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오랜만에 중학교 동창을 만나 같이 밥을 먹으면서 중학생 시절에 있었던 일들과 그 때의 친구들에 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이반(동성애자)이었던 친구의 이야기가 나왔어요. 그 아이는 제가 레즈비언으로 정체화를 하기 전까지는 알려져 있는 한 전교 유일의 이반이었는데, 1학년 때 간 수련회에서 모두 모인 가운데 커밍아웃을 할 정도로 당당한 아이였어요.
졸업할 즈음에 사이가 멀어져 지금껏 연락 없이 지내던 터라 어떻게 지내나 궁금했었는데, 마침 내 동창과 같은 학교라 하기에 요새는 어떻게 지내냐 물었더니 이제 이반이 아니래요. 아니, 적어도 이반 티는 안 낸데요. ‘으음, 그렇구나.’ 하고 넘겼지만 내심 안타까웠어요. 그 애는 저의 첫 번째 레즈비언 친구였으니까요. 지금까지 제가 아는 이반이 그다지 없어서 정확한 건 아니지만, 적어도 제가 아는 한에서는 그 친구처럼 중학교 때 잘 나가는(?) 이반이었던 아이들이 고등학교에 올라와서는 ‘일반’(이성애자)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 중의 어떤 애들은 보통 애들보다도 호모포비아(동성애혐오증)가 더 심한 경우도 있고요. 사람은 변해요. 1초만 지나도 아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르잖아요. 그러니까 이반이었다가 다시 일반이 되었다고 아이들이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그 아이들이 동성애자를 비난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한 때 방황으로 성적 정체성에 혼란을 느껴 자신을 동성애자라고 생각했던 것이었고 이젠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당시의 자신을 부정하는 건 너무 슬픈 일이잖아요. 그리고 그 중엔 지금도 이반이지만 다른 아이들의 시선이 두려워서 일부러 동성애자를 싫어하는 척하는 아이들이 있는지도 몰라요. 그런 아이들이 있다면 힘내길 바래요. 사실은 저도 고등학교 초기엔 좀 그러고 다녔거든요. 그러나 이젠 동성애 비하 발언하는 애들에게 그러지 말라는 말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자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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