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교수가 장애인의 유일한 희망?

장애계 내부 ‘과학기술 맹신은 위험’ 목소리도

윤정은 | 기사입력 2005/12/20 [03:09]

황우석 교수가 장애인의 유일한 희망?

장애계 내부 ‘과학기술 맹신은 위험’ 목소리도

윤정은 | 입력 : 2005/12/20 [03:09]
“(황우석) 박사님은 우리 장애인의 아버지이며 어머니이십니다.”

한 인터넷카페 게시판에 올라온 이 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그간 한국사회에서 황우석 교수는 장애인들에게 “유일한 희망”으로 통했다. 정부와 언론들이 합세해 황우석 교수팀의 줄기세포연구를 ‘장애, 희귀, 난치병 치료를 위한 것’이라고 국가적으로 홍보해왔고, 황 교수는 “아픈 사람들을 일어나게 해주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하는 선한 사람”의 이미지로 그려졌기 때문이다.

언론 통해 ‘난자기증 촉구하는 장애인 모습’ 부각돼

“그 동안 (장애인들에게) 장미빛 환상을 심어준 것이 문제다. 그 기술에 목매고 있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당연하다.”

장애인 단체에서 일하고 있는 한 활동가는 ‘장미빛 청사진’을 제시했던 황우석 교수의 연구가 조작된 것이라는 보도를 보면서 황당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줄기세포연구에 기대를 걸고 있는 장애인들이 많이 있다”고 전했다.

현재 황우석 교수의 연구는 2004년 사이언스 논문마저 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에 따르면, “황우석 교수 지지”를 천명했던 장애단체와 강원래씨 등은 태도의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아직도 황우석 교수 연구의 최전선에는 장애인들의 얼굴이 내세워져 있다.

‘연구치료 목적 난자기증 지원재단’(이하 난자기증재단)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정하균 한국척수장애인협회 회장은 “황우석 박사가 우리에게 희망을 주신 것은 사실”이라며, “연구를 위한 난자기증 활동은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황우석 교수와는 2년 전부터 연구 모니터링을 하며 알고 있었다”며, “(황교수가) 일부 연구과정에서 부분적인 잘못은 시인했지만, 연구가 후퇴되거나 포기되어선 안 된다”고 지지를 보냈다.

연구성과 과대포장에 ‘이용’했다 지적도

그러나 모든 장애인 단체들이 황우석 교수의 연구에 지지입장을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장애계 내부에서는 정하균 회장의 입장과는 다른 견해들도 존재한다. 오히려 한국척수장애인협회 등의 ‘황우석 지지’ 입장이 “언론에 의해 장애계 전체를 대변하는 것처럼 보여진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민주노동당 장애인 부문위원장 박인용씨는 16일 장애인 인터넷신문 ‘위드뉴스’에 “배아줄기세포, 장애인과 난치병환자의 희망인가”라는 제목으로 기고하며, 자신을 “장애아동을 둔 부모 활동가”라고 소개했다. 박씨는 “공인이라 할 수 있는 한 연예인이 보여준 행동은 대단히 부적절했다”며, “황우석 교수와 개인적 친분이 있다고 해도 난자 제공 여성들의 인권문제를 제기한 MBC에 대한 항의시위에 참여하고, 마치 황우석 교수가 난치병 환자들의 구세주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또 “황교수를 비롯한 그 신화의 주인공들은 난치병 치료라는 박애주의까지 동원하여” 연구성과를 과대 포장했다고 비판했다.

한국DPI(한국장애인연맹) 여성위원회 김효진 부위원장은 개인의견임을 전제로 하고, “설사 20년 후에 연구가 성공한다 하더라도 백이면 백 수술해서 완치된다는 보장도 없고, 모든 장애인들이 그 기회를 제공 받을 수 있다는 보장도 없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개개인이 장애가 극복된다고 하더라도 우리 사회 장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며 황우석 교수 연구가 ‘장애인들의 유일한 희망’이라는 얘기는 환상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김효진씨는 황우석 교수 연구가 장애인 문제를 해결할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현재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장애현실을 간과하는 것이며, 정하균 회장이 제기한 ‘황우석 연구에 정부가 더욱 지원해야 한다’는 식의 주장은 “아주 위험하다”고 전제했다. 이어 “장애인들이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사회 모든 부분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환경이 마련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애인의 이동권과 노동권 등 사회적 권리를 확보하는 것이 장애인을 비장애인으로 만들 수 있다는 희망에 의지하는 것보다 시급하지 않으냐는 제언이다.

장애인 ‘평등권’과 여성 ‘건강권’ 확보 위해

이에 앞서 한국여성민우회는 ‘여성의 재생산 권리 보장 및 인공생식에 관한 법률’의 제정을 촉구하며 “치료와 연구라는 목적으로 난자의 원활한 공급만을 주장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난자관리 시스템의 부재를 난자기증재단으로 해소하려는 것은 과학기술에 대한 지나친 맹신에서 오는 것”이라는 비판이다.

