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직원은 “00씨” 남직원은 “주임님”

모 금융회사의 고질적 성차별 관행

정희선 | 기사입력 2006/06/14 [04:47]

여직원은 “00씨” 남직원은 “주임님”

모 금융회사의 고질적 성차별 관행

정희선 | 입력 : 2006/06/14 [04:47]
모 금융회사에 입사한지 10년 된 여직원 A씨와 남직원 D씨는 입사동기다. A씨는 그럼에도 입사초기에 D씨에게 “D주임님”이라고 불러야 했다고 말한다. 이유는 여성인 A씨는 고졸이고, 남성인 D씨는 대졸이기 때문이다.

A씨는 자신이 남자동기를 꼬박 꼬박 “주임님”이라고 부르는 데 비해, 자신은 남자동기로부터 “A씨”라고 불려지는 것이 자존심이 상했다고 한다. 게다가 “주임님”이라고 여러 번 부르다 보면 어떤 때는 “주인님”이라고 발음이 꼬이기도 해서 비참하기까지 했다고 말한다.

그런데 “주인님”이란 발음이 꼭 실언이라고만 볼 수가 없는 까닭은, 같은 사무실에서 A씨는 고객을 직접 대하는 창구업무 외에 상급자들 복사, 팩스 심부름, 회의실 청소, 화분 물주기, 탕비실 정리까지 맡아서 해야 하는데 반해, 동기인 D씨는 자기가 맡은 업무만 열심히 하면 좋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 회사 외에도 많은 금융회사와 대기업 사무직들에서, 여성신입사원은 고등학교 최종 졸업자, 남성의 경우 대학교 최종 졸업자를 채용하는 것이 일반적인 일이었다. 요즘은 전문대졸 여성을 비정규직으로, 대졸 남성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고졸로 입사한 여성은 입사 후 4년이 지나면 대졸로 입사한 남성의 직급인 주임으로 자동 승급하는 것도 아니고, 승급심사 대상이 될 수 있을 뿐이다. 게다가 군입대 경력을 호봉으로 인정해주는 제도까지 있어 대졸남성과 고졸여성은 실제 6년의 호봉 차이가 나고, 승급 심사에서 탈락되면 10년이 지나도 주임이 되지 못하는 여성들이 허다하다.

고졸 출신 여성들은 회사를 다니는 중에 대학에 가거나, 심지어 대학원을 가더라도 고졸 학력으로 인정될 뿐이다. 입사 시 학력이 퇴사까지 변하지 않는 것이다.

승진 차별보다도 여성노동자들을 더 힘 빠지게 하는 것은 직장 내에서 강요되는 학력과 성별 고정관념에 기반한 업무들을 맡게 되는 것이다. 고졸이기 때문에 덜 중요한 업무를 해야 한다는 편견으로 인해 여성들은 대부분 고객 창구 업무를 할당 받고 그 외에 사무실 관리를 암묵적으로 떠맡고 있다.

이렇듯 정규직 내에서의 성차별이 외환위기 이전 양상이었다면, 현재는 여성은 비정규직으로 채용하고 남성은 정규직으로 채용함으로써 그 차별의 간격은 더욱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여성노동자들은 그간 겪어왔던 차별 외에도 고용불안까지 겪어야 하는 것이다.

여성을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학력으로 채용해 보조업무를 시키는 것은 한국 기업의 고질적인 관행이었다. 대학을 나온 사람은 고등학교를 나온 사람보다 항상 능력이 뛰어나고, 남성은 여성보다 중요한 직책과 업무를 담당해야 한다는 학력차별과 성차별이 중첩된 현상이다.

이 기사 좋아요
  • 도배방지 이미지

  • ??? 2020/08/04 [15:58] 수정 | 삭제
  • 알바도 아니고 직장에서 그딴 허드렛일 하며 인정도 못 받고 일하는 게 좋으면 그게 좋은 느그들이나 해라 시발 2020년인데 아직도 여자 직원한테 차 타오라고 시키고 있음
  • ddd 2019/02/09 [13:09] 수정 | 삭제
  • 기사에 쓰인 그 남자 동기(?) 뭐. 그 남자도 직접 대하는 창구업무 외에 상급자들 복사, 팩스 심부름, 회의실 청소, 화분 물주기, 탕비실 정리만 하고 싶을 것입니다. 창구업무, 복사, 팩스 심부름, 회의실 청소, 화분물주기, 탕비실 정리면 완전 꿀아님?
  • 경형 2006/06/19 [02:54] 수정 | 삭제
  • 조금은 다른 말일 수 있는데요.
    회사들의 위계가 군대식인 것도 큰 문제로(차별) 작동하는 게 아닐까 합니다.
    학력차별로 인한 직급이나 승진 문제도 개선되어야 한다는데 동의합니다.
    그러나 각 직급 간에 호칭이나 대우 면에 있어서 너무 권력이 작동한다고 해야할까요.
    같은 직원이어도 서로 인격적인 면까지 차등적으로 매겨지는 것처럼 무시되거나 떠받들어지는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욱 차별이 두드러지거나 직장인들 개인을 소외시키는 게 아닐까 합니다.
  • xma 2006/06/18 [15:09] 수정 | 삭제
  • 고졸-여직원, 대졸-남직원 이렇게 뽑으면 곧 나이차도 3~6년이 나버리죠.
    그래서 엎친데 덮친 격으로 여직원-남직원 위계가 딱 세워져버리게 됩니다.
    그런 채용방식은 대졸여성, 고졸남성, 그리고 전체적으로 여성노동자들에게 차별이라고 생각해요.
  • 그런거 없다 2006/06/18 [11:13] 수정 | 삭제
  • 비교하려면 기본적으로 대상이 동등해야지.

    남성은 대졸신입사원, 여성은 고졸신입사원
    남성은 군제대한 27~28세, 여성은 고졸 19~20세

    비교대상 자체가 이미 차이가 있는 것을 차별로 매도하다니..

    1. 이 둘은 같은 날 입사했을 뿐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동기의 의미는 없다.
    2. 채용부문이 대졸신입과 고졸신입으로 다르고 내부적인 급수도 다르다. 고졸, 전졸, 대졸, 석사, 박사가 모두 같은 일을 해야 하나?
    3. 대학 4년이라는 기회비용, 특히 남성의 경우 2~3년이라는 병역의무는 왜 고려하지 않는가?

    만약 (편협한 여성주의에 빠진) 기자 논리대로라면 28세 서울대 경제학과 남자 졸업생과 20세 OO 상고출신 여자 졸업생이 동등한 처우를 받고 같은 업무에 배정되어야 한다는 말인가?

    당신이 회사 경영자라면 그런 인사를 하겠는가?
  • 2006/06/18 [10:54] 수정 | 삭제
  • 여고졸과 남고졸로 비교하죠.
    금융회사라면 남고졸로는 들어가지도 못하겠지만......
    여직원들도 전부 대졸로 뽑아야하려나?

    성차별이 아니라 학력차별 아닌가요?

    뒷부분은 다 뜯어 고치긴해야겠군.
    능력있고 노력하는데 여성이라고 차별받아선 안되겠죠.

    무조건 성차별이라니 조금 어이없긴하네요.
  • 동감 2006/06/14 [08:48] 수정 | 삭제
  • 동기 의미도 사라져버리죠.

    비굴한 느낌이 들면 회사생활하기 정말 힘듭니다.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