고 TV에서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김선일씨 경우 동영상 유포를 법적으로 금지한다고 했을 땐 저도 뭔가 이상하단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직접적으로 살해되는 장면만 삭제하고 다른 장면들은 보게 될 줄 알았거든요.

    김선일씨와 윤금이씨가 남성과 여성으로 대조되는 건 윤금이씨가 강간을 당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사진에서 볼 수 있는 것은 그냥 진인한 죽음 정도가 아니죠. 죽음만큼 혹은 죽음보다 더 강한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것인 강간이지만, 강간은 어떤 사람들에겐 장난이나 재미 정도가 되어버리기도 하죠. 문제는 거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김선일씨 일은 일반 시민들이 자신과 등치시키기 쉽지만, 윤금이씨 일은 누구도 자신의 (주변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도 이런 차이를 가져오는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미선, 효순씨의 죽음과도 차이가 납니다. 물론 아주 불편한 시선이죠. 우선 고 윤금이씨 사진부터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게 단계겠네요.
  • 요우리 2004/07/09 [07:00] 수정 | 삭제
  • 일단 윤금이씨 사진이 일어나고 유포되기 시작한 것은 지금처럼 인터넷이 활성화되지 않은 시기였지요. 인권을 침해하는 스너프 필름들이 이곳저곳에 돌아다닌다는 개념 자체가 없던 시절이었구요. 또 두 여고생들의 사진과 그것들은 개인적 유흥의 차원이 아닌 단체에서 반미 선동용으로 공개적으로 발포한 것이었습니다. (그 방식의 문제점 여부는 제쳐두고) 하지만 김선일씨의 경우는 일단 닉 버그라는 선례가 있고, 그 동영상이 인터넷에 도는 것 자체도 국적을 떠나 충분히 비난받을 만한 일이었기에 그 후에 일어난 김선일씨 동영상 유포에 강한 제제가 가해지는 것은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일입니다.(그 제제의 법적 근거 역시 제쳐두고 생각하기로 하고.)

    물론 윤금이씨 사건을 바라보는, 그 사진을 유포시키는 사회의 시선에 민족주의와 결합된 순결이데올로기와 대중들의 관음증이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이라크 포로 성학대 사진들이 인터넷에서 그렇게 많은 수요를 차지한 것 역시 관음증 덕택이겠지요. 단순한 학대나 가학행위 사진들이었으면(하긴, 성적인 모욕을 주는 것들이 아니었으면 가해 군인들이 굳이 사진으로 찍어 자기과시를 할 이유도 없었겠지만.) 그러한 문제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까지 어떻게든 사진을 보려고 시도하지도 않았을 테고요.

    분명한 것은, 대중의 그러한 관음증이 분명 여성에게 더 많이 집중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긴 하지만 반드시 여성에게 국한되어 있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물론 여성의 성적 결정권을 민족의 이름으로 억압하고, 소유하고, 보호하려(우웨엑) 드는 사고방식에는 마땅한 비판이 필요합니다. 이런 사고방식은 윤금이씨 사건에 당연히 포함되어 있고 물론 비판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윤금이씨 사건 자체에 대한 비판이어야 하지 김선일씨 사건과 연관지어 비교하는 것은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윤금이씨 사건과 김선일씨 사건과 같이 각각의 특수성이 명확히 구분되는 일을 단순히 남녀의 몸에 대한 사고방식의 차로만 보기에는 많은 무리가 따르기 때문이죠.

