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아’ 만드는 부모의 금기

일탈의 기준은 무엇인가

문이정민 | 기사입력 2005/01/24 [17:56]

‘문제아’ 만드는 부모의 금기

일탈의 기준은 무엇인가

문이정민 | 입력 : 2005/01/24 [17:56]
“난 문제아야.” 고등학교 때로 기억한다. 친구 하나가 입에 달고 살던 말이다. 사실 그 친구를 보면 그다지 ‘문제아’로 볼만한 것도 없었다. 또래 아이들이 그렇듯, 가끔 보충수업을 빼먹고 노래방에 가고 미팅을 하고, 그런 정도였다. 그런데 유독 그 친구는 모든 것에 대해 자책감이 컸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다고 안 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시험이 끝나 친구들끼리 교복을 입고 노래방에 갔다. 당시에는 노래방에 학생이 출입하는 것은 금지였는데, 마침 그날 안타깝게도(?) 단속이 나왔다. 갑작스런 단속에 우리들은 모두 엎드려 소속과 이름을 말했고 명단은 학교로 넘어갔다. 그 다음날 담임은 명단에 적혀있는 이름을 불렀고, 우리는 호명된 채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나 정작 긴장한 우리들에게 교사는 대뜸 “넌 노래점수 몇 점 맞았냐”고 묻고는 웃어넘기고 말았다.

그런데 여전히 그 친구는 매우 침통하고 우울한 얼굴이었다. 사연을 들어보니, 지레 겁을 먹은 친구가 부모에게 노래방에 간 사실을 이실직고했고, 부모는 불이라도 난 듯 놀라서 학교를 찾아와 교사에게 사죄했다는 것이다. 난 그 친구의 부모를 보면서 그 친구가 평소 왜 그렇게 자신을 ‘문제아’ 취급을 했는지 짐작이 갔다. 그 친구는 조금만 부모의 기대에 못 미쳐도 ‘별종’이거나 ‘문제아’ 취급을 받았었고, 그런 자신을 서서히 ‘막 나가는 애’로 정체화하고 있는 듯 보였다.

사실 노래방에서 노래 몇 곡 부른 것이 대단한 죄는 아니다. 사회는 ‘노래방 학생 출입금지’를 원칙으로 정해놨지만 교사가 그랬던 것처럼, 어느 집에서는 노래방 갔다 온 것쯤은 웃으며 허용할 수 있는 해프닝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친구의 집에서는 그것이 금기였고 일탈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부모가 받아들이고 있는 가치체계다.

자라면서 우리가 가장 밀접하게 부딪히는 관계 중 하나가 아마 부모와의 관계일 것이다. 따라서 부모의 기준은 아이들에게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친다. 각 가정의 가치판단과 규칙은 대부분 부모에 의해 정해지기 때문에 아이들은 그 기준에 따라 ‘문제아’가 되기도 하고 ‘모범생’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절대 혼전 성교는 안 된다’, ‘10등 이하는 안 된다’, ‘9시까지는 귀가해야 한다’ 등등 부모가 정해놓은, 암묵적으로 들이대는 각 가정의 규칙들은 정상과 일탈을 가를만한 기준으로 작용할 수 없다. 그저 부모들이 생각하기에 그것이 ‘옳고 안전한 것’일 뿐이다.

문제는 이렇듯 부모의 금기가 강력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 자신의 행동을, 자신의 과실보다 훨씬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자책한다는 데 있다. 안 그래도 사방에서 ‘금기’를 들이미는 사회 속에서 부모마저 세상 무너질 듯 덜덜 떨며 두 손을 내젓고 있으니, 그것을 바라보는 아이들은 얼마나 불안하겠나. 사실 자식이야 누구든 부모의 기대치를 하나하나씩 깨나가는 삶을 살지 않던가. 그런데 유독 그 기대에 못 미쳐 좌절하고 괴로워하는 이들을 보면 그들의 어깨에 얹혀 있는 부모의 무게를 느껴진다. 자신의 욕구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대에서 하나씩 벗어날 때마다 ‘부모 실망시키는 놈’, ‘인생 글러먹은 놈’, ‘어둠의 자식’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나서 정말 ‘막 나가게’ 되는 경우도 있다.

돌이켜보면, 그 친구를 정말 ‘문제아’로 만들었던 것은 부모의 ‘금기’였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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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1/27 [00:42] 수정 | 삭제
  • 학교에서 뒷담 넘었다고 4명이 걸렸었는데, 걸린 애들이 (나를 포함해서) 좀 날티가 나는 친구들이라서 그런지 교무실에서 오랫동안 무릎을 꿇고 있었던 적이 있죠.

    저는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우리 담임도 그냥 혀를 끌끌 차고 좀 웃으면서 넘어가려고 했는데, 우릴 발견한 그 선생님이 괜히 난리를 치면서 우리 중에 자기네 반 애 엄마한테까지 전화를 하는 거였어요.

    그런데 그 애 엄마가 오셔서는 교무실에 무릎꿇고 앉아있는 우리를 보시더니, 그 선생님한테 "선생님은 학교 담 한 번도 안 넘어보셨어요?" 그러시더군요. 하하핫. 그 애 엄마 정말 멋있었어요. 우리 엄마였다면 더 무섭게 따지셨을 테지만요. (바쁜 엄마들을 그런 일로 학교에 불러냅니까.)

    그러나 어떤 친구들의 경우는 달랐죠. 그런 때 무조건 너는 맨날 하는 짓이 이 모양이냐고, 애를 못할 짓 한 것처럼 몰아가는 경우도 있잖아요. 그런 부모 밑에 있으면 안좋죠.... 부모나 선생님이나 좀 동글동글하면 좋겠어요.
  • woofer 2005/01/25 [19:53] 수정 | 삭제
  • 애들도 다 같지가 않아서 대범한 애들이야 부모가 이해심이 부족해도 견디지만, 마음 약한 아이들은 많이 상처를 받고 그게 평생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자녀교육이 말처럼 쉽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자식을 사랑한다면 부모가 양육에 드는 비용이나 정성만큼 자녀를 이해하는 데에도 신경을 써야겠죠.
  • 독자 2005/01/25 [10:26] 수정 | 삭제
  • 같은 잘못을 해도 너무 심하게 야단을 하고 애를 인격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몰면 진짜 밖으로 나가버리게 됩니다. 부모나 교사가 자녀와 학생을 너무 자기 기준에만 맞추려고 하면 이런 문제가 생깁니다. 부모자식간엔 세대차이도 있고 서로 생각이 다른 면이 많을 수밖에 없는데 부모가 너무 완고할 때 자식을 기 죽이고 멀쩡한 애를 못난 애로 만드는 부모도 많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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