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노동자들의 현실은 지난 10년간 어떻게 변화했을까.
서울여성노동자회는 평등의전화 10년을 맞아 ‘여성노동자들의 현실, 그리고 재도약을 위하여’라는 주제로 기념 토론회를 열었다. 1995년 9월 여성노동자들을 위한 전문상담 창구로 문을 연 평등의전화는 현재 전국 8개 지역에서 전화, 면접, 인터넷을 통한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토론회에선 지난 10년간 전체 상담 1만7천372건 중 서울 지역에서 진행한 5천106건을 토대로, 변화된 여성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성향, 이에 따른 법제도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황현숙 평등의전화 소장은 최근 들어와 “모성보호 상담이 급격히 늘어났다”며, 그 원인에 대해 “모성보호 관련법 개정 이후 사업주들이 법으로 명시된 90일 산전후 휴가를 고의적으로 기피하거나, 휴가를 신청한 여성노동자들에게 해고 등 불이익을 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평등의전화에는 직장 내 성희롱 관련 상담이 많이 접수되고 있는데, 그 중 30%가 예방 책임이 있는 고용주에 의해 발생했고 10인 이하 영세사업장이 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성희롱 예방교육 특례사업장인 10인 이하 사업장이 직장 내 성희롱의 사각지대임을 알 수 있다. 내담자들의 특징은 기혼여성이 비혼을 앞지르고 있는데, “예전에 비해 결혼 후 경제활동을 하는 여성들의 비율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특이할 만한 점은 비정규직과 영세사업장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급격히 증가하는 것에 비해, 비정규직의 상담신청 비율은 높지 않았다는 것이다. 평등의전화 측은 “잦은 이직에 따른 고용불안정으로 인해 작업장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할 의지를 갖기가 힘들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공정한 직무평가 개발해야 박선영 한국여성개발원 연구위원은 고용상의 성차별을 금지하는 법률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성차별 고용관행이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모성권 보장을 통해 여성의 노동권을 보장하려고 하는 여성노동관계법이 현실을 움직이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의견을 냈다. 또 남녀 간의 임금격차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대다수 여성들이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 큰 폭의 임금격차가 존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성별격차가 축소됐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위법한 임금격차를 금지하고 있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선언적인 규정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박선영 연구위원은 차별금지 원칙을 현실화시키고, 여성비정규노동자에 대한 교육훈련 기회를 확대하는 한편, 가내노동법 제정, 최저임금제 개선, 간접차별 금지강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의 적극적 조치,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사용자 책임 강화, 성희롱 행위자 범위확대, 직장과 가정의 양립지원체계의 확립 등을 법 제도적 대안으로 제시했다. 김진 변호사는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 개선과 ‘성별에 의한 차별’ 개선 노력이 서로를 보완해주고 시정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의 현실화를 위해 “직무평가의 공정성 재고를 위한 공공적 직무평가를 개발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서울여성노동자회 등 여성노동자들의 삶을 개선시키려는 각계의 노력으로 많은 변화들이 있었지만, 영세사업장과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노동권 보장을 위한 대책은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라는 것이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의 전반적인 견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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