    저 역시 반미단체나 운동권에서 자행하는 인권침해적 행위에 반감을 가지고 있고 언젠가 그렇게 대중들의 표피신경을 자극하는 얄팍한 방식이 호응을 불러일으키기는 커녕 반감을 사서 스스로 물러들어갈 만큼 사회가 성숙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이번의 김선일씨 동영상 유포에 가해지는 법적인 제재에는 많은 의문을 품고 있기도 합니다. 그들이 내세우는 논리가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인권보호라는 측면에서 예전에 유포되었던 오양, 백양 동영상 역시 같은 취급을 받았어야 할 텐데 말이죠.
  • 딜레마 2004/07/07 [22:15] 수정 | 삭제
  • 그들의 죽음을 이런 정치적인 해석으로
    단지 성별로 구분짓는 시선의 차이로 봐야만 하는것일까?
    윤금이씨의 사진을 말하는 것들도
    김선일씨의 동영상을 말하는 것들도
    이것을 또다시 구분짓는 일다도
    모두 잔인하다.
    각기 다른 집단간의 해석론으로 그들의 죽음에 대한 시선을 달리 논하며 애써 서로의 의견을 부정하는 식의 인식이 과연 '인권'이란 말인가?
    이 기사의 저의가 무엇인가?!
    여성에 대한 죽음과 남성에 대한 죽음에 대한 방법론상의 차별인가?
    반미든 반전이든 평등이든
    어차피 헤게모니는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해석일뿐이다.
    일다마저 이런 식의 해석론을 펼치니 할말 없다.
    나만의 착각일까? 진정한 그들의 죽음의 의미는
    이런 집단주의적인 시선들이 아닌 그 누구에게도 빼앗을수 없고 당연히 지켜져야할 그들의 존엄성과 그것의 소중함이 아닐까?
    죽음의 대한 시선이라...그들의 죽음자체는 우리에게 무엇을 일깨웠는지 매우 단순하면서도 처절한 현실을 보여주었을 뿐 그 현실의 정치적 배경도 집단간 대립관계도 아닌 억울하게 파괴된 개인의 존엄성...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것이다.
    인권 그것을 위해 다시금 우리는 국가와 집단의 존재에 대해 생각해야 되고 다시 개개인에 대한 반성과 각성이 요구되는 반복된 역사의 수레바퀴에서
    윤금이씨의 죽음을 이용하여 반미를 외치는 자들과
    김선일씨의 죽음을 이용하여 윤금이씨의 죽음을 이용하는 자들을 비판하는 일다는 크게 다를게 없다는 것이다.
    서로를 구분짖는 만행은 그들의 죽음의 의미를 오히려 저버리는 또하나의 그들만의 헤게모니 일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기사가 가지는 진정한 의의가 과연 그들의 죽음에 대한 올바른 시선이라고 말할수 있을까?
    죽음에 대한 방법론의 차별을 논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는 높게 살수는 있을 것이다.
    단지 여성주의적인 입장에서 말이다.
  • 근데 2004/07/07 [02:10] 수정 | 삭제
  • 윤금이씨가 살해당한 사진을 공개하던 이들 중 일부는
    김선일씨의 동영상을 공개하자는 주장을 공공연히 하기도 했죠.

    거센 비난에 부딪혀 '분노를 가로막는 정부의 방침에 대한 비판'이라고 자신들의 주장을 철회하기는 했지만, 비슷한 경향을 보였던 이들도 있습니다.

    하긴, '거센 비난'에 대한 반응을 어떻게 보이는가에서 차이가 있을 수도 있겠군요. 순순함과 완고함 사이의 간극.
  • 모래 2004/07/06 [23:45] 수정 | 삭제
  • 그런데 아직도 고 윤금이씨 사진을 쓰는 자들이 있단 말입니까.
  • 은빛연어 2004/07/05 [17:49] 수정 | 삭제
  • 미순이와 효순이 고 윤금이씨의 사진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목적의 대상이 분명히 구분되어 있습니다.
    반미라는 메시지입니다. 감성적으로 접근함으로써... 그리고 아직은 남아 있다고 생각되는 여성과 사회약자는 보호되어야된다는 생각을 불러 일으켜 반미를 주장하는 진보성향의 집단에게는 가장 강력한 도구가 됩니다.
    뿐만 아니라 사진이라는 매체는 과정에 대한 모습은 보여주지 않습니다.
    결과많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장면의 끔찍함 이상의 것을 보여주기는 힘듭니다. 하지만 고 김선일씨의 동영상은 (보지는 않았지만...) 과정이 여과없이 나타납니다. 사진으로는 모방이라는 것이 힘들지만 동영상은 과정이 보여지기 때문에 모방이라는 문제가 발생할수 있습니다. 그리고 김선일님의 동영상을 이용한다면 무슨 메시지에 이용할까요?? 반테러사상? 평화,반전교육? 아무리 객관적으로 보려고해도 그 동영상이 가지는 메시지는 아무것도 없어보입니다. 단지 잔인함입니다. 요즘 잔인한 영화나 영상을 많이 봐온 사람들에게는 그냥 하나의 영상으로 치부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영상은 자칫 잘못하면 아랍권 전체에 대한 반감으로 번짐니다. 뿐만 아니라 반 이슬람 정서만 자극하는 결과만을 가져옵니다.
    어느 정도는 기자님이 지적하신 성차별적 경향은 있어보입니다만은 그것 하나로 결론을 내리기에는 너무 편협한 시선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 스머프 2004/07/05 [11:41] 수정 | 삭제
  • 미처 생각지 못했는데 정말 그런 면들이 있군요. 새로운 시각 배워갑니다.
  • Jane 2004/07/05 [00:02] 수정 | 삭제
  • 김선일씨 동영상은 정부에서 나서서 유포되는 걸 막겠다 하는데, 윤금이씨의 그 끔찍한 피살 사진은 반전시위 한다는 사람들에 의해서 대로변에 전시되는 현실. 끔찍합니다.
  • 2004/07/04 [20:38] 수정 | 삭제
  • 누군가는 요즘은 많이 나아지지 않았냐고 말하지만,
    특히 문화와 의식이라는 관점에서는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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