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에이즈인권모임 나누리+ 외 50개 단체와 개인들은 보건복지부가 입법 예고한 에이즈예방법개정안에 대해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들 단체들은 일단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이하 에이즈예방법) 개정안이 제1조(목적)의 개정을 통해 “‘에이즈의 예방 및 관리’와 ‘감염인의 보호 지원’을 구분”하고 있는 점을 긍정적 변화로 보았다. 그러나 개정안의 내용에 대해서는 여전히 “편견과 오해에 사로잡혀 실질적인 정책개선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감염인에 대한 편견을 조장할 뿐만 아니라 인권침해적인 조항들은 그대로라는 것. 집단강제검진 등 인권침해 막아야 의견서는 개정안에서 가장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과제로 “감염인의 실명과 주민등록번호를 비롯한 모든 개인정보를 국가가 관리하는 현행 제도”를 들고 있다. “국가의 질병관리라는 측면에서의 역학정보는 성별과 연령, 추정감염경로 등 정책근거가 될 수 있는 정보들만으로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현행 제도가 “HIV/AIDS 감염인의 모든 정보를 보건복지부로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정보노출의 위험을 높일뿐더러 불필요한 정보의 집적이라는 측면에서도 감염인의 정보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주장이다. 이들 단체들은 의견서를 통해 “HIV/AIDS 감염인의 경우 다른 질병들과 달리 도덕적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등 편견과 차별로 인한 인권침해가 극심한 집단인 만큼 감염인 정보 관리에 철저를 기할 것”을 권고했다. 특히 한국사회는 “만연한 편견과 낙인으로 인해 정보 보호의 필요성이 더욱 높다”는 점을 강조하며, “한국의 에이즈예방법 역시 HIV/AIDS에 대한 익명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의사의 신고조항이 성명과 주민등록번호를 포함하지 않도록 할 것을 명시”할 것을 주문했다. 또한 “감염인의 신원이 노출되었을 경우에 실제적으로 구제 받을 수 있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점도 덧붙였다. 인권침해적인 조항으로 지적되어 온 배우자 및 동거가족, 성행위의 상대자에 대한 강제 검진, 의학적 판단에 근거하지 않은 치료의 권고 조항과 ‘전파매개행위금지의무’에 대해서도 삭제를 요구했다. 특히 “HIV/AIDS가 일상생활을 통해 전염되는 질환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HIV/AIDS에 대한 검진이 불필요한 이유로 오히려 확산”되는 것에 강한 우려를 표명하며 “집단강제검진을 막을 수 있는 조항”을 신설하라고 요구했다. 집단강제검진이 “예방과 감염인 보호에서 효율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에도 불구하고 “대표적인 집단검진인 근로자건강진단에 HIV 검진항목이 본인도 모르게 들어가있을 뿐만 아니라 그 결과가 사업주에게 일괄통보” 되는 등 심각한 인권침해 요소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의견서는 “감염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방지 및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을 위하여 교육과 홍보를 할 의무가 있는 국가가 오히려 HIV 전염에 대한 오해를 조장하는 검진을 시도하고 있는 형국”이라며 “집단강제검진”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정책결정 과정에 감염인의 참여 필요 의견서는 근본적으로 정책의 입안 과정에 있어서 “감염인들의 참여”가 우선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이미 “2004년 태국 방콕에서 개최된 국제에이즈회의에 참여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감염인들은 여러 국제단체와 함께 ‘방콕선언문’을 채택하고 각 국가에서 감염인의 정책참여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여전히 감염인들을 정책의 대상으로만 여기고 있으며 관련 정책들을 입안하고 결정하는 과정에서 감염인들의 의사를 묻거나 정보를 제공하는 절차마저도 마련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관련 단체들의 입장이다. 따라서 “에이즈정책의 근간이 되는 에이즈예방법 개정에서 감염인의 참여를 공식적으로 보장하는 것을 개정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의견서는 “질병관리로서의 에이즈정책은 이미 존재하고 있는 전염병관리법에 근거해 제시되는 방향이 더욱 타당”하다며 “현재 감염인이 지니는 취약한 지위로부터 감염인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에이즈예방법의 올바른 개정을 통해 에이즈정책과 HIV/AIDS 감염인 인권증진정책의 전환점을 마련해야 할 때”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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