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이 많았던 일기검사. 그런데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 있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어느 설문조사 결과가 흥미롭다. 일기검사에 대한 찬/반이 비등하게 나왔다는 것이다. 찬성하는 학생들의 경우 ‘선생님과 대화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일기검사를 찬성했다고 한다. 일기가 대화용 매체가 아니라는 점을 부각시키지 않더라도, 일기를 통해 선생님과 나눌 수 있는 대화를 생각해보면 여러 모로 걱정스러운 면이 많다.
여전히 학교의 일상은 학생들에 대한 통제로 이루어진다. 두발과 교복 단속, 지각단속부터 시작해서 자율학습이란 명목으로 학생들을 학교에 잡아두는 것이나 여러 가지 명목으로 행해지는 체벌 등 모든 것이 학생들을 통제한다. 수업시간엔 화장실에 가는 것까지 선생님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일기검사 또한 이 같은 통제적인 문화에서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몇몇 선생님들의 경우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민주적인 대화를 시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통제적인 학교문화를 고려해 봤을 때, 일기를 통한 학생과의 대화는 민주적이기보다는 선생님의 일방적인 조언 혹은 잔소리일 가능성이 높다. 설문조사에서 일기검사를 찬성하는 학생들이 많다 하더라도, 실제로 일기검사를 당한 경험들을 구체적으로 물어보면 부정적인 애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왜 학생들은 선생님들이 요구하는 대답을 하는 것일까. 체벌조사에서도 일기검사와 비슷한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체벌을 찬성하는 학생들의 비율이 상당하다. 실제로 체벌을 당한 학생들이 체벌에 대해 부당함과 억울함을 느낀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체벌에 대해 일반적인 의견을 물어보면 체벌을 찬성한다. 이 역시 통제적인 학교문화에 원인을 돌려야 한다. 일방적인 잔소리와 간섭, 검열 속에서 학생들은 자신의 경험을 주체적으로 해석할 틀을 갖지 못한 채 소극적이고 의존적인 심성의 소유자로 성장한다. 그래서 선생님들이 요구하는 답, 혹은 이미 주어진 것을 그대로 반복하게 된다. 소극적이고 의존적인 심성은 입시중심 교육문화와도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학교 자체가 입시를 중심으로 돌아가다 보니, 학생들은 대학에 잘 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뿐 자신의 삶을 어떻게 꾸려나갈 것인지에 대해 별 다른 생각이 없는 것이다. 고등학교 1학년 때 한번 시행하는 진로탐색 검사가 학교에서 주는 정보의 전부다. 그래서 많은 학생들이 막연하게 어떤 직업이 좋겠다고 생각할 뿐, 수능시험을 몇 달 앞두고 자신의 점수로 진학 가능한 대학을 찾을 때 비로소 각 대학에 어떤 학과들이 있는지 찾는다. 가정에서의 교육도 학생들의 독립심을 키워주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학생의 성적을 향상시키기 위해 과외 및 학원비를 충실하게 대면서도 나머지 부분에서는 자식을 통제하고 ‘착한 아이’가 될 것을 요구한다. 여학생에 대한 통제는 특히 심하다. 물론 선량한 심성은 중요하다. 그러나 입시 중심으로 짜여진 일상 속에서 아이에게 ‘착함’을 요구하는 것은, 그 아이를 순종적으로 만들기 쉽다. 결국 아이들은 가능한 수준에서 학원을 땡땡이 치거나 수업시간에 딴 짓을 하는 정도로 일탈을 할 뿐 궁극적으로 학교와 가정에서 가르치는 대로 생각하고 따른다. 때문에 일기검사와 체벌에 대한 찬성비율이 높다고 해서 진정 그들이 그것을 원한다고만 판단할 일은 아니다. 이는 의존적인 심성의 학생이 많다는 사실을 반증할 뿐이며 아울러 학교의 검열과 통제문화를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학생이 독립적인 사람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나친 통제가 아니라 어느 정도 놓아주는, 자율적인 분위기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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