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결혼한 국가대표 축구선수 이영표씨가 대표팀 경기를 위해 신혼여행을 미룬 것이 화제가 됐다.“허니문 대신 승리를 선물하겠다"(일간스포츠, 6월6일) "신혼여행은 2연승 한 후에"(중앙일보, 6월4일). 감독이 신혼여행을 다녀오라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선수 본인이 극구 우루과이전을 뛰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팬들과 언론은 이 씨의 '책임감'과 '성실함'을 높이 평가한다.
역시 국가대표 축구선수인 송종국씨는 이번 달 15일 결혼한다고 발표했다. 그와 결혼하는 김모씨는 유학까지 포기한 상태다. "성악을 전공한 그녀는 송종국과 열애하다 미국으로 성악 유학을 갔지만 사랑이 깊어지고 결혼 합의에 이르자 얼마 전 완전 귀국해 대구 집에서 신부수업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송종국이 네덜란드에 진출한 뒤 네덜란드로 가 아무도 모르게 송종국의 뒷바라지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스포츠 투데이, 5월21일) 이런 경우가 비단 축구선수들만은 아니다. 남자 스포츠 선수들의 결혼은 언제나 언론과 팬들의 관심을 끈다. '앞으로 아내의 내조 속에서 안정적인 모습으로 선수생활에 전념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선이다. 특히 인기가 많은 스타선수들의 부인일수록 '남편의 뒷바라지에 정성인 모습'으로 그려진다. 이들은 마치 '전 국민의 사랑을 받는' 남편의 삶을 위해 존재하고 자신의 삶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안정환 아내 이혜원씨, 홈피 관리 지극정성-'오빠의 빈자리는 제가 메울게요' "(스포츠조선,6월8일) "이승엽 선수 아내 이송정씨- 오빠 美 진출대비 영어회화, 운전연습하느라 바빠"(스포츠조선, 2월24일)" '삼성 마해영 부인, 방시라씨- 가사분담? 벌써 포기했죠' 남편은 야구생각뿐, 혼자 두 아들 키우며 내조 전념"(스포츠조선, 3월5일) ![]() 그런데 여자선수들이라면? 여자선수들에게 있어 결혼은 전혀 다른 문제다. 그것은 선수생활을 계속 할 수 있는지의 여부와 직결되는 문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여자선수들에게 있어서 '결혼은 곧 은퇴'였다. 본인이 아무리 선수생활을 더 하고 싶다고 해도, 주변의 압력으로 '자연스럽게' 팀을 떠나게 됐던 것이다. 남자선수들에게 결혼은 안정적인 선수생활을 위한 기반이 되는 반면 여자선수들에게 결혼은 선수생활의 종지부를 찍게되는, 즉 운동선수로서의 정체성을 버리게 되는 결정적인 요인이다. 최근에 와서 결혼을 한 이후에도 선수생활을 계속하는 여자선수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배구선수인 김남순씨는 1997년에 결혼하며 은퇴를 했지만 딸을 낳은 후에 다시 선수로 돌아와서 팀의 공격을 이끌었고 지난 부산아시안게임에서도 다시 국가대표로 발탁돼 활약했다. 역시 한국 배구를 10년 동안 이끌었던 장윤희 선수도 2000년 결혼 이후 은퇴했다가 2년 뒤에 복귀해서 변함없는 기량을 보여줬다. 이러한 변화는 무엇보다 선수들 본인들의 의지가 무엇보다 강했기 때문에 생긴 것이라 할 수 있다. '결혼=은퇴'라는 공식이 깨지는 현상은 여자농구 선수들 사이에서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예전에는 결혼을 한 선수들이 코트에 있는 모습을 거의 볼 수 없었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 정은순, 전주원 선수가 선례를 남김으로써 많은 선수들이 결혼 이후에도 선수생활을 계속 하고 있다. 그러나 여자선수들의 결혼에는 '출산'이라는 또 하나의 커다란 장벽이 있다. 농구선수 정은순씨은 아이를 낳고 코트로 돌아올 것을 약속했으나, 막상 출산 후에는 구단 측으로부터 복귀를 보장받지 못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은순 선수는 구단 측과 합의 끝에 은퇴를 결심할 수밖에 없었다.(현재 다른 구단 측에서 복귀 제의가 들어오고 있긴 하나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다.) 배구선수 장소연씨는 결혼 전에 한 인터뷰에서 "2세를 봐야 하므로 2~3년 정도만 현역으로 뛸 것 같다"고 밝혔다. 기혼 직장여성들이 봉착하게 되는 출산과 관련한 문제들이 여자선수들에겐 한 층 더 힘겨운 과제다. 여자 운동선수에게 결혼과 출산이 걸림돌로 작용하는 상황은 선수층이 협소해지는 결과를 낳고 있다. 남자선수들은 프로인 경우에 30대를 훌쩍 넘어 40대에 가까이 될 때까지 오랫동안 선수생활을 하기도 한다. 반면 프로, 실업팀이 자꾸만 해체되어 여자선수들은 뛸 곳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데다가 결혼과 출산의 문제까지 겹쳐 은퇴로 몰린다. 여자선수들의 선수생명이 남자들보다 훨씬 짧은 것은 단지 타고난 체력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이 기사 좋아요
<저작권자 ⓒ 일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스포츠 관련기사목록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