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에 대한 편견’이 진실?

SBS <진실게임>

최인영 | 기사입력 2004/09/05 [20:13]

‘외모에 대한 편견’이 진실?

SBS <진실게임>

최인영 | 입력 : 2004/09/05 [20:13]
특수분장을 한 출연자들 중에서 진짜 자기 얼굴인 사람 가려내기, 인형 탈로 사각턱을 가린 사람들 중 얼굴이 달걀형인 사람 찾기, 선글라스를 쓴 남자들 중 눈이 큰 사람 맞추기, 여장을 한 남자들 중 여장남자대회에서 1등한 사람 찾기. SBS '진실게임'의 최근 소재들이다.

40분 동안 누가 사각턱인지 아닌지, 누가 눈이 작은지 큰지 맞춰야 하는 이 프로그램을 제작진은 ‘심리게임’이라 부른다. 의도적인 것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이 프로그램은 출연자의 외모를 희화화하고,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수위에 있는 우리사회 외모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주입시키는 프로그램이 돼 가고 있다.

‘진짜 놀라운 얼굴로 태어난 사람을 찾아라’ 방송 편에서는 MC들이 출연자들을 “어마어마하게 놀라운 얼굴”이라고 소개한다. 그리고 주로 연예인들로 구성되어 있는 판정단은 이들이 한 명씩 등장할 때마다 얼굴 생김새를 보며 웃음을 터뜨린다. 사각턱과 계란형 얼굴을 가려내는 방송 분에선 중간중간 “인형 탈을 벗으면 정말 놀랄 만한 사각턱이 공개됩니다"라는 자막을 띄워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돋군다.

판정단이 작은 눈과 사각턱을 판별할 때, 내세울 수 있는 근거는 외모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 밖에 없다. 예를 들어 작은 눈, 사각턱이라는 '특이한 외모' 때문에 생겨난 에피소드는 모든 출연자가 대답을 미리 준비해야 하는 예상문제다.

“사각 턱이 심하신 분들은 머리 형태를 저렇게(단발 머리를) 하면 안 어울리기 때문에 저렇게 다닐 수가 없어요. 굉장히 이상해요.”

“남자 친구 있어요?”, “저 분이 가짜예요. 저 머리 모양을(단발머리를) 하고 다니면서 턱이 크면 남자친구가 있을 수 없어요.”

이런 식의 질문과 응답, 대화들이 오가면서 ‘진실게임’은 출연자들의 신체적 특징으로 삶의 양식을 단정짓는다. 즉 그러한 외모에 ‘어울리는’, 혹은 '어울릴 법한' 개인의 일상이나 고민을 정의하고 희화하면서 고정관념을 유포시키는 것이다.

이전에 이 프로그램은 ‘거짓말’이라는 심리게임으로 긴장감을 유지하는 한편,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사용해 공감을 이끌어냈고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요즘 들어 '진실게임'은 출연자들의 외모를 통해 시청자의 선정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에 기대고 있는 듯 하다. 시청자의 고정관념을 꼬집으며 웃음을 선사했던 예전 '진실게임'의 미덕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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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헉! 2004/09/07 [10:19] 수정 | 삭제
  • 이런 프로가 아직도 한다니...
    진작에 없어진 줄 알았어요.
  • 또순 2004/09/06 [10:15] 수정 | 삭제
  • 답은 "출연자의 신체로 웃기는 것"이라고 합니다.
    저질프로가 판을 치는 걸 보니 시청자 수준이 낮아지나 보네요.
  • 으.. 2004/09/05 [21:19] 수정 | 삭제
  • 뚱뚱하고,, 못생기면,, 인권도 없는 것 같아요.
    주로 그 대상은 여자가 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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