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왜 여성만화가의 고료는 더 적을까?

‘정해진 고료’에 대한 의문

선경 | 기사입력 2005/11/08 [02:33]

[기고] 왜 여성만화가의 고료는 더 적을까?

‘정해진 고료’에 대한 의문

선경 | 입력 : 2005/11/08 [02:33]
만화를 하겠다고 마음 먹었을 때, 만화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나에게 ‘평등한’ 장르처럼 보였다. 일단 시작할 때 큰 돈이 필요하지 않다. 종이와 펜과 연필과 지우개만 있으면 누구라도 시작할 수 있다. 돈을 들여 정규교육을 받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것이 아니라) 크게 중요하지 않다. 무엇보다 내가 ‘여성’이라는 점이 만화가가 되는 데에 있어서 장애로 작용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여성독자가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확실한 시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순정만화가의 원고료와 소년만화가의 원고료가 다르다는 것을 알았을 때 의아함을 넘어선 이상한 기분에 휩싸였다. 보통 잡지 연재를 하는 만화가들의 원고료는 인지도와 경력에
 따라 다르게 책정된다. 그런데 여기에 성별 기준이 하나 더 첨가된다. 일반적으로 신인작가를 기준으로 했을 때, 여성만화가는 페이지 당 2만5천원, 남성작가는 3만5천원 정도를 받는다.

소위 ‘순정’ 작가들은 ‘소년만화’ 혹은 ‘극화’를 그리는 작가들보다 한 단계 더 낮은 수준에서 출발하게 되는 것이다. 잡지 연재를 하지 않는 단행본 작가들의 경우도 이를 기준으로 잡아 지급하게 되는데 보통 순정 신인 작가는 약 250여 만원, 소년만화의 경우는 350여 만원이 단행본 한 권의 원고료로 지급된다.

몇 년 전 어떤 작가에게 이에 대해 물었을 때 “소년만화 시장이 순정보다 더 커서”라는 대답을 들었다. 그러나 최근 소년만화 시장 다 죽었다는 소리가 나오는 상황에서도 이처럼 성별 고료 차이는 굳건하다. 한 남성작가는 “소년작가는 순정보다 배경도 정교하고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어시스트들을 많이 써야 한다”는 말로 고료 차이를 정당화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한 순정작가는 “우리는 어시스트를 쓰고 싶어도 줄 돈이 없어서 못 쓴다”는 냉소를 보이기도 했다. 모든 소년만화들이 ‘화려한 자선에 끝내주는 배경’으로만 가득 차 있는 것도 아니다.

여성만화가 원수연은 2003년 아웃사이더 11호에 기고한 글 <만화 고통의 혼절... 그리고 혼절의 쾌락>에서 고료 차이에 대한 출판사의 입장을 이렇게 밝히고 있다. “출판사의 이론을 빌리자면 남자 만화가들의 작품은 책이 나오고 일주일이면 팔릴 만큼 다 팔린다는 것이고, 여자 만화가들의 작품은 두고두고 야금야금 천천히 나가기 때문에 부수가 남자보다 많이 나가도 자금회수 부분이 더디기 때문이다. 만화 계를 주도하는 파격적인 부수는 남자만화에서 더 나온다는 것도 주된 이유이다.”

원 작가는 출판사의 경제 논리에 대한 반박의견도 덧붙였다. “그렇다면 남녀 구분말고 아예 팔리는 대로 고료를 정하든가. (중략) 사업을 하면서 단지 자금회수의 시간 때문에 그런 논리가 나온다면 사업에 투자라는 개념은 뭐한 말인가? 거기엔 인간적인 평가기준도 한 몫을 한다. 남자는 가정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가장인 처녀 순정작가들은 또 뭐란 말인가. 이 곳은 철저한 능력의 시장이 아니었던가. ”

이쯤 되면 여성/남성작가의 고료 차이에 모종의 성적 편견이 개입되었다는 의심이 짙어질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

이러한 고료 차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만화를 하는 지인들에게 물었다. 그러나 왜 그런가에 대해서는 작가들 자신도 명확한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밀리는 건 당연하고 가끔 떼 먹히는 일도 있을 정도로 ‘정해진 고료라도 제때에 받으면 감지덕지인’ 현실에서 그 ‘정해진 고료’에 대해 의문을 품거나 항의를 한다는 생각 자체를 못하는 까닭이 클 것이다. 최근에는 출판만화 시장이 악화되었다는 명목 하에 순정 고료의 경우 150만원에서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는 말을 듣고 경악한 적도 있으니 말이다.

