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위로 별로 떠오른 적이 없는 가사서비스 노동이 사실은 많은 숙련이 요구되는 노동으로 직업훈련이 필요한 직종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로기준법 상 노동자로 인정 받지 못하고 있어 사회보험의 사각지대로 존재하고 있다는데 대해 문제 제기됐다.
전국실업극복단체 여성일용사업단 ‘우렁각시’와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 ‘빈곤추방여성노동권확보 희망본부’는 2월 25일부터 4월 3일까지 두 단체 소속 가사서비스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를 토대로 지난 달 26일 <비공식부문 가사서비스 노동자의 돌봄노동>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 가사서비스 노동의 정당한 평가와 대우를 주장했다. 점심도 제때 먹을 수 없는 노동조건 김양지영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 조사연구부장은 특히 26명의 가사서비스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약 한 달간 시도해 그 결과를 발표했다. 김양 씨에 따르면 가사서비스 노동은 “4시간을 기본 업무시간으로 오전, 오후 8시간 두 집에 일을 하러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나절을 기본으로 하는 가사서비스는 오전 고객(오전 9시~오후 1시)과 오후 고객(오후 2시~6시)간 거리문제로 점심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오후업무를 가야 하는 것이 상당한 어려움이라고 한다. “개중에는 뭐래도 먹고 가야 되지 않겠냐고 하는 사람들이 있긴 한데, 그거를 한 십분 이십분 미리 얘기를 하면 좋은데 1시 딱 되어서 말하니 오후타임 들어가는 시간이잖아요. 거의 1시 10분, 20분에 나와야... 이동거리가 있으니까.... 저는 오후타임 들어갈 때 사발면이나 라면이나 이런 거 사가지고 들어가서 아무도 없을 때 먹고 나오기도 하고.”(52세, 경력 10년, 부천 거주) 김양지영 조사연구부장은 가정관리사가 일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적당히 자신의 업무 스케줄이나 건강상태 등을 고려해 업무량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하지만, 고객들은 ‘돈을 주고 쓰는 거니까’ 가정관리사에게 주어진 4시간 동안 “최대한 많은 노동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하루 8시간 주 5일 근무를 감당해낼 수 없고, 실제로 많은 가사서비스 종사자들은 많은 업무량을 얘기하며 “풀타임 근무가 힘든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고 한다. “내가 오전에 일을 하고 오후에 일을 해야 하니까, 오전에 너무 무리해서 일을 하면 안 되잖아요. 근데 상대방은 그 이상을 요구해요 내가 돈 2만원 줬으니까 내가 해달라는 만큼 해줘야 한다고. (중략) 내가 내 몸을 혹사시켜 일을 하게 되면 당장 오후에 일을 못해요. 아니면 내일 내가 몸살이 난다든지 그럼 그건 그 관리사가 몸이 약해서 그렇겠지 (생각하지만) 그건 아니거든요.”(43세, 경력 1년, 안산 거주)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아니다 김양지영씨는 집안일을 4시간 동안 완벽하게 하기 위해서는 “업무의 숙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집의 구조와 평수에 따라 다양한 집을 각각 순서에 따라 정해진 시간 내에 고객의 요청을 기억해서 체계적으로 일을 해야 고객에게 만족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가사 일을 효율적으로 해내기 위한 도구와 세제 선택, 청소방법 등을 알고 있어야 주어진 시간 내에 집안일을 해낼 수 있다. “딱 들어가면 그 집에 따라서 이 집은 ‘가나다라’ 있잖아요. 이집은 가집, 나집 이렇게 있잖아요. 저 같은 경우는 월수금 오전에 가는 집, 오후에 가는 집. 딱 들어가면 그 전날 빨래해서 높은 거 다 개서 다림질하고 주방 딱딱해서 치워놓고. 미리 청소해서 돌려놓으면 빨래개고 하면서 먼지 떨어지니까, 먼저 할 거를 다 해 놓고 나서.”(52세, 경력 10년, 부천 거주) 한편, 집에서 발생하는 모든 일이 가사서비스 종사자의 일이 되어 고객의 요청에 따라 아기 돌보기, 환자 돌보기까지 그 스펙트럼이 상당히 다양하다는 점도 중요하다. 고객과의 친밀도가 높아질수록 일의 경계가 불분명해지고 고객의 요구는 나날이 늘어난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고객의 뒤치다꺼리를 모두 한다는 기분이 들면서, 자신의 일에 대해 회의가 밀려든다고 한다. “저희같은 경우 가사로 일을 가면 청소, 빨래 등이 위주로 가야 하는데 ‘파도 벗겨주세요, 어느 날은 마늘도 쪄주세요’ 그런데 거기다 대고 ‘아, 싫어요 이거는 저희가 해주는 일이 아닙니다.’ 