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길 되찾자’ 선언이 갖는 의미

19개 지역에서 열린 2회 달빛시위

김이정민 | 기사입력 2005/08/02 [01:16]

‘밤길 되찾자’ 선언이 갖는 의미

19개 지역에서 열린 2회 달빛시위

김이정민 | 입력 : 2005/08/02 [01:16]
지난 해 개최된 1회 달빛 시위는 유영철 연쇄살인사건 등 일련의 여성혐오범죄 사건과 성폭력 사건에서, 그 책임을 도리어 여성에게 묻는 여론을 문제 삼으며 여성들의 밤길을 되찾자고 외쳤다. 올해 2회 달빛 시위는 7월 29일 서울을 비롯 전국 19개 지역에서 동시에 열렸다. 슬로건은 ‘공포를 깨자, 분노를 터트리자’.

여성대상 범죄로 인해 행동에 큰 제약을 받아온 여성들이 기본권 보장을 외치며 열었던 행사는 세계 각국에서 이루어져왔다. 1973년 독일에서 연쇄 성폭력 사건에 대한 대응으로 시작된 거리행진 후, 벨기에와 영국, 미국 등 많은 나라에서 여성들은 폭력의 희생양이 된 여성들을 추모하고 성폭력에 반대하는 거리 행진을 확산시켰다.

이런 행사들은 여성에 대한 성적 폭력을 종식시키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주는 의미에서 세계 곳곳에서 연례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 한국성폭력상담소 주최로 1991년부터 1993년까지 ‘밤길 되찾기 걷기 대회’, ‘밤도깨비, 낮도깨비’ 등의 이름으로 시도된 적이 있다.

특히 “밤길을 되찾자”는 구호는 ‘밤길’이 여성들에 대한 통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시공간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누구나 안전하게 밤길을 다닐 권리가 있어야 함에도, 우리 사회는 오히려 밤길을 다녔다는 이유로 피해자가 된 여성들에게 책임을 물어왔다. 또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범죄는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일상적으로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경우 여성들은 귀가시간을 통제 당한다.

달빛 시위는 ‘밤길을 되찾자’는 슬로건을 통해 여성을 통제하고 위협하는 일상적인 시선과 공포를 해체하겠다는 선언으로서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밤거리를 활보하면서 가부장제 사회가 원하는 ‘정숙한 여성상’으로부터 벗어나려 하는 여성들의 외침에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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