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없이 ‘청소년운동’ 없다

민노당, 청소년 5대 인권운동 토론회

문이정민 | 기사입력 2004/12/26 [22:31]

청소년 없이 ‘청소년운동’ 없다

민노당, 청소년 5대 인권운동 토론회

문이정민 | 입력 : 2004/12/26 [22:31]
“청소년을 언제나 교육받아야 할 대상, 배워야 하는 어린아이로 여기는 사회적 통념을 깨고 청소년들이 직접 나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외친다.”

민주노동당 청소년위원회는 올 한해 온라인, 오프라인에서 청소년들이 직접 벌인 인권운동 중에서 “청소년들이 자신의 권익을 찾고, 현실을 바꾸기 위해 노력한 청소년 5대 인권운동”을 선정했다. 0교시 폐지투쟁, 인천외고 파면철회 운동, 18세 선거권 낮추기 운동, 학내 종교의 자유 투쟁, 학생회법제화 운동이 그것.

지난 21일 민주노동당 청소년위원회는 ‘2004 청소년 5대 인권운동 토론회’를 개최해 청소년들이 벌였던 5대 운동을 한자리에 모아 경과와 교훈을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학생이 무슨 인권이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이강훈씨는 2월 17일 발표된 정부의 ‘사교육비 종합대책’ 이후 보충수업, 자율학습 확대 조짐에 대항한 전교조 차원의 운동경과를 보고하면서 “학교의 입시기능을 확대하는 시도에 대해 처음으로 전국적으로 대응한 투쟁”이었으며, “과도한 학습노동에 대해 건강권 등 인권 차원에서 접근한 운동”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당사자인 학생들의 참여에 있어서는 뚜렷한 한계가 존재했다.

이강훈씨는 “홈페이지 고발창구라는 참여공간을 마련함으로써 조직화되지 않은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었으나 그것을 더 이상의 조직적 행동으로 연결해내지 못했다”면서, “이후 학생청소년 인권신장 운동에 있어 입시경쟁 구조 타파에 청소년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틀과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네티즌’이라는 형태로 불만을 표출하는 정도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

노현성 인천외고 파면철회 학생대책위원장은 “2003년 새로운 교장이 부임하고 난 후 학생과 교사의 의견을 무시한 채 생활선도규정개정일 비롯해 유급제도, 성적에 따른 시설물 차등이용, 단발령, 벌점제도 등을 실시했고 이에 항의하는 교사들에게 경고장을 보내고 결국 두 명의 교사를 파면했다. 이후 교사, 학부모, 학생, 졸업생 대책위가 구성됐고 부당파면철회와 학내민주화를 위한 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인천외고 분규진행과정을 설명했다. 이후 전면수업거부, 무기한 단식, 삭발식, 삼보일배 등 학내민주화를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했고 결국 파면된 교사는 복직판결을 받아냈으며, 부당한 제도들은 모두 폐지됐다.

노현성 학생대책위원장은 “이 운동을 하면서 느낀 것은 실질적 권한이 모두 재단에 있는 사립학교 법 개정 및 사학 분규 시 제도적 보완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점”이라면서 “무엇보다 학생의 인권을 무시하고 ‘학생이면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해야지 무슨 인권이야’ 라는 생각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학교에서 인권탄압적인 억압을 받고 잘못된 학사운영을 보면서도 가만히 있는다면 그건 학생의 탓”이라면서 “학생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진정한 청소년 운동”이라고 덧붙였다.