라고 말을 할 수 가 없어요. ‘시간 나면 해 드릴께요’ 하고는 다 해드려요. 딱 잘라서 구별을 못해요. 그리고 요구가 하나씩 하나씩 늘어나는 거예요. 그런 거에 스트레스를 받아요... 제가 거절을 못해요. 그러면서 제가 속으로 삭혀요.”(44세, 경력 5년, 안산 거주) 비현실적 임금, 사회보험 적용도 안돼 현재 가사서비스 업무는 시간당 5천~6천원으로 4시간에 2만~2만5천원이 일반적이다. 김양지영씨는 이를 “비현실적인 임금”이라고 지적했다. 각종 보험을 비롯해 퇴직금이나 상여금이 없는 불안정한 일자리인데다, 많은 업무와 높은 노동강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일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다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시간당 급여를 따져보면 최저임금보다 높은 가격으로 책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일자리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 4대 보험이 들어가거나 퇴직금이나 상여금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그런 이유에 빗대어 보면 아주 낮은 임금이라고 생각해요.”(55세, 경력 3년, 시흥 거주) 전국실업극복단체연대 최영미씨 정책국장에 따르면 가사서비스 노동자는 생계를 위해 임금을 받고 일하고 있지만 “사업체가 아니라 개인”에게 고용됐다는 이유로 근로기준법에 “노동자가 아니”라고 명시되어 있다. 즉 고용보험과 산업재해보험 및 기타 사회보험의 혜택에서 제외되고 있는 것이다. 최씨는 이에 대해 가사서비스를 ‘여자면 당연히 할 수 있는 일’로 간주해 임금노동으로서 전문화된 노동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과도한 업무량으로 인한 손실도 크다. 김양지영씨는 “공통적으로 손가락, 손목, 어깨, 다리 등의 통증이 나타나지만 아프거나 다쳐도 개인이 치료비를 부담해야 할 뿐 아니라, 일을 못 나가는 손실을 보장 받을 곳이 없다”며, “가사서비스 종사자들은 안정적으로 일하는데 필요한 조건으로 의료보험과 산재보험을 뽑는다”고 말했다. “오후 일을 받아야 그래도 수입이 좀 되는데 몸이 안 따라 주더라구요. 종일 일하는 날이면 삭신이 쑤시고 어깨랑 손목이 시큰거리고 손가락이 힘이 풀려 다음날 제대로 몸 가누기가 힘들었어요 조금씩 이력이 붙고부터는 몸살 날 정도는 아니지만 오후 일까지 맡아 하는 건 너무 힘이 들어 도저히 안되겠더라구요 그래서 예전에 하던 부업을 다시 시작했고 가사도무미 일은 주 3회 정도 나가요.”(44세, 경력 3년, 서울 거주) 문제 발생해도 사후관리 없는 유료소개업체 한편, 증가하는 유료직업소개소들은 기다리는 순번에 따라 가사서비스 노동자들에게 일을 주는 방식이어서 어떤 일을 하게 될지, 어떤 고객을 만나게 될지 모르는 상태에서 출근하게 된다고 한다. 이들 입장에서는 상당한 두려움이 있을 뿐 아니라, 비정기적인 일자리로 인해 늘 불안정한 상황이다. 고객과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에도 사후관리를 해주지 않아 개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유료소개소를 다닌 적이 있었는데 아침 8시 30분까지 출근해서 일이 있으면 순번으로 나가서 시간당 4천원을 받고 일을 해요. 교육이나 사후관리는 전혀 없었구요, 수수료를 받는데 연회비 1만원을 내고, 월회비로 3만원을 또 내요. 5만원 일당을 받으면(10%)인 5천원을 내야 해요. 식당에 3일간 파견되었는데 일이 너무 힘들고 근무시간도 13시간이나 되요. 인격적 무시는 말할 것도 없구요. 아무튼 일이 끝나고 열흘이 넘게 심하게 아팠어요. 그때 기억은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아요. 정말이지 끔찍했거든요.”(41세, 경력 1년, 서울 거주) 김양지영씨는 가사서비스 직종이 사회 인구학적 변화와 여성들의 사회진출 확대 등으로 인해 앞으로 더 많은 수요가 창출될 직종이며, 더욱 여성들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일용직으로 간주되는 불안정 고용으로 인해 감수해야 하는 감정노동과 과도한 노동량”과 “진입과 퇴출의 반복”을 지적하며, “안정적인 노동조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서비스 종사자와 고객간의 건강한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선결요건”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가사서비스 업무가 전문적인 직업으로 인정 받을 수 있는 기본 전제로 “표준화된 직무기준”을 들었으며, 이를 근거로 적절한 임금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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