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봉사라 말하지 마라”

어머니 급식당번 폐지운동 1년

정이은 | 기사입력 2005/10/25 [01:22]

“자발적 봉사라 말하지 마라”

어머니 급식당번 폐지운동 1년

정이은 | 입력 : 2005/10/25 [01:22]
어머니 급식당번 폐지를 위한 모임(cafe.daum.net/momcry)은 지난 21일, 출범 1주년을 맞아 배제대학교 학술지원센터에서 어머니 급식당번제 폐지운동을 중간 점검하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모임은 “자녀양육의 일차적 책임자를 어머니로만 한정하고 ‘정상가족’ 범주에 속하지 못하는 가족에게 불필요한 낙인과 고통을 안겨주는 제도”라며 학교 어머니 급식당번제의 폐지를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다. 지난 1년 간 서울시 교육청 앞 1인 시위와 기자회견 등을 통해 어머니 급식당번제의 실태를 알리는 한편, 교육청과 교육인적자원부 앞으로 공개질의서를 발송해 폐지를 요청한 바 있다.

1년 간의 활동에 대해 회원들은 “어느 운동 진영에서도 제대로 문제 제기조차 하지 않았던 것들을 들추어 내고 이슈화시켜 대중적 공감대를 얻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이런 노력 속에 지난 2월 중순 서울시 교육청은 각 초등학교에 강제배식당번제에 대해 금지의 내용을 담은 공문을 발송했고, 현재 서울시 대부분 초등학교에서 어머니 급식당번 제도의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일부 학교는 학부모 당번제를 실시하고 있거나(5.4%), ‘순수자원봉사제’라는 형식을 통해(60.1%) 배식 인원을 충당하고 있어 문제로 지적됐다.

이 모임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조주은씨는 “저학년 자녀를 학교에 맡겨놓은 상태에서 학부모 당번제와 순수자원봉사제 사이의 경계가 현실적으로 모호하다”며, 순수자원봉사제가 사실상 어머니급식당번제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대표는 또 “학부모 배식 당번제 폐지 후 유급 제 인력을 활용하는 학교도 10% 가량 되는데, 이에 따른 경제적인 부담을 학부모에게 전가하고 있어 문제”라고 비판했다.

어머니 급식당번 폐지를 위한 모임은 “‘급식도 교육’이라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학생들에게 자율배식을 하도록 해야 하고, 배식 관련 인원을 100% 유급인력화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유급인력에 대해서는 국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 모임의 주장이다.

박은미 학부모 회원은 전업주부 위주로 급식당번제를 실시하고 있는 것에 대해 “전업주부와 직장을 다니는 어머니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갈등을 초래”하고 있으며, 대책마련이 없을 시에는 “담임선생님의 배식과 청소요구에 학부모들이 응해야 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고 말했다.

이 날 자리에 참석한 최순영 국회교육위원회 민주노동당의원은 “급식당번제도의 개선은 정부의 급식 지원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 문제를 자발적인 봉사 차원으로 풀어나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박혜성 전교조 서울지부 교육선전국장은 “현재 서울시 교육청이 1억 2천억의 빚을 지고 있는 상황이라, 배식을 위한 유급 인력을 충원하는 일에 대한 논의가 사실상 후순위로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토론자들은 “문제의식의 공감 정도와 대응 방식이 일치하지 않는 것 아니냐”며, 전교조와 교육청을 상대로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현재 어머니 급식당번 폐지를 위한 모임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여전히 어머니 급식당번제를 운영하고 있는 특정 학교를 제소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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