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실태, ‘폭력의 악순환’ 보여줘

여성부 전국단위 실태조사결과 발표

문이정민 | 기사입력 2005/03/01 [03:54]

가정폭력실태, ‘폭력의 악순환’ 보여줘

여성부 전국단위 실태조사결과 발표

문이정민 | 입력 : 2005/03/01 [03:54]
여성부는 2004년 9월~12월까지 전국 가정폭력 실태를 조사했다. 그 동안 가정폭력에 대한 조사는 많았지만 부부폭력 위주로 다루거나 특정 지역에 한정하고 표본수가 적은 한계를 가지고 있었던 데 비해, 이번 조사는 부부 및 아동, 노인을 포함하고 있으며 전국적 차원에서 이뤄진 첫 조사라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여성부는 실질적인 혼인 경험이 있는 전국의 가구를 대상으로 성인 남녀 6,156명(남성: 3,071명, 여성: 3,085명)에 대해 조사를 진행했다.

6가구 중 1가구, 배우자에게 맞고 산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배우자 폭력실태’의 경우 지난 1년간 배우자로부터 ‘신체적인 폭력을 당했다’는 응답자가 전체 응답가구의 15.7%로, 기혼가구 6가구 가운데 1가구는 부부간에 신체적 폭력을 경험하고 셈이다. 신체적 폭력뿐 아니라 정신적 폭력, 성적 폭력까지 포함하면 비율은 훨씬 높아져 44.6%에 달한다.

그렇다면 누가 가해자인가. 조사에 따르면, 방어적 폭력이나 대응 폭력을 제외한 주도적 폭력의 행사자는 남성이 12.1%로 여성 3.7%보다 높게 나타났다. 특히 발로 차거나 주먹, 혹은 혁대나 몽둥이 등 물건으로 때리거나, 칼이나 흉기로 위협하는 심한 폭력을 기준으로 보면, 남자가 3.7%로 여자 1.2%보다 세 배 이상 높았다. 이에 대해 여성부는 “여성에 의한 남편폭력 대부분은 남편의 폭력에 대한 방어차원에서 행사되며, 우리나라 배우자 폭력의 대부분은 남성에 의한 아내폭력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배우자 폭력의 경우, ‘부부간의 관계’가 폭력발생률과 연관관계가 깊다. ‘평등형 부부’는 부부간 신체적 폭력률이 9.9%인 반면 ‘남편 우위형 부부’는 21.7%로 나타나 남편에게 권한이 집중될 때 폭력 발생률이 높게 나타난 것. 또 남편이 가부장적 태도가 강할수록 아내에 대한 신체적 폭력률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의전화, “학교에서 폭력예방교육 필요”

‘자녀(아동) 폭력’의 경우 지난 1년간 자녀에게 정신적 혹은 신체적 폭력을 행한 적이 있는 부모는 전체 응답자의 69.2%로 나타났다. 이중 신체적 폭력만을 기준으로 보면 51.9%. 전체 조사대상 가구 가운데 2가구 중 1가구에서는 부모가 자녀에게 신체적 폭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적이다.

아동에 대한 정신적 혹은 신체적 폭력은 아버지(63.9%)보다 어머니(74.4%)가 더 많이 행사하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에 대해 여성부는 “어머니가 자녀와 함께 있는 시간이 많고 일반적으로 어머니가 자녀의 교육과 보육을 전담하고 있는 가정이 많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자녀에 대한 폭력은 부모의 어릴 적 경험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결과 ‘부모가 아동기에 어떤 경험을 했는가’는 자녀에 대한 폭력 행사 정도에 영향을 미쳤다. ‘아동기에 부모의 부부폭력을 목격한 경험이 있는가’, ‘부모로부터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는가’ 두 가지로 나누어 각각의 경험여부에 따른 자녀(아동) 폭력률을 조사한 결과, 두 가지 경험이 모두 있는 경우에 자녀에 대한 폭력률이 가장 높았으며 두 가지 경험이 모두 없는 경우에 자녀(아동) 폭력률이 가장 낮게 나타났다.

이에 대해 한국여성의전화연합은 “이는 아동기 때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된 아동에 대한 대책이 시급함을 나타내 주는 것으로 의미가 크다”며 “학교폭력이 문제가 되고 있는 현실에서 가정에서의 폭력이 학교에서의 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교육과정에서 가정폭력예방에 대한 교육이 필수적이며 가정폭력뿐만 아니라 분절적으로 되고 있는 폭력 예방교육을 인권교육이라는 틀 속에서 총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논평했다.

부모(노인)폭력의 경우 정신적 폭력이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남성이나 여성 모두 자기 부모에 대한 폭력이 배우자의 부모에 대한 폭력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가정폭력방지법의 효과에 관한 설문에서는 피해경험이 있는 여성의 경우, 가정폭력방지법의 효과성을 인지하지 못할 때가 인지할 때보다 폭력 경험률이 1.5배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여성부는 “남녀 모두를 대상으로 한 가정폭력방지법 홍보 및 의식 교육이 필요한 것으로 보이며, 이는 가정폭력의 사전예방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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