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경 외근업무 어려움 ‘노동환경 탓 커’

형식만 있는 채용목표제의 문제점

박희정 | 기사입력 2006/06/14 [07:04]

여경 외근업무 어려움 ‘노동환경 탓 커’

형식만 있는 채용목표제의 문제점

박희정 | 입력 : 2006/06/14 [07:04]
경찰공무원 성별 구분 채용 논란에서, 여경들은 현실적인 노동환경과 경찰 사회의 성차별 문화를 지적하고 있어 주목된다.

남성경찰들의 따가운 시선과 ‘양육’의 짐

경찰청이 지난 9일 밝힌 입장 중에는 “여성경찰관의 경우 임신 육아문제 등으로 내근부서를 선호할 뿐 아니라 출산 등으로 장기간 결원 상태가 유지될 경우 남성경찰관들의 업무 스트레스가 커지는 등 결과적으로 범죄대응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돼있다.

여경들이 외근업무에서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A순경은 “많은 여경들이 결혼이나 육아 등의 문제로 내근부서를 선호하게 되는 게 현실”이라고 말한다. 또한 “범인들과 바로 마주쳐야 되는 지구대 쪽에는 여경이 별로 없다”고 한다. “술 취한 사람도 만나게 되고, 밤새고, 근무 자체가 여자들이 하기에 힘들고 남자직원들이 여경들이 있는 것을 부담스러워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범죄자를 직접 대하는 업무에 어려움을 느껴도 A순경은 외근을 직접 요청했고, 자신처럼 외근을 원하는 여경들이 분명 존재한다고 말했다. S경장은 "여경들 중엔 외근 부서에 남녀 한계를 두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는 이들도 있다"고 전했다.

또한 상당 수 여경들은 남성경찰들이 여성과 함께 근무하는 것을 불편해하거나 부담스럽게 여기기 때문에, 근무에 더 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지구대 근무 대신 내근을 선호하는 여경들의 경우에도, 여성에게만 가사노동과 양육의 짐을 지우는 사회적 시스템과 근무환경의 열악한 조건이 큰 이유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찰청은 출산으로 인한 결원을 문제삼고 있지만 공무원 사회가 대체인력을 마련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여성들을 위한 탈의실이나 휴게실 등 복지시설도 부족도 문제다.

P경위는 “24시간 탁아가 가능한 어린이집이 경찰청에 설치되는 중인데 경찰청보다는 일선 서에 필요한 것이다. 특히 수사하시는 분들은 자다가도 나가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자주 나가는 게 아니라고 해도 매우 필요한 부분이다.” 또한 “효과적으로 몸을 보호할 수 있는 장비들이 있는 것도 필요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미지 쇄신용 안일하게 도입된 채용목표제

경찰청은 “여성경찰관 비율은 전체 경찰관의 약 4.1%(2004년 12월 말 기준)”이나, “2005년부터 여성경찰관 채용목표제를 도입하여 2014년까지 여성경찰관 비율 10%확보를 목표로 매년 신규채용 규모의 20~30%를 여성으로 모집할 계획”을 밝히고 있다. 경찰은 현재 순경 채용 인원의 20∼30%, 간부후보생과 경찰대 모집 인원의 10%를 여성에게 할당하고 있다.

지금까지 여성을 아예 채용하지 않거나, 특수한 경우에만 모집해 온 관행으로 인해 경찰공무원 사회에서 여경의 수는 미미한 실정이다. 경찰청은 최근 도입한 ‘채용목표제’를 통해 여경의 수를 확대하고 있다는 것으로, 성별 분리채용의 차별성을 무마하려 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P경위는 경찰청이 여경채용을 안일하게 사고하고 있는 점을 지적한다. “채용목표제 도입 이후 여경들의 숫자가 최근 갑작스럽게 늘어났지만 어떤 식으로 활용을 하겠다는 대책이 없었다”고 말한다. “여경이 민원인들을 대할 때 친절한 이미지 같은 게 필요하니까 우선 뽑기만 했다”는 것. 이와 관련해 현재는 퇴임한 전직 경찰 K씨도 “여경을 뽑기 시작한 건 경찰 이미지를 좋게 하려는 것”이었으며, “당시 남자경찰관들은 눈요기 정도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난 2004년 서울경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여경을 국감 도우미로 배치했던 것과 관련해, 성차별적인 인식을 고수하고 있는 경찰 조직문화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뤄졌다. 여경을 “꽃”으로 사고하는 의식이 경찰 내부에 팽배해있다는 단적인 예다.

P경위는 “여경을 뽑아놓고 어디 배치할까 그러고, 지구대에 자리가 많으니까 거기 넣자 그랬다가, 임신한 사람이 생기면 야간근무 못 시킨다고 애물단지로 취급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말을 전하며, 경찰공무원 사회에서 여성직원을 바라보는 시선과 여성인력 활용실태에 대해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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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까르페 2006/06/19 [13:37] 수정 | 삭제
  • 임신, 출산을 하는 직원이 함께 일할 수 있는 직장을 갖추는 건 어느 직장이나 기본적인 환경이 되어야겠죠.
  • 이윤수 2006/06/18 [21:44] 수정 | 삭제
  • 지금 상황에서는 직접 당해보면 임신 안 하는 남자가 근무하기에는 더 낫다는 생각이 들겁니다.

    이것은 결원이 생겼을 경우 인원보충이 없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죠.

    학교에서 한명이 잘못했을때 단체로 벌 서는것과 같은 현상입니다. 그 한명을 일종의 왕따 상태로 만드는데 도리있나요 -_-

    결원이 생겼을 경우 보충을 해줄 파견직 직원을 더 채용해야 해결될 임신문제고요.


    임신문제가 아니더라도 불편합니다. 여자 싫어하는 남자가 어디있습니까? 시시껄렁한 농담을 해도 여자랑 하는게 더 재미있습니다. 그런데도 남자경찰관이 파트너로 남자 경찰관을 요구하는건 그만큼 불편한 점이 많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아주세요.
  • lover 2006/06/17 [11:37] 수정 | 삭제
  • 입사가 다가 아니죠.
    저렇게되면 들어가서 난감해지게 되죠.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앞으로 여경이 될 사람들에게 도움이 안되고요.
    여자는 늘 이미지쇄신용으로만 보고 쉽게 뽑고 늘렸다 줄였다.. 그런 식인 것 같습니다.
  • 에버 2006/06/15 [12:09] 수정 | 삭제
  • 기본적인 모성보호 조건도 안 갖추고 있다는 말이네요.
    출산한다고 눈치주는 동료들, 아기키우는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 근로환경은 직장으로서 최악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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