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네 커피에 침을 뱉으마

민우회에 배달된 미스리 자판기

박봉정숙 | 기사입력 2004/11/28 [21:40]

[기고] 네 커피에 침을 뱉으마

민우회에 배달된 미스리 자판기

박봉정숙 | 입력 : 2004/11/28 [21:40]
<필자 박봉정숙님은 한국여성민우회 여성노동센터 사무국장입니다. -편집자 주>



“우리 회사 출근은 8시까지입니다. 오늘 아침 제 상사가 동료들 다 있는 가운데 절 앉혀놓고, 오천 년의 역사를 가진 우리 나라에 오십 년 밖에 안된 서양 역사가 잘못 전해졌다고 하면서 여사원인 제가 할 일에 대해서 이야기했습니다. 아침에 상사가 출근하기 전에 반드시 출근해서 상사 책상을 닦아 놓으라고 했습니다. 상사가 아침 7시 25분에서 30분 사이에 출근할 테니 저한테는 7시 20분까지 오라고 하더군요. 책상을 닦는 것도 그렇고, 저는 상사가 출근 전에 꼭 와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상사 출근 전에 여사원인 내가 출근해 있어야 하고, 책상을 닦아 놓아야 한다는 것. 이거 성차별 아닌가요?” (2004년 민우회 고용평등상담실 상담사례)

'아직도 이런 커피 타기, 책상 닦기에 대한 상담이 들어오나. 지금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도, '그래, 나도 이런 상황이야' 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물론 10년 전에 비해 커피, 카피 심부름으로 상징되는 직장 내 성차별은 많이 줄은 듯 하다. 커피 심부름을 시키면 '침 뱉어서 잘 저어 갖다 주라'는 대응방안이 새나갔는지 상담건수도 현격히 줄었다. 그러나 없어지진 않았다. 침 가지고 안 되는 사람이 있는 게다. 뿐만 아니다. 직장에서 여성은 행정보조, 업무보조, 혹은 심부름 정도의 단순업무를 하는 사람이고, 그런 일이 여성의 몫이라는 생각은 정보통신시대에서 다음과 같이 다양하게 재현되고 있다.

대기업에서 외부와의 메신저 사용을 금지하면서 이를 뚫을 수 있는 기능을 가진 메신저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그 프로그램의 이름은 '미스리 메신저'. 이 난데없는 '미스리'의 존재는 교사로 일하는 한 회원의 제보를 통해 알게 됐다. 남선생들이 많이 사용하더라는 이야기였다. 대체 어떤 프로그램인가 싶어 인터넷 통합사이트를 열고 "미스리(미쓰리)"라는 검색어를 쳤더니 어이없는 결과가 나왔다.

사무용품을 판매하는 '미쓰리 오피스'도 뜨고, 판매/거래/재고 관리프로그램인 Miss Lee(미쓰리) 3.40 에 대한 웹 문서도 뜬다. 이걸 뭐라고 하더라. 점입가경이다. 그리고 커피자판기 중에 가장 인기 있다는 '미스리 커피자판기'의 모습도 볼 수 있다. '미스리 자판기'는 민우회에서도 유명하다. 몇 년 전 민우회가 너무 많은 손님들의 커피대접을 감당하다 못해 자판기를 주문한 적이 있었는데, 바로 이 '미스리 자판기'가 우리 단체에 배달된 것이다.

감히! 당장 공장에 항의전화를 하고 반품을 시키면서 제작 중지를 요청했는데, 그 쪽의 대답은 "죄송하고 당장 반품은 받겠지만, 자판기 중에 가장 인기가 있는 제품이라 제작 중단은 어렵습니다"라는 거였다. 그러더니 아직도 나온다. 그 당시에는 자판기에 커다란 챙 모자를 쓴 여자그림이 있었는데, 그건 없어진 것을 보니 그 수준으로 우리의 의견을 받아들이기로 했나 보다.

더불어 '미스리 메신저'의 정체도 알게 되었는데, 다음과 같은 말로 기능을 설명한다. "덕지덕지 지저분하고, 어디 갔다 오면 사라져 버린 메모지. 불편하셨죠? 이제 미스리 포스트잇을 써 보세요. 잊어버릴 걱정도 없고." 미스리 메신저의 쪽지기능에 대한 설명이다.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다양한 기능을 구사한다. 미스리 팩스, 미스리 꽃 배달 서비스, 문자전송, 사다리 타기 기능 등. 온라인에서조차 여성의 시중을 받고 싶어하는 남성중심사회의 유치함에 기가 찰 일이다.

