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노동자운동과 여성운동 간에 새로운 관계를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10일 전태일 35주기를 기념해 전태일기념사업회가 주최한 “한국 여성노동자의 현실과 여성노동운동” 토론회에서 지금까지 여성운동이 여성노동자운동과 제대로 만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여성노동운동, ‘생활’과 ‘생산’의 영역 아울러야 신경아 상지대 민주사회정책연구원 연구교수는 “여성의 취업이 선택이 아닌 필수이자 의무인 시대에, 다른 한 편에서는 가족들에게 안전한 김치를 먹이기 위한 김치 담그기 강습이 매 시간 홍보되고 있다”는 말로, 가정과 직장에서 양립하기 어려운 과제들을 강요 받고 있는 여성노동자들의 현실을 이야기했다. 특히 신 교수는 저출산 고령화 사회의 위기담론 속에서의 여성노동자의 위치에 대해 주목했다. 여성노동자들이 가사노동과 육아, 시장노동의 의무가 함께 주어졌을 때 어느 한 쪽을 포기하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사회에선 출산, 수유, 양육의 문제를 ‘여성노동자’의 문제로 보지 않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다. 단지 이기적인 여성들의 탓으로 돌리거나, 부수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면 해결될 수 있는 경제적인 문제로만 이야기할 뿐이라는 것이다. 신경아 교수는 이어 “여성운동이 생활 속에서 여성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실천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여성노동자운동은 생산의 정치에서 일어나는 여성들의 실천”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두 영역은 여성 개인의 삶에 있어선 서로 떨어질 수 없는 관계에 있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두 영역의 운동 간 관계 맺음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 역설적으로 “두 영역 사이의 거리가 멀어져 있었다는 것을 시인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여성들 여건 맞춘 개방적 노조 조직화 필요” 한편 조주은 한국여성연구소 연구원은 “우리는 전태일 열사를 기억하지만, 최초로 고공농성을 벌인 강주룡 여성노동자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며, 노동운동 안에서 여성노동자들의 역사가 배제되어 왔다고 지적했다. 조 연구원은 “대기업 정규직 남성노동자들이 투쟁을 결의한 후 단란주점, 노래방에서 성매매 여성들을 불러 스트레스를 푸는 한, 1998년 현대자동차에서 식당여성조합원을 해고하는데 노조가 야합하는 한, 한국여성노동운동사에 관한 문헌 자료가 꼭 따로 집필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상림 한국여성노동자협의회 대표도 “여성운동과 노동운동 안에서 여성노동자 의제가 비중 있게 다루어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 “여성노동자들의 현실적 여건에 맞춘 조직방식이 확대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가사노동과 육아를 맡고 있는 여성노동자는 남성노동자에 비해 노동조합에 시간을 투자할 심적, 물리적 여유가 없고, 여성들은 개별노동을 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아 노동자들이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 최 대표는 “여성의 삶에 방식에 맞춰 개방적 노동조합을 조직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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