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과열된 월드컵 보도에 대해 최근 민주언론시민연합을 비롯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월드컵 관련한 과열보도는 요즘만의 문제는 아니다. 도는 이미 오래 전부터 지나쳐왔다. “4강 신화”의 열풍 속에서 2002년은 월드컵만이 중요한 이슈였다. 사회적 현안은 사라지고, 승리감에 도취된 국민들과 이를 이용해 한 몫 잡아보려는 기업들의 상술만이 넘쳐났다. 이를 비판해야 할 언론도 본분을 잊고 대열에 동참했다.
11회 중복방송, “시청자 권익에 무감” “2002 한일월드컵 방송”을 분석한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의 하윤금 연구원은 동명의 저서에서 “방송중복편성”에 대한 한일 양국 방송사의 상이한 태도를 지적했다. 일본의 경우 “같은 경기를 여러 방송사가 동시에 중계 방송하는 경우는 찾아볼 수 없었다”고 한다. 일본도 왕가의 소식이나 중차대한 국민적 현안의 경우 “중복 편성하는 경우가 있지만 스포츠 경기는 전통적으로 중복편성을 피한다”고 한다. 전파낭비를 막는다는 이유도 있지만 시청자의 선택권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반면 하윤금씨의 분석에 따르면 “우리 나라 지상파 방송은 월드컵 기간 중에 한국전의 경우 최대 11회의 중복방송이 있었다.” “그야말로 전 지상파 채널이 스포츠 채널화 되었다”고 꼬집을만하다. 하 연구원은 “방송사들이 자사 중심적이면서 시청자의 권익에는 무감한 성향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2002년 시청 앞 광장의 대규모 거리 응원의 집단적인 열기는 “스포츠 애국주의”로 표현되는 이상현상을 포함하고 있었다. 그러나 언론들은 균형 있는 현상분석은 뒤로 하고 찬양일변도의 기사로 열기를 부추겼다. 한 신문은 이를 ‘6월 민주 항쟁’에 비유하기도 했다. 2002년 월드컵에서 집단적인 거리 응원의 이면에는 “즐길 것이 없는” 경직된 문화가 있었다. 사람들은 대동놀이와 같은 축제를 통한 문화적 발산을 원하고 이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러나 축제와 집단주의는 다르다. 더구나 민족주의적 열광을 불러오는 것은 위험한 일이기까지 하다. 이는 언론이 경계하고 비판해야 하는 부분이다. 언론과 광고의 월드컵 도배 “지겹다” 그러나 2002년 월드컵 이후 ‘경제적 이익’ 앞에서 언론들은 제 할 일을 던져버린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MBC의 경우 황우석 사태 때 무비판적인 집단적 여론몰이에 희생된 경험이 있으면서 그러한 열기를 역으로 이용하는 데에 앞장서고 있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MBC는 지난 WBC경기에서 한국팀이 4강에 올라가 환호열기가 고조되자 재빨리 일본과의 4강 경기가 있던 일요일 날 하루를 특집방송으로 도배한 편성예고를 해서 빈축을 샀다. 예고되었던 편성에는 4강 경기가 끝날 시간 이후, “한국팀이 결승에 올랐을 경우”를 예상한 방송으로 짜여 있어서 MBC가 “시청률 도박에 나선 것이냐”는 비아냥을 사기도 했다.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기업들의 홍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한국은 월드컵 광고로 도배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언론보도도 과열되면서 축제를 즐겼던 시민들의 입에서조차 “지겹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언론이 책임을 던져버리고 월드컵에 “올인” 하는 동안 논의되어야 할 “의제”뿐만 아니라 진정으로 언론의 관심이 필요한 “사회문제”가 사라진다. “인권의 사각지대”가 널려 있는 현실 속에서 언론이 할 일을 저버린다면 우리 사회는 어떻게 되겠는가. 월드컵 보도는 스포츠 뉴스에서 하면 된다. 스포츠 뉴스는 그러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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