순정작가의 경우 한 작품을 하는데 보통 3개월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250만원의 고료를 받아도 재료비, 어시스트 수고비 등을 제하고 나면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돈이다. 그래도 돈보다는 작품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보고 신인작가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이고 있다. 암담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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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좆이나 퍽이나 2017/08/09 [00:31] 수정 | 삭제
  • 존나 웃기다. 만화가의 설움이 담긴 호소글에다 대고 출판사란 놈이 하는말의 뜻이'내 탓 아님 바뀌는 건 없음 대책도 없음^^'이란게.댓글 중에서 능력제 사회에서 돈이 더 되는 소년만화작가가 당연히 돈 더 받는게 당연한거 아님~?우엥응엥? 이러는데, 저기 기사에 써 있잖아. 능력제 사회고 돈 되는 만큼 받는거라면 팔린 만큼 돈 받는게 맞는 거 아니냐고
  • 어휴 2017/03/21 [12:40] 수정 | 삭제
  • 소년만화 시장이 줄었는데 순정만화 시장이 멀쩡할리가 없잖음...; 물론 몇몇 개인적인 불합리한 사례가 있다는거야 인정하는데 개인적인 경험을 자꾸 전체로 바꿔서 얘기하면 그게 모두의 사실이 됨? 신인고료 2.5시절이면 대강 20년전 좀 안됐을때 얘기 같은데 내 기억으론 순정 소년이아니라 만화체와 극화체로 고료가 갈렸었음. 그때 도와주던 지인은 2.5 받았는데 그분은 그럼 여자임? 애초에 화풍에 따라 고료가 갈리니까 그 나눔이 주관적일수밖에 없는게 문제라는건 아는데 그게 적어도 남여는 아니였음.
  • athena 2008/03/06 [20:35] 수정 | 삭제
  • 여전히 남녀 임금차가 사회 구석 구석에 남아 있군요. 이런 현실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도 여전히 있구요.
    좋은 기사 잘 읽었습니다.
  • 보미 2005/12/10 [17:14] 수정 | 삭제
  • 블로그에 올리려 합니다. 링크시키고 싶지만 로그인하지 않으면 읽을수가 없네요
    만화쪽을 희망하던 사람으로서 참 암울한 기사군요 -_ㅠ
    솔직히 소년만화중에서 저걸 대체 왜 연재하나 싶은 만화가
    제법 있다는 사실을 볼때 또 -_ㅠ;;
  • 십이월 2005/12/07 [22:27] 수정 | 삭제
  •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나오는 곳에 돈 더 주는게 당연한거다
    싫으면 사회주의나라가서 만화그리면 된다
    어째 니들은 그리도 피해망상적이냐?
  • 이지 2005/12/06 [22:02] 수정 | 삭제
  •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불평등한 임금체계의 극명한 한 단면을 보여준
    기사라고 생각합니다.
    왜? 라는 물음에 대한 구구절절한 변명들....
    결국 남성중심, 자기들 몫을 고수하려는 자들의 고집일 뿐입니다.
    그렇게 빼앗은 것이 얼마나 더 달콤할지...
    끝까지 두고 볼 것입니다.

    앞으로도 좋은 기사 부탁드립니다.
  • 비일비재 2005/11/29 [02:24] 수정 | 삭제
  • 마찬가지입니다.

    몇년전에 여성 테니스 선수들이 들고 일어난 일이 기억납니다.

    당시 여성 테니스가 남성 테니스보다 많은 인기를 구가하고
    관중도 많이 동원하고 있었는데

    여전히 상금은 남성에 비해 턱없이 적었죠.
    모든 메이저, 마이너 대회에서 말입니다.
    아마 남성의 1/2이나 2/3정도 선이었을 겁니다.

    돈을 더 많이 벌어주는데도 상금이 적은 이유를 대라고 하니까
    협회 측에서인가 남자 선수들이었던가
    그런 이유를 댔다는군요.

    남자 경기는 세트가 더 많아서 더 오래 경기하느라 힘들다고.

    그럼 힘이 많이 드는 노동 일일수록 임금이 많은 건지?

    여성이 주로 하는 직종에서도 마찬가지죠.
    미용사라든가 여성 위주의 직종에서는
    교육과 고용에서부터 남성들에게 여러 혜택을 주고 임금도 많은 경우가 허다하지요.

    교육대학도 마찬가지로 남성 쿼터나 우대제가 있죠.
    그럼 공대에는 여성이라고 우대해 주는지?
    우대는 무슨.
    불이익 밖에 없어요.

    희소가치때문이라고 하지만
    그럼 남성들이 많은 직종에서 여성들을 더 우대해주는지?
    오히려 불이익에 시달리죠.
    여자가 왜 이런 걸 하려고 드느냐고.

    치과 의사에게는 오래전부터 군복무자에게 엄청난 혜택이 있었구요.

    여학생들의 성적이 남학생들보다 낮았을 때
    여자는 태생적으로 남자에 못미친다 했습니다.

    요즘 세계적으로 남학생의 성적이 떨어지자
    호주에서는 남학생들만 보충학습을 시켜주는가 하면
    우리나라에서는 조선일보가 앞장서서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특집기사를 수회에 걸쳐 연재하더군요.

    눈을 크게 뜨고 보면 도저히 이해가지 않는
    남성 우대제도가 곳곳에 숨어있습니다.
  • 팔랑쥐 2005/11/17 [19:54] 수정 | 삭제
  • 그래도 한국만화에 관심도 많고
    일본만화는 몰라도 좋아하는 한국만화는
    정말 소장하고야 마는데....전 몰랐네요.

