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말에 귀를 기울인다는 건

어린이보다 어른 편을 드는 사회

윤하 | 기사입력 2004/10/17 [22:03]

아이들 말에 귀를 기울인다는 건

어린이보다 어른 편을 드는 사회

윤하 | 입력 : 2004/10/17 [22:03]
며칠 전, 초등학생 몇 명이 담임 교사를 경찰에 신고한 사건이 있었다. 담임 선생님이 학생들을 때린다며 폭력교사로 처벌해 달라고 했던 모양인데, 그 사건을 전하는 앵커도, 또 그 기사를 취재한 기자도, 게다가 학부모들조차 학생들의 마음을 헤아려 보려는 자세는 어디에도 없다는 것에 나는 먼저 놀랐다.

앵커는 옛날에는 스승의 어쩌구 저쩌구 해가며, 오늘날은 세상이 변해도 너무 변했다는 한탄조의 멘트를 곁들였고, 한 학부모는 아이들이 맞을 짓을 했으면 맞아야 하지 않느냐고 거들었다. 또 학생들을 체벌해 문제가 된 바로 그 교사는 한 학생이 말을 듣지 않아 나가서 반성문을 쓰라고 실갱이를 벌이는 과정에서 등을 몇 대 때렸을 뿐이라고 얼버무렸다. 아무튼, 경찰은 이들 학생을 집으로 돌려보내고 학교에서 알아서 처리하라고 결론냈다고 했다.

결국, 이 사건은 그저 일부 초등학생들의 맹랑한 행동 정도의 해프닝으로 끝을 맺었다. 그러나 나는 이토록 가볍게 이 사건을 취급하는 것에 대해 참을 수 없는 답답함을 느꼈는데, 그것은 그 어린이들이 세상에 대해 느꼈을 답답함과 비슷했을 것이다. 우리는 권력이 가난한 사람보다는 부유한 사람의 편을, 또 여성보다는 남성의 편을, 약자보다는 강자의 편을 든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런 상황들 속에서 수없이 많은 좌절감을 경험해왔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또한 권력은 어린이보다 어른들의 편을 드는 것 같다.

좀더 진지한 경찰관이라면, 우선 아이들에게 그 동안 그 교사가 그들을 어떻게 대했는지 차근차근 물어보면서 보다 분명하게 사건을 이해하려고 노력했어야 한다. 또 좀더 진지한 기자나 방송사라면 이 사건을 통해 학교에서 저질러지고 있는 체벌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이 사건을 다루는 것이, 누구보다도 바로 우리 어른들을 위해 더 필요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나는 어린이들을 때려야 한다, 아니면 때려서는 안 된다를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의 요구와 그들의 생각이 소통될 수 없는, 마치 벽을 대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우리 어른들과 우리 사회의 시스템을 문제 삼고자 한다. 그 보도를 들은 바로 다음날, 내게서 공부를 배우는 한 초등학교 4학년 학생은 속상해 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선생님, 그저께 소풍을 갔는데요, 한 얘가 들고 있던 빈 과자봉지를 잘못해서 놓쳤는데, 그만 봉지가 바람에 날라가 다리 밑으로 떨어졌어요. 그걸 어떤 선생님이 보시고는요, 다짜고짜 그 학생을 막 때렸어요. 그 얘가 일부러 그런 건 정말 아니었는데….”

그 어린이는 자기가 잘못했다는 생각을 하기에 앞서 더 많이는 억울한 마음이 들었을 것 같다.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닌데, 잘못해서 벌어진 실수에 대해 오해가 있었고, 그것이 설명되지 못한 채 맞아야 했던 그 어린이에게 이 일은 소풍 내내, 아니 앞으로 아주 오래 동안 상처가 될 것이다. 무조건 아이를 때리기에 앞서, 교사는 아이에게 왜 그렇게 했는지를 먼저 물어보았어야 옳다. 그래서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라면 왜 빈 봉지를 놓치지 않도록 꼭 쥐고 있어야 하는지 설명해 준다면, 충분히 조심성 있는 어린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부모들도 교사들도, 또 사회 역시, 어느 누구도 아이들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고 그들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는데, 어찌 그들이 자라 다시 아이들의 말에 귀 기울이는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아이들은 그들을 가르치고 돌보는 사람 이상으로 성숙해지기 어렵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들이 무언가 문제가 있다고 느꼈을지라도 그것이 어른들에 의해 이해되거나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그들 역시 그런 어른이 되기 쉽다.

