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선도운동’에서 ‘인권운동’으로

청소년인권운동 오늘과 내일

김이정민 | 기사입력 2006/02/21 [03:28]

청소년 ‘선도운동’에서 ‘인권운동’으로

청소년인권운동 오늘과 내일

김이정민 | 입력 : 2006/02/21 [03:28]
지난 19일 노동사목회관에서는 지난 몇 년간의 청소년인권운동을 되돌아보고 향후 방향을 모색하는 활동가 워크숍 “청소년 인권운동, 어디까지 왔나”가 개최됐다. 다산인권센터, 발전하는 학생회 ‘가자’, 원불교인권위원회, 인권운동사랑방, 청소년인권연구포럼 ‘아수나로’가 공동 주최했다. 워크숍에는 청소년운동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청소년, 비청소년 활동가들이 주로 참석했다.

몇 년 전부터 두발자유화, 학내 종교자유, 18세 선거권 낮추기 운동 등 청소년들의 권리확보를 위한 자발적인 활동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져왔다. 이전까진 청소년을 보호해야 할 ‘미성숙한’ 존재로 보는 청소년 ‘선도운동’ 성격이 강했던 반면, 이 운동들은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주장하며 목소리를 낸다는 점에서 ‘진보적 청소년운동’으로 주목 받아 왔다. 지난 해 5월에 있었던 두발자유를 위한 거리축제에는 많은 청소년들이 참여해 우리 사회의 청소년 관련 정책이나 낡은 인식의 변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워크숍을 공동 주최한 ‘아수나로’의 조상신 활동가는 지난 몇 년간 청소년인권운동이 권리 확보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이슈별 활동 외에 전반적인 활동 공유 등 함께 논의하는 자리가 없었으며, 3~4년 전에 비해 오히려 관련 활동이나 네트워크가 줄어든 상황”이라고 청소년운동이 현재 처한 어려움을 설명했다. 이러한 고민을 바탕으로 워크숍은 최근 청소년인권운동의 의제별 평가에 이어 현재 운동의 주요 고민들을 공유하고 구체적인 대안 및 향후 계획을 논의하는 세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먼저, 꾸준히 활동하는 단체의 부재, 이전 활동의 자료화 부족은 매년 반복되는 운동을 낳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선례에 대한 정보가 없기 때문에 비슷한 사안이라도 처음부터 다시 운동을 시작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는 활동가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거나 성인이 됨에 따라 계속해서 구성원들이 바뀌게 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그래서 청소년운동 ‘1세대’라 할 수 있는 20대 초반의 활동가들과 청소년들이 지속적으로 연계하여 운동을 이어나갈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날 워크숍에선 대안으로 우선적으로 “청소년 운동의 현재를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상설 네트워크를 마련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구체적으로는 청소년 운동의 역사를 정리하는 자료화하는 작업과 인권지침 가이드북 발간 등이 향후 과제로 논의됐다.

청소년인권운동은 청소년들이 대부분이 학생인 점을 감안하면, 시간의 제약이나 입시에 대한 부담이 많은 만큼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데 좀더 다양한 방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두발이나 교복, 종교 자유 등에 대해 불만이나 비판적인 태도를 갖는 이들은 많아도 선뜻 행동에 옮기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무엇보다 사회의 지배 담론이 ‘청소년’을 교육이나 계몽을 통해 바꾸어야 할 대상으로 보는 보수적인 태도에서 버려야 할 것이다. 청소년들이 탈선하지 않을지 훈계나 통제의 대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청소년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요구하고, 찾을 수 있는 존재로 거듭나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청소년운동 또한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꾸준히 지속될 수 있는 토대나 자원 마련을 위해서도, 기성 세대의 성숙한 시각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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