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신가족주의’ 유감

저출산 대책이 성별분업 강화해선 안돼

정이은 | 기사입력 2005/06/06 [23:36]

한나라당의 ‘신가족주의’ 유감

저출산 대책이 성별분업 강화해선 안돼

정이은 | 입력 : 2005/06/06 [23:36]
한나라당 이계경 의원 등이 발의한 ‘소득세법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 6월 2일 이화여대에서 열린 긴급 토론회 ‘신가족주의에 반대한다’에서는 이 법률안이 ‘신가족주의’라는 이름 아래 여성을 가부장적인 틀에 가두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졌다.

발제자로 나선 조순경 이화여대 여성학과 교수는 먼저 “사회주의 국가가 전쟁으로 상실한 남성노동자를 대체하기 위해 여성을 노동시장에 정책적으로 투입했지만, 가부장 제도에 대한 개선에는 관심이 없었다”며 “이번 발의안처럼 표면적으로만 이루어진 여성 정책의 배경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순경 교수는 이어서 “소득세법일부개정법률안은 표면적으로는 여성노동의 경제적 가치를 인정한다는 데에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저출산율과 고령화 사회’ 대책의 하나로 나온 것”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조교수는 발의안이 ▲생계부양자 남성과 전업주부 및 피부양자로 구성된 가족만으로 전제로 하고 있고, ▲다양한 가족과 가사노동의 현실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 기초하고 있으며, ▲법적 관계에 있는 전업주부의 가사노동만을 가치평가의 대상으로 하고, ▲위계적인 성별분업구조를 강화한다는 점에서 가부장적이고 차별적 이라고 비판했다.

이박혜경 인천발전연구원 여성개발센터장은 발의안에 대해 “생계 노동과 가사 노동을 혼자 담당하고 있는 한부모들의 가사노동의 가치 평가를 도외시하고, 맞벌이 부부들에게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주며, 법률혼 관계의 전업주부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편파적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박 센터장은 “만약 이 발의안이 가사노동이나 돌봄(노동)에 대한 지원이 되려면 실제로 가사노동을 수행하는 모든 주체들을 그 수혜대상으로 포함해야 하지만, 그것은 소득세의 전면적 감소이고 목표를 상실한 비현실적 정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토론자로 나선 한국여성개발원 박선영 연구위원은 “이번 법률안이 여성을 노동시장에서 내모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일본에서 실시했다가 2004년 폐지한 배우자 특별공제와 곧 폐지할 계획인 배우자 공제가 여성의 소득을 스스로 억제했다는 사실이 시사하는 바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토론회 참가자들은 또 이번 법률안을 단편적인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최근 ‘신가족주의’라는 이름으로 혈연가족관계와 가부장적 제도를 강화하려는 일련의 움직임이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여성부가 여성가족부로 바뀌고, 가족의 따뜻함과 힘을 보여주는 표어 공모전 등이 성행하는 상황이 이러한 맥락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한나라당이 법률안을 발의하기 전 전문가들에게 사전 검토를 받으며 반대의 목소리를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법률안을 내세운 것은 정책 남발로 인기나 얻고자 하는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토론회 참가자들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성의 전통적 성역할을 재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의 가
사노동 참여를 전제로 한 성별분업의 해체를 목표로 해야 한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 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여성을 위한 정책이라는 외피를 쓴 정책이 사실상 여성을 기만하는 정책”이라고 주장하며, 당장 폐지할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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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AN 2005/06/08 [10:04] 수정 | 삭제
  • 저출산문제도, 고령화문제도, 실업문제도, 그 귀결은 여자들 집으로 보내서 애 낳게 하고 살림하게 하고 노인봉양 시키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전통적 성역할에 갇히지 않게 전업주부들을 포함한 여성들이 모두 반대하고 저항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