우리가 어린 시절 수 없이 경험해 온 부모님과 선생님들의 부당한 대우들, 그래서 속상할 때도 정말 많았던 그 안타까움들을 떠올려 보자. 그러나 우리들이 고스란히 그런 왜곡된 모습을 닮은 어른이 된 것은 아닌지, 우리 아이들 역시 그런 사람들이 될 수밖에 없을 것 같아 더욱 안타깝다.
  • 도배방지 이미지

  • xian 2011/05/01 [11:59] 수정 | 삭제
  • 동일하게 적용이 되어야 하는 규칙이 있음에도 자신의 입장만을 고수하는 경우가 있지요. 예를 들면 아침에 학교에 와서 몇 시에 조회를 해야 하는데, 아침을 먹지 않았으므로 자신은 매점에 가서 아침을 먹고 조회를 해야 한다.는 식의 논리. 동일하게 적용이 되는 규칙도 예외는 필요합니다. 그러나 모든 규칙을 너무나 자신의 방식에서 해석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가정에서는 아이가 한두명이니 그 한두명을 당연히 우선에 두고 움직입니다만은 '학교'라는 더 많은 아이가 있는 사회에서는 자신의 행동이 여러 사람에게 미칠 파급도 생각할 줄 알아야 하고 학교에서는 이런 것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이는 이 상황에서 "배고파 죽겠는데, 선생님이 아침 못먹게 했어"라고 반응하게 되지요. 제가 부모의 입장이라도 선생님이 밥도 못먹게 하고 교장선생님 훈화말씀 듣게 했다고 한다면 화가 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모든 일을 볼 때 자신이 상식적으로 행동했다고 생각하는 만큼 다른 사람도 상식적으로 행동했다고 가정하고 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부모님들이 자신의 아이의 말만을 너무 일방적으로 듣고, 언론에서도 너무 한쪽의 입장만을 일방적으로 말하는 것은 아닌가 합니다. 물론, 너무 강압적인 어른들도 있고. 필요 이상으로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교사도 있습니다만. 대부분의 학생이 예의가 바른것 처럼, 대부분의 교사도 학생을 이해하려는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 김연서 2004/10/20 [03:44] 수정 | 삭제
  • 사람들 다 아이 시절 거쳤으면서, 자라고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잊어버리죠.

    어른들은 애들 말에 꼼짝 못하기도 하지만, 뭐 사달라고 하는 것이 대부분이고.