청소년 동의 없는 선거권은 반쪽

신정현 18세선거권낮추기 공동대표는 “18세로 선거권을 낮추는 운동은 단지 18세라는 나이의 개념보다는 청소년의 정치참여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상징한다”고 설명하면서 “매년 70만 명의 청소년들이 오로지 대학이라는 한 가지 목표만을 위해 살아가도록 교육받았고, 청소년들에게 정치는 대학을 가는데 방해가 되고 청소년을 더럽힐 수 있는 추잡한 개념으로 세뇌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신씨는 “우리 앞에 놓여진 가장 큰 산은 아무런 역사의식도, 사명의식도 없이 사는데 길들여진 청소년, 바로 우리 자신”이라면서 고민을 털어놨다. 신씨는 “이 운동이 성공한다면 과연 청소년들이 기뻐하고 반겨줄 것인가, 그런 생각을 하루에도 몇 번씩 한다”면서 “청소년들의 동의와 지지가 기반이 되지 못한 18세 선거권은 반쪽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올해 학내 종교의 자유 문제를 제기해 주목을 받았던 강의석씨는 “근원적으로도 인간은 자발적 행동을 선택할 때 두려움을 느끼게 되는 것인데, 복종이 미덕이라고 교육받고 있는 학생들이 자발적 행동을 선택할 수 있겠는가”라고 질문을 던진 후, “미션스쿨에 다니고 있는 학생들에게 특정 종교의 노래를 부르거나 경전을 읽게 해선 안되며, 종교의 자유보장을 위한 발전적 대화의 장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생회법제화운동본부 박상호씨는 “현재 대다수 중고등학교의 학생회는 학생의 대표적인 자치기구로 인정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학생들의 회의테이블인 대의원회의에서조차도 교장선생님의 훈화가 이어지고 학생부장 선생님은 건의사항을 그 자리에서 안 된다고 못박는다. 학생들의 건의사항은 그저 아이들의 불만이고, 학생은 교육받아야 하는 객체일 뿐”이라고 현실을 고발했다.

이어 박씨는 “많은 학생들이 그토록 원하는 두발자유, 급식문제 해결 등 학생들과 직접 관련된 부분은 학생들의 대표기구인 학생회를 통해서 말하는 것이 확실하고 바른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학생회 법제화는 학생회 임원뿐 아니라 모든 학생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토론을 주최한 민주노동당 청소년위원회의 구정인 준비위원장은 청소년위원회 신설 의미에 대해 “정당이 앞장서서 청소년들의 정치활동을 공개적으로 권장하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청소년 위원회를 만들었다는 것은 민주노동당이 청소년을 우리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책임 있는 주체로 인식하고 존중한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하면서, “청소년의 인권을 가로막는 모든 문제에 청소년들이 직접 나서고 해결해 나가는 데 청소년위원회를 적극 활용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 도배방지 이미지

  • Bee 2004/12/27 [19:31] 수정 | 삭제
  • 서태지 이후(?) 학생들 많이 주체적이 되었습니다.
    god 팬들의 조직력도 무서웠죠. 힘도 보여줬고.
    우리 때와 비교해서 그런 면도 느껴져요.
    돈을 많이 쓴다는 건 단점이지만요.
    교실붕괴 얘기도 하지만 붕괴될만하니까 그런 거 아니겠어요.
    바뀌어야 할 것은 교육계의 관행이죠.
  • 데리다 2004/12/27 [11:20] 수정 | 삭제
  • 취미활동도 못하는데 인권운동 한다고 하면 어른들이 기절하시겠죠.-_-
    십대들이 사회에서 주체로 인정받지 못하는 한 어려운 문제인 것 같습니다.
  • 넝쿨 2004/12/27 [09:14] 수정 | 삭제
  • 한동안 (아니 오랫동안 주욱) 청소년 인권운동의 한계나 딜레마라고 지적된 게 청소년들이 주체가 되지 못한다는 점이었죠.

    충분히 그렇게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른들의 입김에 놀아난다는 비판도 있었는데, 그보단 입김 부는 어른들의 문제가 컸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번 토론회에서 그래도 알찬 얘기나 나왔던가 봅니다.
    청소년 인권운동에 있어서 한 단계 올라가는 계기를 만들었음 해요.
요가툰
메인사진
안 가본 길(2)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