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본에서 연기, 연출, 조명, 음향, 무대소품 하나까지 26년 세월을 뛰어넘은 선후배 여성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작품이 공연된다. 5월 넷째 주 이화여자대학교 생활환경관 소극장 공연되는 <루나자에서 춤을>(Dancing at Lughnasa)이 그것.
북아일랜드의 극작가 브라이언 프리엘(1929~)의 대표작을 원작으로 하는 이 공연은 이화여대 총연극회 20주년 기념으로 올려지며, “단과대학 연극반 시절의 70학번부터 현재 대학에 재학 중인 06학번까지” 연극동아리를 거쳐간 여성들이 함께 만드는 작품이다. 총연극회 측은 “여러 연령층의 단순한 조합이라기보다는 ‘연극’이라는 매개를 통해 다양한 세대의 여성이 추구하는 가치들이 공감과 합일을 이루어내는 과정”으로 보아달라고 당부했다. 기획의도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경험과 서로 다른 시간대를 살아온 여성들이 무대 위에서 그려내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통해 “현재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모습을 비추어보고, 이를 통해 여성으로서 살아가는 것, 나아가 인간으로 함께 살아가는 것에 대한 고민과 대안을 이야기하고자 한다”는 취지를 전했다. <루나자에서 춤을>은 아일랜드의 추수감사제 ‘루나자’를 배경으로 결혼하지 않은 여섯 남매의 가족사를 셋째 크리스의 딸 몰리의 시선으로 회상하듯 고백하는 작품이다. 사회에 대한 통찰과 따뜻한 감성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으며 1992년 토니상을 수상했다. 우리 나라에서는 하일호씨의 연출로 1992년과 1995년에 대학로에서 공연된 바 있다. 이 작품에 대해 주최 측은 “산업적, 정치적, 역사적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는 가족 구성원의 모습을 통해 남성, 백인, 제국주의적 세계관이 아닌 여성, 비(非) 백인, 식민지 등의 소수자적 감성으로 충만하며, 공동체적 삶의 희망과 단단한 현실의 대비를 이야기”하는 작품이라고 평한다. “변화 없는 따분하고 궁핍한 일상의 삶의 올가미에 갇혀있던 자매들의 욕구와 본능이 표출되는 루나자(아일랜드의 추수감사절) 춤”을 통해 등장하는 다양한 안무도 연극의 재미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 이 춤은 “인간, 특히 여성 안에 내재된 열정, 환희, 광기, 생명력을 상징”하며, “현실에 의해 부정되고 억압되지만, 각자의 내면에 숨 쉬는 에너지는 여성성이 가진 생명력과 공동체에 대한 희망을 나타낸다”는 설명이다. <숨겨진 한국여성의 역사> 등을 집필한 작가 박수정씨와 대안학교 교사인 진형민씨가 원작을 현대에 맞게 각색했다. 진형민씨는 “원작의 나레이션이 가까운 여성의 삶을 들여다보는 남성의 시각이었다면, 우리 작품의 나레이션은 앞서 살아간 선배여성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줄 수 있는 여성적 시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번 공연은 특히, 참여하는 총연극회 동문들이 소수의 전문 배우를 제외하고는 연극과는 먼 길을 걸어온 여성들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총연극회 측은 “이 점이 오히려 작품에 대한 시선을 더욱 날카롭고, 더욱 절실하게 느끼게 한다”며 “대학 연극만이 가진 신선함을 더하며, 전문 배우와 연출의 결합으로 대학로 연극 못지않은 완성도를 기대”할 만하다고 자평했다. 이화여대 총연극회의 창단 멤버이자 현재 주목 받는 여성 극작가인 김명화씨가 연출을 맡았다. <새들은 횡단보도를 건너지 않는다> 이래 발표하는 작품마다 높은 평가를 받으며 극작에만 전념해온 김명화씨의 보기 드문 연출 작이다. 김명화씨는 “동문들 대부분 연극을 떠나 결혼과 취업이라는 삶에 묻혀 살아가지만, 그 옛날 연극에 대한 열정이 연극을 함께 만들던 우정이 우리들의 심장 안에서 조그마한 불씨로 타오르고 있었다”며 그 불씨를 관객과 나누고자 한다고 밝혔다. 일시: 5월22일(월)~25(목) 오후7시30분. 26일(금),27일(토) 오후4시 7시30분. 입장료: 학생 7천원/일반 1만원 문의: 황동미(016-593-5073) www.cyworld.com/cy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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