여성과 장애인은 생명공학 기술의 잠재적 수혜자이며 대상자이기도 하다.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특정 계층 사람들의 권익이 보장되기 위해, 사회적으로 취약한 또 다른 계층의 잠재적인 건강과 인권이 도외시되어선 안 될 일이다. 생명공학 연구를 위해선 연구대상자가 될 집단의 인권과 건강, 복지가 일차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관련 법과 제도를 마련하는 일에 나설 때다.

‘장애, 희귀, 난치병 환자들의 희망’으로 부각됐던 황우석 교수의 배아줄기세포연구에 대한 의혹은 연구팀 내부 제보를 통해 하나 둘 연구윤리 위반과 인권침해 실태가 드러나더니, 급기야 전세계를 상대로 한 거대한 ‘사기극’으로 그 전말의 윤곽이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볼 때, 황우석 교수는 ‘앞으로는 장애, 난치, 희귀병 환자들을 앞세우고, 뒤로는 여성의 인권과 건강권을 볼모로 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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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봉이 2005/12/27 [16:32] 수정 | 삭제
  • 장애인 복지나 권리 쪽에는 신경도 안 쓰던 사람들이 황빠 신드롬 때는 꼭 장애인 위한 것처럼 끼어넣더라는 것이죠! 과학기술 맹신이 전체 장애인 쪽이라기보다 특수한 장애가 그런 것 같고, 널 일으켜주겠다고 교주처럼 군 황우석이 순 사기꾼이고 제일 나쁘지만 그걸 부추겼던 사람들도 문젭니다.
  • eloom 2005/12/21 [12:07] 수정 | 삭제
  • 실낱같은 희망에 기대는 것보단 장애인의 권리확보를 우선시해야 합니다. 복지를 위한 예산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척수장애인협회가 난자기증재단과 연관되어있는 건 장애인들 전체에 좋지 않은 이미지를 줄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 yeoja 2005/12/21 [01:41] 수정 | 삭제
  • 기사의 내용이 황우석 배우줄기세포 사기극과 비윤리를 비판하는 내용이지만 장애인들이 바보처럼 황우석 사기극에 휘말려 사리분별을 못한다고 얘기하고 있는 것처럼 느낌이 드네요

    황우석 교수의 사기극이나 거짓말, 배아줄기세포의 생명윤리, 배아줄기세포의 효과 또는 부작용 등 문제가 한두가지가 아닐 정도로 많지만 그런 것들이 장애인의 치료희망이 잘못됐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치료희망은 당사자들이 바라는 절박한 심정을 표현하는것일뿐인데 그런 것들을 뭉뚱그려서 장애인들이 황우석 사기극을 옹호하는 것처럼 말하는 것도 너무 획일화하는 표현 같습니다

    장애인이 살인을 하면 모든 장애인이 살인을 하는게 아니고 장애인이 전체수석을 하면 모든 장애인이 전체수석을 하는게 아닌데 너무 획일화하는 표현은 장애인들의 삶을 옭매는 표현이 될 수도 있습니다
  • 한부모 2005/12/21 [00:19] 수정 | 삭제
  • 장애계도 한 목소리 아니고, 장애인들은 더더욱 한 목소리가 아닙니다.
    장애인 부모나 가족들까지 다 생각해보면 황우석 연구에 대해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 이렌 2005/12/20 [22:05] 수정 | 삭제
  • 가장 무서운 건, 기사에서도 정확히 표현했듯 '장애인을 전면에 내세운 것' 이지요.
    마치 총알받이가 연상되는군요. 그 뒤에 숨어서 그들은 무슨 짓을 한거죠.
  • Ssic 2005/12/20 [16:55] 수정 | 삭제
  • 황우석 측근 쪽에서 ILOVE황우석 까페도 그렇고 너무 뻥튀기한 정보들을 많이 흘렸습니다.
    난치병으로 죽어가는 어린이를 살릴 수 있는 것처럼 해서, 지금 희망이 무너져버린 사람들에게 가슴의 아픔을 배로 주고 있습니다.
    다 그렇게 부추긴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것입니다.

    그런 것에 앞장서서 언론까지 나서고 한 사람들도 문제입니다.
    정하균씨는 특히나 그렇습니다.
    자기 난자를 내놓을 것도 아니면서, 자신의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서 타인에게 난자를 기증하라고 재단까지 만들다니 무서운 사람같습니다.
    그 사람은 장애계가 아니라 일부 소수의 후천적 척수장애인을 대표할 뿐입니다.
  • 장애여성 2005/12/20 [10:55] 수정 | 삭제
  • 얼마전까지만해도 어떠한 문제제기도 국익이나 장애인의 이익에 대한 반대의견을 내는 것으로 몰릴까하여 쉬쉬대던 분위기였는데...여하튼 과정상의 문제에 대한 다양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데 대해 반가운 마음이네요. 특히 장애인관점에서 문제제기 된 점에 대해. 그리고 그동안 일다에서 꾸준히 여성관점에서 문제제기해온데 대해서도 감사한 마음입니다. 반짝 관심이 집중되기 쉬운 현실에서 계속 다루어지고 더 나아가 이에 대한 방향성이 제시될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 lovely 2005/12/20 [04:43] 수정 | 삭제
  • 특히 여성들과 선전용으로 우롱당한 장애인들.. 그 가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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