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동력은 ‘비폭력’

이라크 자이툰 부대 철수해야

김혜옥 | 기사입력 2005/09/19 [22:59]

평화의 동력은 ‘비폭력’

이라크 자이툰 부대 철수해야

김혜옥 | 입력 : 2005/09/19 [22:59]
<필자 김혜옥님은 일본 리츠메이칸(立命館) 대학원 박사과정에서 평화교육 실천방법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편집자 주>

군사력 없이도, 무기 없이도, 평화의 힘을 창출할 수 있는가?

이에 대해 ‘비폭력의 힘’, ‘평화의 힘’을 현실적으로 실증할 수 있는 하나의 사례를 들어 보고자 한다. 우리는 이 사례를 통해 평화의 힘이란 끊임없는 군사대국화나 군비나 무기의 증강에 의해서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일본 자위대 파병으로 오랜 ‘신뢰’ 깨져

지난 6월 5일, 일본평화학회 2005년 춘계연구대회에서 “국제협력 21년-무기를 휴대하지 않은 안전보장”이라는 주제를 갖고 현 일본의 보수우경화 흐름에 의한 일본정치를 신랄하게 비판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바로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의 국경 지역 부근에서 20년 이상 의료활동을 펼치고 있는 의사들의 모임인 페샤와루회 소속의 나카무라 테츠(中村 哲) 씨이다.

그가 의료활동하고 있는 병원에는 아프가니스탄 사람들(특히 여성들)이 많이 찾아와 의사에게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먹을 것을 갖고 와 함께 나누어 먹기도 하면서 서로의 신뢰를 쌓아가며 인간과 인간으로서 평화적 관계를 유지해 왔다고 한다.

또한 그는 탈레반 쪽의 깃발이나 현 정부의 깃발을 공평하게 가지고서 누구라도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평등주의 운동을 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은 나카무라씨의 의료활동에 깊은 믿음을 지니고 있었지만, 그러나 지금은 원만한 관계가 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유는 일본 정부가 자위대를 이라크에 파병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평화헌법을 갖고 있는 나라로서 그 동안 대외적으로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었는데, 국가의 잘못된 판단에 의해 아프가니스탄에서 대일감정이 악화되었다는 것이다.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은 ‘왜 일본이 헌법을 위반하는가?’, ‘나카무라씨도 언젠가는 배신할지 모른다’는 불안한 심경을 드러내고 있다고 했다. 자위대를 파병시킨 사람이 나카무라씨가 아니지만, 단지 일본 국민이라는 이유만으로 그의 의료활동이 난처해졌다는 것이다. 그가 20년 이상 쌓아 올린 평화적 활동이 ‘국가안보’라는 일본 정부의 허구성에 의해 한 순간 무너져 버릴지 모를 일이 되었다.

나카무라씨는 일본정부, 정치가에 대해 지금까지는 직접적으로 비판했던 적이 별로 없었지만, 이번 일본 평화학회에서는 일본평화헌법 개정 움직임과 국가정책을 만드는 정치가를 향해 날카롭게 비판했다. 그가 20년 이상 비폭력 방식으로 평화를 만들기 위해 행한 활동에 대해 일본정부는 과연 무엇으로 답해야 할 것인가?

아프간의 평화는 군사력 아닌 ‘물’로

어느 누구보다도 폭력성이 난무한 현장에서 온갖 고통과 아픔을 이겨내며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현지 사람들의 소리를 가장 정확하게 들어 왔던 그야말로, 평화의 소중함을 가장 잘 이해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우선 물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직접 우물파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쳤고, 모인 금액으로 현지에 물을 공급해 줄 강둑공사를 했다. 산줄기 사이로, 길 사이로 물이 흐르고 있는 장면을 보면서 현지인들과 함께 기뻐하던 나카무라씨의 모습을 방송에서 접하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는 현지인에게 있어서 평화의 기초는 군사적 힘이 아니라 직접생존권과 관련된 물이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나카무라씨는 학회 참가자들에게 아프가니스탄에는 지금도 매일 수십 명이 죽어가고 있다고 호소했다. 전쟁 이후 더욱 반미운동, 반미군 운동이 거세지고 있지만, 어느 미디어도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있는 것은 왜일까?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은 ‘노예가 되는 것은 싫다’고 분명하게 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가 그 목소리를 무시하고 있다.

비평화적인 지역에서 지금까지 정치가들이 지키지 못한 평화헌법을 지켜왔다고 말하는 나카무라씨는, 시민을 속이는 정부정책의 문제를 지적하며 참된 평화를 만들기 위해 일본정부가 과연 무엇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인가 의문을 던지고, 현실적인 정치에 무관심해지고 무감각해지는 일본 세대들의 의식을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 것인가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정치가들이 보여주고 있는 폭력적이고 비평화적인 모습에 대해 너무나도 직설적으로 비판하는 그의 메시지가 아주 강하게 전달됐다. 한국의 이라크 파병에 대한 정치가들의 비평화적인 태도와 최근 이라크 자이툰 부대 연장안에 대해 심상치 않은 조짐들이 보이는 상황 속에서, 나라를 지키는 것은 군대나 무기력이 아니라는 것을 현지 평화활동을 통해 보여준 나카무라씨의 의견이 무거운 깊이로 다가왔다.

그는 자신이 갖고 있는 무기는 “단지 인간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의료도구와 비폭력 평화사상뿐”이라고 말했다. 비폭력의 힘에 의해 20년 이상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사람들과 친구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서로간의 다름에 대해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 타인의 고통과 아픔을 나의 아픔처럼 동정이 아닌 공감을 통해 느낀다면 그것이 바로 평화의 길에 들어선 것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평화에 대해 생각하는 자신부터 반성과 고백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본다. 진정한 평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나로부터 평화실천, 비폭력 실천을 행해야만 할 것이기 때문이다. 평화는 말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더욱이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더욱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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