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초등학생 일기검사가 ‘인권침해’라고 지적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한 찬반 양론이 팽팽한 실정이다.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일기검사가 지나치게 형식적인 관행으로 굳어버렸으며, 개인의 내면을 드러내는 일기를 검사하는 것은 사생활 침해라고 주장한다.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일기검사가 글쓰기 교육의 수단이며 생활지도에도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과거 학창시절 일기를 묶어 문집을 내던 시절에 대한 향수를 떠올리며, 소위 인터넷 시대 가벼운 글쓰기가 난무하는 세상에서 진솔한 일기를 쓰는 버릇을 익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그런데 ‘진솔한 내면’을 표현하도록 가르치는 글쓰기 교육이 학교에서 얼마나 잘 시행되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사실 일기를 쓰는 입장에서, 누가 내 일기를 본다는 생각이 들면 자기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일기란 겉으로 표현하기 어려워서 마음속에 쟁여둔 이야기다. 안 그래도 겉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이야기인데, 선생님이 보고 무슨 소리를 할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이라면 누가 속 이야기를 솔직하게 쓰겠는가. 많은 초등학교 학생들은 고학년이 되면 검사용 일기와 진짜 일기를 따로 쓴다고 한다. 필자의 경우, 방학 숙제용으로 두 달 치 일기를 한꺼번에 쓴 적이 많았다. 일기의 내용은 거짓말로 대충 채웠는데, 그 거짓말은 선생님이 봤을 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만한 평범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검열은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선생님이 검사를 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검열이 될 수 있다. 일기 검사만이 그럴까. 과거 스승의 날에 이루어지던 편지쓰기 대회를 떠올려보자. 스승의 날에 쓰는 편지란, 선생님에게 평소에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풀어내는 글일 것이다. 그런데 편지들을 일괄적으로 모두 쓰게 한 다음 선생님들이 순위를 매기고 상을 주는 것은 편지의 목적에 어긋난다. 이처럼 글쓰기 교육이 생활지도를 목적으로 ‘검사’를 하거나, 편지쓰기 대회처럼 순위를 매기는 방식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학생들이 솔직하게 자기 생각을 쓰는 분위기를 기대하기란 어렵다. 과거에는 일기나 편지를 비롯해서 전반적인 글쓰기 자체가 솔직한 표현과는 거리가 멀었다. 일단 주제 자체가 ‘통일’이나 ‘애국심’으로 제한되어 있었기에 그 주제가 요구하는 모범답안을 써야 상을 받을 수 있었다. 요즘은 글쓰기 주제가 교과서에 실린 소설들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을 묻는 등 다양하게 바뀌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을 전개하는 능력은 턱없이 모자란다. 게다가 ‘수행평가’ 등의 이름으로 점수가 매겨지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학생들이 자신의 의견을 전개하려고 애쓰기 보다는 손쉬운 모범답안을 찾는다. 사실 학생들의 글쓰기 능력 함양이라는 목적으로 실시되는 대입 논술부터 다들 모범답안을 보고 그 내용을 외우면서 공부하지 않는가. 어쩌면 일기검사라는 관행 자체가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솔직하지 못한 글쓰기 문화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일기와 편지는 모두 자발적이고 개인적인 매체다. 그렇다면 개인이 마음속에 담은 것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문장력에 대한 교육이나 학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쉬운 일기문학을 읽히는 것과 같은 다양한 교육이 필요하다. 일기검사가 필요하다/아니다 라는 좁은 논쟁 구도를 벗어나 현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전반적인 글쓰기 문화를 점검해야 한다. 학생들이 모범답안에 치우친 글쓰기 대신 자신의 현실에서 우러난 솔직한 글을 쓰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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