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현대사를 다뤄 화제가 되고 있는 TV드라마 <제5공화국>은 지난 주말 광주민주화운동에 관한 내용을 방영했다. 방송 후 시청자 게시판은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로 도배됐다. 대부분 5.18을 보고 듣고 자란 세대들의 이야기 속에서 틈틈이 TV를 통해서 광주민주화운동을 처음 알게 되었다는 어린 학생들의 목소리가 심심치 않게 섞여 있었다.
광주민주화운동 이후 25년, 광주의 진실은 아직도 철저히 규명되지 못하고 있지만 젊은 세대들에게는 점점 먼 나라의 이야기가 되어 가고 있다. 지난 5월 한국사회조사연구소가 초,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5.18에 대한 인식도 조사에서 조사대상의 90%에 이르는 학생들이 5.18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다는 결과가 나와 충격을 줬다. 5.18에 대한 무지는 비단 어린 세대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직장인 A씨는 “5.18에 대해 그나마 알 수 있었던 것은 대학에 가고 나서였다”도 말한다. “주변에서 5.18에 대해 정말 무지한 사람들을 많이 본다. 표피적인 모습만을 가지고 전두환을 좋게 보는 사람들도 은근히 많은 것 같다”는 말도 덧붙인다. 혹자는 이러한 상황을 역사교육의 부재에서 찾는다. 중국과 일본의 역사왜곡에 맞서 뒤늦게 정부에서 역사교육 강화를 주창하고 나섰지만, 한동안 우리 교육에서 국사교육은 뒷전으로 밀려나 있었다. 국사가 사회과에 통합되고, 입시에서 선택과목이 되는 탓에 교육이 소홀해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특히 근현대사 부분은 덜 중요하게 취급되는 탓에 늘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대충 다루어지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러나 근현대사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은 ‘입시위주교육’의 문제만은 아니다. 근현대사는 과거청산의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5.18이 제대로 규명되지도 못한 채 묻혀져 가는 것은, 결국 우리 사회가 과거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역사를 배우는 것의 의미가 현재를 제대로 바라보고 더 나은 모습으로 가꾸기 위해서라면, 근현대사는 역사교육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중국과 일본의 역사왜곡만큼이나, 우리가 내부의 역사에 대해 무심한 것도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서도 단순히 잔인한 진압에 대한 즉물적 분노를 넘어서서 그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광주정신’으로 표현되는 저항 정신의 의미를 살리고 이어나가는 일에 힘써야 한다. 그것이 진정으로 역사를 배운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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