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자율권보다 피해학생 인권이 ‘우선’

문제제기한 학생 궁지에 몰아선 안돼

은아 | 기사입력 2005/06/07 [04:37]

수업자율권보다 피해학생 인권이 ‘우선’

문제제기한 학생 궁지에 몰아선 안돼

은아 | 입력 : 2005/06/07 [04:37]
대학강의 중 교수에 의한 언어성폭력이 공론화될 경우 주로 가해교수의 수업자율권, (문제제기 하지 않은) 다른 학생들의 수업 받을 권리를 중심으로 논쟁이 이루어지는 양상을 보인다. 이 경우 언어성폭력에 의한 피해학생의 인권침해 문제는 발 붙일 곳이 없다.

한국성폭력상담소 법정지원팀 이경환씨는 “수업자율권이 다른 사람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까지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교수는 언어성폭력을 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수업자율권을 갖는다”고 주장했다. “성폭력적 발언을 통해서만 수업의 목적이 달성되는 경우는 상상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교수들은 강의 중 언어성폭력 문제를 ‘수업 내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경환씨는 “언어성폭력은 법률에 의거 우리사회에서 성희롱이라는 불법행위로 규정하고 있으며, 대학 내 반反 성폭력 학칙에 따른 규범에도 어긋나는 행위이기 때문에, 서로의 시각 차를 확인하는 학문적 토론의 차원에 그칠 수 없으며, 피해학생과 가해교수의 개인적인 문제가 아닌 사회적 차원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대 K교수 사건에서처럼 가해교수나 학교측은 사건공론화로 인한 언론보도를 의식해 자의로 수업을 중단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문제제기 하지 않은 학생들은 자신들의 수업 받을 권리를 주장하며 문제 제기한 학생을 비난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이경환씨는 “만약 교수가 강의실 밖에서 범행을 저질러서 피해자가 고소를 하고 법원에서 징역형을 선고하였다면, 수업을 듣던 학생들이 피해자 또는 판사에게 자신들의 수업 받을 권리가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타당한가?”하고 의문을 제기했다.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불법행위를 저지른 특정 교수로부터 징계조치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권리를 포함하지 않는다.”

또한 이경환씨는 "만약 가해교수에 대한 징계조치로 수업이 중단되었다면 그것은 학생들의 수업권이 침해되었다기보다는 제한되었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며, 교수가 자의로 수업을 중단하였다면 그것에 대한 책임은 문제 제기한 학생들이 아니라 교수에게 있다"고 했다.

교수 성폭력문제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여느 성폭력 문제에나 따라 다니는 가해자 동정론의 다른 얼굴이라 할 수 있다. 그 동안 자연스럽게 (학생들) 자신의 입으로도 내뱉던 말들을 언어성폭력으로 규정하는 현실이 불편해서 그럴 수도 있다. 이제는 “그럴 의도가 없었다”거나 “그것이 왜 문제”라고 항변하는 대신 변화하는 사회의 담론에 귀 기울이고 자신의 가치관을 성찰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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