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같은 반 아이들이 무서워질 때

십대이반에 대한 편견

까마종이 | 기사입력 2005/09/05 [17:47]

[기고] 같은 반 아이들이 무서워질 때

십대이반에 대한 편견

까마종이 | 입력 : 2005/09/05 [17:47]
월요일 아침. 한 아이가 반에 들어오고 애들이 한 마디씩 한다. “P야! 너 머리 왜 그래?”라고. P가 머리를 소위 “레즈”처럼 하고 왔던 것이다. P도 자기 헤어스타일에 불만이 있는지 잔뜩 찡그린 표정으로 푸념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그냥 좀 짧게 해 달랬더니 귀까지 파 놔서 이제 시내도 못 다니겠어!”하면서.

자연스레 이야기의 주제는 ‘레즈비언’이 되었고 난 불편했지만 그냥 듣고 있었다. 그런데 점점 갈수록 분위기가 격해지고, 싫어하는 애 뒷담을 할 때보다 더 열을 올리며 욕을 하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려니, 매일 같이 노는 아이들인데도 무서워졌다. 내가 이반이란 걸 알면 뒤에서 무슨 욕을 할까 싶기도 하고, 애들이 이렇게 싫어하는구나 싶기도 하고.

거기 끼어서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울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빠져나가기도 뭣해서 계속 서 있던 나에게 한 아이가 갑자기 “칼머리 년들 재수 없다 아이가?”하며 동의를 구한다.

“난 별로….”

그러자 그 아이가 기다렸다는 듯이 한 마디 한다.

“그럼 넌 진짜냐?”고.

갑자기 애들이 조용해지고 “레즈”머리를 한 아이에게 가 있던 시선이 나에게 옮겨져 난 어쩔 줄 몰라 당황했다. 다행히 그 때 선생님이 들어 오셔서 얼버무릴 수 있었지만 난 그 애가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 생각하느라 하루 종일 멍하니 있었다. 내가 그 때 “응”이라고 말했으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알고 있으면서 떠 본걸까, 전에 내 지갑에서 명함이라도 본 걸까, 팔짱 끼었을 때 팔을 빼고 가던 것도 그래서였나.

하지만 난 애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그런 이야길 한 아이에게 화도 낼 수 없었다. 그랬다간 ‘나 이반이에요’하는 꼴밖에 되지 않을 테니.

어떻게 해야 이 아이들의 동성애에 대한 편견을 고칠 수 있을까. 언제쯤 이런 말을 듣고 내가 아이들 앞에서 화를 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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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색 2005/09/08 [23:00] 수정 | 삭제
  • 재수 없다는 식으로 잘 알지 못하면서 욕하는 소리들.
    그러나 한 명이라도 친구가 있으면 알고보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있죠.
  • 까마종이 2005/09/08 [00:09] 수정 | 삭제
  • 사실 좀 짧다싶으면 일단 의심하기 때문에
    딱히 어떤 머리스타일이라고는 할 수 없을 듯해요
  • rockgirl 2005/09/07 [00:15] 수정 | 삭제
  • 잘 알지도 못하면서 동성애 혐오에 왕따까지 이어지는 학교가 무섭죠.

    ((십대이반의 글들 볼 수 있어서 좋네요..))
  • 흠.. 2005/09/06 [11:35] 수정 | 삭제
  • 숏커트가 레즈머리를 굳혀졌나보군요. 내가 알던 때는 짧은 단발이었는데... 이 쪽도 문화가 바뀌니까.
    그런데 왜 이반이 날라리 그룹 중 하나 정도로 인식되는 걸까요.
    청소년 이반들 중에 말못할 고민도 많고 상처받는 사람들 많은 것 같아요.
  • 바늘 2005/09/06 [03:13] 수정 | 삭제
  • 십대때는자신과다른것에대해더 못받아들이고 재수없다고말하거나 욕하고 왕따시키고 그러기 쉬운 것같다.나역시도그런면이없지않았던것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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