    그나마 우리 만화계에서 자존심 지키는 작품들은
    다 순정 아니었던가요. 그런데 소년은 뭐 더 정교해?;;;
    그러는 소년만화는 완전 일본에 장악 당했다해도 과언이 아닌데......
    (예전부터 유명한 몇몇 작품만 빼고, 잘나가던
    소년만화 작품들도 무제한 내용끌기로 인해 완전 침체되고)

    정말 뭐라 말해야 될지 모르겠군요.
  • 선애 2005/11/11 [16:20] 수정 | 삭제
  • 정말 놀랍군요.
    인쇄만화 단행본 가격대가 성별(순정/소년)로 차이가 나다니...
    나가는 만큼으로 책정하던가 해야지 참내..
    소설같은 경우도 그럴까요?
    여성작가들 소설이 더 많이 나가는데 그럼 성별로 여성을 더 많이 주려나? -그럴리가 없겠죠.
    왜 여성만화작가들이 크게 문제를 안 삼는지 모르겠네요.
    출판사 맘이라고 해선 안 될 문제같아요.
  • .. 2005/11/11 [13:53] 수정 | 삭제
  • 완전 충격적인 기사네요-_-;; 할말없네 왜 그런데 진짜!!

    당연히 팔리는 데로 고료줘야지!

    여긴 자본주의 국가가 아니고(민주주의는 기만이고)남성공화국인가? 으허허허
  • 풉,.. 2005/11/11 [06:40] 수정 | 삭제
  • 지들 능력이 떨어져서 돈적게주는걸 이것도 남녀차별 어쩌구로 몰고 가는꼬라지바라 ㅉㅉ
    뭐? 똑같이 노력하는데 돈을적게준다고?? 그건 니들 생각이겟지...
  • me 2005/11/09 [02:07] 수정 | 삭제
  • 아니, 갈수록 더 그렇습니다.
    원수연씨의 원고를 어디서 볼 수 있을지, 한 번 읽어보고 싶네요. 그 글도요.

    서승종님의 글은 참 웃음밖에 안 나옵니다.
    순정이라서 고료가 적고 비순정이라서 많다고요? 허헛.
    왜 비순정이 순정보다 고료가 많아야 하는지에 대해선 생각도 안 해보셨나요?
    소년만화시장이 팍삭 죽은지가 언젠데요.
    그런 논리로 만화업계에서 차별을 정당화는 것에 대해서 까는 기사를 보고서, 또 같은 소리를 하시니 딱하십니다.

    만화가들 먹고 살기 힘듭니다.
    부디 님은 절필하시지 말고 좋은 작가활동하시길 바랍니다.
  • 재중 2005/11/08 [20:19] 수정 | 삭제
  • 인쇄만화 시장만 그런 것도 아니지만, 여성만화인들이 남성만화인들에 비해 같은 노력을 하더라도 고료를 적게 받죠.
    성별 구분 따위 하지 말고 정확하게 팔리는 대로 고료를 정하는 게 경제논리일 겁니다.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는 건 경제논리만 아니라 거기에 가부장적 논리가 끼어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죠.
  • 허허 2005/11/08 [17:26] 수정 | 삭제
  • 가뜩이나 요즘 만화시장이 어렵다고 하니
    급여에 대한 차별이 더 심해지지나 않을까 걱정입니다.

    일한 만큼, 능력만큼 대우를 받는것이 시장이 성장하는데
    가장 큰 원동력일텐데 말이죠.
  • 글쎄 2005/11/08 [15:30] 수정 | 삭제
  • 서승종님, 무슨 일을 하시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저는 프리랜서 번역사입니다. 미혼이고 여성입니다.
    동일한 경력으로 동일한 프로젝트에 투입되어 동일한 분량의 작업을 받아 하더라도
    기혼의 남성 프리랜서보다 단가가 싸게 책정되는 경우를 저는 직접 겪었습니다.
    회사 측에 물어보았습니다. 왜그러냐고.
    분명히, 기혼 남성은 가정을 꾸려가야 되니까 더 쳐준다고 했습니다.
    이것이 지난 2003년의 일입니다.

    무턱대고 편가르기 아닙니다...
  • 서승종 2005/11/08 [11:59] 수정 | 삭제
  • 여성이라서 돈을 적게 받는게 아니잖아요..

    순정만화라서 그런거 아닙니까.. 비순정을 그리면 더 받는거고..

    여기 무슨 편가르기 동호횝니까? 저번주에 들린 기억이 와서 다시 와봤는데..

    상상을 초월하네요.. 교묘한 말장난 하며.. 이보세요.. 고료가 적은게..

    여자라서 그런겁니까? 완전 최고네요.. 이런식으로 남녀 싸우게 하지 마세요..
  • 활력소 2005/11/08 [04:02] 수정 | 삭제
  • 정말 편견에 의한 마음대로 잣대지요.

    근데 남자만화들이 공을 더 들였다는 식으로 말한 남자 만화가가 누군가요?
    차별에 대해서 말도 안 되는 변명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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