    뭘 배우고 싶은지, 학원에 다니고 싶은지, 옷이나 음악은 어떤 취향인지,

    그런 것들은 별로 존중받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 나인 2004/10/19 [22:44] 수정 | 삭제
  • 밑에 사실님의 말에 상당부분 공감합니다. 무관심으로 가기가 쉽지요.
    이 말이 누군가에겐 요긴한 변명으로 쓰일지도 모르겠지만,,
    아이나 교사나 부모나 제 살기 바쁜 세상아니겠습니까.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뭔가에
    대해서 생각해봐야 하는데, 그냥 얘기할 수 있어야 하는데.. 서로의 말을 맘 열고 받아들이기엔 세상이 너무 빨리 흐르고 뭐 그런것 같아요. 그냥 서로 '손해' 보지 않을 정도로만 하고 살게 되지요.
  • 노을 2004/10/19 [11:18] 수정 | 삭제
  • 아이들이 자라면서 사회인으로 살아가기 위해 어릴 적부터 부모와 교사들, 어른들이 권리의식도 키워주고 책임감도 키워줘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되고 있죠. 버릇없고 책임감도 없지만, 한편으론 무력하기만 해서 당하고 사는. 그런 게 요즘 아이들의 모습인 것 같습니다.
  • Ling 2004/10/18 [14:50] 수정 | 삭제
  • 조 아래 june님의 말에 감동먹은 게..
    아이가 말을 왠만큼 하게 되면, 오히려 아이 마음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덜 하게 되는 것 같다는 얘기.. 정말 그렇단 생각이 드네요.
    저는 어른과 아이 간의 권력관계가 문제라고 생각해요.
    기본적으로요.. 우리 어릴 때 생각을 해봐도 친구들끼리는 참 얘기도 잘 하고 어울리기도 잘 하다가.. 어른들 앞에만 서면 완전히 굳어버리는 그런 친구들 많았죠.
    무서워서라기보다요.. 사실 저도 그런 아이 중 하나였는데..
    어른들 세상은 따로 있고, 우리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미리.. 재단해버렸던 것 같아요.
    서로에게 손해죠.
    소통이 안 되면.. 어른들은 어른들 대로, 아이들은 아이들 대로..
  • 사실 2004/10/18 [11:52] 수정 | 삭제
  • 솔직히 요즘 아이들 이기적입니다.
    혼낼떈 따끔하게 혼내면서 왜 이게 나쁜행동인지 이해시키고 다독거려야줘야되는데
    사실 요즘 부모들은 너무 자식을 사랑해서인지는 몰라도 잘못된 짓을햇어도
    그잘못된 부분을 지적하면서 타일르는 부모없습니다.
    그런부분을 가르쳐야 아이들이 잘못을하고 그걸 지적하고 혼낼떄 받아들이는 능력도 배우는건데...ㅡㅡ 그런능력을 배우지못하다보니...남들이 잘못된 지적을해주면
    무조건 반발하고 잘못이라는 생각을 가지지못하더군여
    이번에 일어난 사건도 그 잘못된 부분을 지적한 선생님의 지적을 수용하거 받아들이는 능력을 재데로 배우지못한 아이들이 경찰서에까지 선생님을 고발한 사건으로 보여지는군요...
    제가 우려되는점은
    학교에서의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대할떄
    열정을 보이고 그 학생을위해 잘못된점을 따끔하게 이해시켜야하는데
    저런 사건들로 말미암아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무관심으로 되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괜히 잘못된 부분 지적해줫다가 저런봉변당하고...흠...그럴수도잇게다하는 생각이드네여..
    요즘 청소년들과 어린이들 사건사고가많은데...
    괜히 그런게 아니라고 보여집니다. 다 저런사건을 우려해서 몸사리는거져 ㅡㅡ
    괜히 아이들 건드렷다가 저런일 당할수도있으니...그냥 학생이 잘못된짓을해도 넘어가고,,무관심이져 한마디로...
    예전 저희시대떄 잘못된부분은 확실히 지적해주고 따끔하게 혼내주시던 선생님들이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고맙게 느껴집니다. 그게 진정한 사랑이엿다고 느껴집니다.
    근대 확실히 ㅋㅋ 많이떄린 선생님들이 나중에 기억이 제일많이 남더라구여
  • june 2004/10/18 [09:37] 수정 | 삭제
  • 아이가 말을 잘 하지 못할 때, 어른들이 자기 맘 알아주지 못하면 답답해하죠.
    그 때 어른들은 아이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을 해줘야하는데, 참 이상하죠?
    아이가 말을 왠만큼 하게 되면, 오히려 그런 노력을 덜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말을 할 줄 안다고 해서, 자기의 마음을 그대로 전달할 수 있다는 건 아닌데 말예요.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주려는 사람에게 마음 털어놓을 수 있는 거잖아요.
    가장 나쁜 건, 아이를 윽박질러서 기죽이고 자기 안으로 가두는 거라고 생각해요.
요가툰
메인사진
안 가본 길(2)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