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인 윤리규정을 무시한 채 연구용 난자를 확보한 황우석 박사는 당시 언론에 자신의 팀을 “인간배아복제 연구 드림팀”이라고 소개했다. 2004년 10월 한 일간지에 황 박사는 ‘황우석칼럼’에 기고해 특별히 난소를 제공해준 한양대 황윤영 학장과 황정혜 교수에게 “고마운 분들”이라고 칭송하며 “정상적으로 얻게 된 귀중한 재료나 경험을 우리에게 제공해주었다”고 쓰고 있다. 또, 류영준 전 연구원을 언급하며 “줄기세포 분야에서 무언가 작품을 만들어보자는 열의가 불타고 있다”고 소개한다.
칼럼에는 계속해서 순천대 박기영 교수, 서울대 안규리 교수, 미즈메디 노성일 원장, 한양대 윤현수 박사, 문신용 교수까지 황우석 사태에서 한번쯤 들어봤음 직한 사람들의 이름이 모두 거론되는데, 이 기고문 마지막 문장에 황우석 박사는 “이런 조합을 나의 친구 새튼 박사는 드림팀이라고 부른다”고 썼다. 이때까지만 해도 연구 이득을 중심으로 뭉쳐진 무소불위의 조합이, 서서히 치부가 드러나면서 책임소재를 묻는 때에 와서는 뿔뿔이 흩어져 와해되고 만다. 치료를 위해 의사를 찾은 환자의 장기까지 떼서 제공하며, 황우석 연구팀의 배아줄기세포연구 주변으로 모여있던 인간 조합이었다. 황우석 박사가 쓴 짧은 칼럼에서 언급한 이들이 모두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의 공동저자로 1저자에서 24저자까지 채우는 이름이고, 2004년 논문에서는 제13저자까지 이름이 올라간 인물들이다. 그들이 황 박사 말대로라면 한국의 “인간배아복제 연구 드림팀”이었다. 정부, 언론, 대형 산부인과병원의 과오 인체를 대상으로 생체실험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무서운 일들이 가능했던 것은 연구실이 철저히 은폐되어 권력의 보호를 받으면서 감시의 눈길이 전혀 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감시의 기능을 해야 할 언론과 각 기관들이 제 역할을 하지 않는 사이, 황우석 박사는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 한번도 성실하게 답변하거나, 검증하는 과정을 거칠 필요도 없이 ‘그런 일 없다’고 부인만 하면 끝이었다. 이것은 황우석 박사 연구팀의 연구과정을 조사, 심의해야 하는 기관생명윤리심의위원회(IRB)와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보건복지부가 제 역할을 하지 않는 데서 1차적인 책임이 있다. 지난해 연말까지 황우석 사태에 대한 보건복지부는 황우석 사태에 입장을 발표하면서 서울대 수의대 IRB가 보낸 조사결과를 그대로 읊어서 이후에 “부적절했다”며 사과 발표를 하기까지 했다. 황우석 박사 연구팀과 정부의 연관관계도 한 몫을 했다. 대통령뿐 아니라 박기영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의 개입, 정부의 황우석 연구팀에 대한 연구비 지원 등 생명과학 연구팀이 막강한 권력을 형성해 어떤 문제제기를 할 수 없는 구조가 생성된 것이다. 이러한 카르텔을 형성한 배아줄기세포연구는 국가에서 지원하고, 앞으로 국가의 부를 창출해낼 연구사업이었으므로, 연구과정에 대한 감시와 비판을 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소위 일간지 과학전문기자들은 5년, 10년, 어쩌면 늦어져서 20년 후면 엄청난 국가의 부를 창출해줄 국가사업을 홍보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여기서 실험대상이 된 사람들의 인권이나 연구자의 윤리는 ‘국익’이라는 이름 앞에서 무력했다. 정부와 언론의 비호가 있긴 했지만, 많은 수의 난자뿐 아니라 난소까지 연구에 이용할 수 있었던 원인으로 배아줄기세포연구기관과 한국의 대형 산부인과와의 관계를 빼놓을 수 없다. 생명과학계 한 연구자는 “황우석 교수가 가진 원천기술이 라는 게 있다면 아마 실험에 쓰일 난자를 확보하는 데 있어서 세계 최대의 기술을 가지고 있는 걸 겁니다”라고 말했다. 연구에 쓰인 그 많은 난자 수급이 가능했던 데엔 생명과학기술과 불임클리닉들과의 연관 구조가 큰 몫을 했다. 과학기술을 맹신한 정부, 언론, 국민들이 빚어낸 신화이기도 했지만, 대형 여성전문병원들과 생명공학연구소들의 양자의 밀봉된 관계 속에서 여성의 몸을 대상으로 한 ‘생체실험’이라는 끔찍한 사건이 가능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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