그러나 결국 이러한 상품 이름들은 그 시대의식과 문화에 맞지 않으면 사라지게 되어 있다. 소비자가 제대로 되고 볼일이다. 남성들이 제대로 된 소비자가 되도록 계속 침을 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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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yougam 2004/12/03 [02:19] 수정 | 삭제
  • 집에 교사가 한 분 계신데, 일년전인가..
    집 컴퓨터에 미스리라는 프로그램이 깔려있길래 뭔가하고 열어봤더니
    교사 업무를 위한 메신저 같은 프로그램인 듯 하더라구요.
    교사들 안에서도 저런 이름의 프로그램 사용에 문제제기가 있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여튼 여직원한테 잡무시키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듯한 저 이름에 피가 꺼꾸로 솓는거 같았어요.

    그리고 여직원한테 커피심부름.. 많이 줄었다고 해도 여전할 것 같네요.
    요즘 아르바이트하는데 커피며 자기가 먹은 밥그릇 설거지며..아무렇지도 않게 시키더라구요. 여성들의 일자리가 주로 서비스(아르바이트의 경우 홀써빙 같은)쪽으로만 늘다보니 그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경우도 느는 듯.

    소비자의 의식도 물론! 문제지만
    소비자로 하여금 무의식 중에 여성의 일에 대한 비하적이고 차별적인 인식을 갖도록하는 생산물을 만들어내는 생산자들에게도 일침을 가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 브렛 2004/12/01 [00:12] 수정 | 삭제
  • 그런식으로 따지면 회사에서 무조건 무거운물건과 위험한일들은 남자시키는데
    그것도 수당주는거냐?
    그렇게 차타고 메모하는게 불만이면 여자들도 남자들처럼 무거운물건좀 들고다니고 위험한일들좀 해바라.
    맨날 사무실에서 서류만 정리하고 워드만 치지말구,,,알겟냐?
  • 벤슨 2004/11/30 [20:32] 수정 | 삭제
  • 커피자판기도 한 기종이 아닌 것 같더군요. -_-
    남자들 중심으로 돌아가는 회사의 익숙함 때문이라고 하기엔 너무 구리죠?
  • 그러게요. 2004/11/30 [19:16] 수정 | 삭제
  • 김대리 대리운전, 김대리 퀵서비스,김대리 택배는 껀껀마다 만원에서 3만원 가량 돈받는 전문서비스직아닌가? 커피타고 메모하고 복사하는데 건당 얼마씩 연봉에 포함되나요?
  • 벨벳 2004/11/30 [14:56] 수정 | 삭제
  • 아래 브렛이라는 남자분의 글을 보니 더 명확하게 성역할 분담 논리가 성립이 되는 것 같군요.
    운전, 퀵, 택배와 차 타기, 메모 등의 차이를 모르다니.
  • 브렛 2004/11/30 [14:13] 수정 | 삭제
  • 인터넷 검색어에 김대리 쳐봐라~~김대리 대리운전, 김대리 퀵서비스,김대리 택배~~등등 수도없이 나온다~~니네 논리대로 하면 김대리는 언제어디서나 급할때 부르면 달려오는 배달의 기수냐??앵?? 진짜 별 하찮은 쓰잘데기 없는것가지고도 시비네~~
  • rose 2004/11/29 [22:38] 수정 | 삭제
  • "온라인에서조차 여성의 시중을 받고 싶어하는 남성중심사회의 유치함에 기가 찰 일이다."

    여자가 시중을 들어줘야 밥도 먹고, 술도 마시고, 심지어 옷 입는 것까지 그러는 남자들이 많다.

    자기네들은 손이 없냐 발이 없냐. 남자들에게 손과 발이 할 수 있는 일들을 가르쳐주자.
  • 주영 2004/11/29 [11:00] 수정 | 삭제
  • 꼭 회사에 한 명 정도씩 40대 남자 중에 여직원들 보고 '조선시대'를 읊는 사람이 있어서 문제가 되는 것 같습니다.
    여직원들이 많으면 그 남자상사가 따되는 수도 있겠지만요. -남자직원들도 별로 그런 사람 좋아하진 않죠.
    안 그런 경우엔 심하게 스트레스를 주는 것 같아요.

    젊은 층에서도 '미스리'에 대한 수요가 많다면 생각보다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보구요.
  • 델라 2004/11/29 [04:22] 수정 | 삭제
  • 커피에 침 뱉는 걸로 해결이 안 되지 않나요.
    아직도 커피 카피 노래가 와 닿는 여성노동자들이 있다는 사실이 씁쓸합니다.
  • 초록 2004/11/29 [01:57] 수정 | 삭제
  • 토픽감이네요. -_-
  • 지혜 2004/11/28 [23:50] 수정 | 삭제
  • 징그러울 정도에요.
    노래방에서 여자 끼고 "18번" 읊어대는 술주정뱅이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