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는 현행 민법의 부부재산제와 협의이혼제를 개선, 보완해 ‘민법(친족, 상속편) 일부 개정법률안’을 완성하고, 지난 7월 26일 “국민에게 미리 알려 이에 대한 의견을 듣는다”고 개정법률안에 대해 입법 예고했다. 이에 7월 28일 여성단체들은 크게 반발하며 “법무부의 민법 및 가사소송법 개정안 입법예고에 대한 여성단체 의견”을 밝혔다. 호주제 폐지를 중심으로 민법개정운동을 전개해온 한국여성의전화연합(이하 여성의전화)와 한국여성단체연합이 반대 의견을 낸 여성단체들이다.
이들 단체들이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민법개정안의 전체 내용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민법개정안 내용 중 ‘부부재산제도에서 혼인 중 재산 분할’, ‘부부 일방에 의한 주거용 건물에 대한 처분 제한’, ‘배우자 상속분에 대한 내용’, ‘협의이혼 시 자녀양육비 확보를 위한 방안 제시’ 등에 대해선 “여성단체의 문제의식을 반영한 것이기에 환영한다”고 의견을 냈다. 반면 여성단체가 법무부 안에서 주요하게 반대하는 내용은 “부부별산제를 기본원칙으로 하는 부부재산제도”와 “이혼숙려기간 의무화” 부분이다. 여성의전화는 현행 민법의 부부별산제 규정이 “부부 공동의 노력으로 형성한 재산이라 하더라도 법적으로 명의를 가지지 못한 부부 한쪽의 잠재적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고, 이혼 시 재산분할청구권과 관련해 많은 문제를 야기해왔다”는 점에서 반대해왔다. 여성의전화는 지난 2월 7일 현행 민법의 부부별산제를 대폭 개정한 ‘부부공동재산제’(대표발의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를 발의해 국회에 제출했다. 이 법안은 현재 국회 계류 중이다. 부부공동재산제 개념, 비판 목소리 대두 그런데 민법개정안 논의를 둘러싸고 여성운동진영 내 또 다른 주장이 대두됐다. 법무부가 입법예고를 알린 바로 직후인 7월 27일, 이화여대 포스코관에서 “민법개정안 논의를 통해 생각해 본 여성의 이해와 페미니즘”이라는 제목의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한국의 페미니즘을 돌(아)보는 사람들’이 주최했다. 이날 발제와 토론에 참가했던 이들은 주요하게는 법무부의 “‘민법개정안’의 의의와 한계”를 짚으면서 ‘이혼숙려제도 반대’에 대해선 여성단체들과 뜻을 함께했지만, 여성의전화 등이 주장하는 “별산제 반대 논리”에 대해선 “근거가 미약하다”고 지적했다. 사회와 토론에 나섰던 이박혜경(한국의 페미니즘을 돌(아)보는 사람들) 회원은 여성의전화가 몇 년간 주창해온 부부공동재산제를 근간으로 하는 ‘여성의 재산권 확보 운동’에 제동을 걸며, “부부공동재산제 개념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명확히 드러내기도 했다. 발제를 맡았던 박선영(한국여성개발원) 연구위원은 최순영(민노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부부재산공유제에 대해 “재산을 부부가 공유한다는 발상은 독립한 개인을 전제로 하는 근대시민법체계에 반할 뿐만 아니라 여성의 경제적 독립을 저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라고 비판했다. “여성단체들 별산제 반대 논리 미흡” 토론자로 참석했던 조순경(이화여대 여성학과) 교수는 “1999년 이후 한국여성의전화연합을 중심으로 이루어온 여성재산권운동은 최근 민법개정안이라는 성과를 이루어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부부재산제와 재산균등분할’이라는 원칙의 논리적 근거와 법안이 가져올 현실적 결과에 대해 조목조목 짚으며, “여성의 재산권 확보를 통한 여성의 경제세력화” 측면에서 현재 여성운동이 취하는 방법론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조순경 교수가 주요하게 짚은 대목은 여성의전화나 법무부 안에서 한결같이 주장되고 있는 ‘재산 균등분할 원칙’이다. 법무부의 민법개정안은 ‘이혼시 재산의 균등 분할원칙’과 ‘배우자의 상속분 조정’ 항목에서 “전업주부의 가사노동”의 가치 평가를 통해 “부부평등의 원칙에 입각하여 (…) 원칙적으로 균등하게 분할하도록 규정”하고, “혼인 중 재산분할 받지 않은 피상속인의 배우자 상속분은 일률적으로 5할로 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그동안 여성의전화가 주최한 각종 토론회에서나 여성연구자들에 의해 주장되어온 ‘재산의 균등분할 원칙’에 대해 조순경 교수는 “논리적 근거가 미흡”하고 “균등분할 방식이 법적 안정성을 높일 수는 있으나 법적 공정성은 크게 훼손할 수 있다”고 문제제기 했다. 즉 소득수준, 여성의 취업여부, 자녀 수, 거주 지역, 배우자의 연령 및 상태 등 다양한 조건들에 의해 가사노동의 가치와 재산형성 기여도가 각기 다르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사노동 가치를 인정해 절반씩의 재산분할을 선언한다면, 한국 사회에서는 월 소득 2천만 원인 가족의 경우와 월 소득 200만원 이하의 저소득층의 가사노동 가치는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즉, 사회가 가사노동의 가치를 인정하는 태도와 논리로서 타당하지 않다는 것. 도시 전업주부과 여성농민의 삶 한편 이박혜경 회원 또한 여성운동 진영 내에서 주장되었던 “균등주의나 부부공동재산제”에 대해 “주장해야 할 근거가 이론적으로 불명확했고 선언적”이었다고 지적했다. 또, “법무부 개정안의 배우자 절반 상속분 규정은 편의주의적”이라고 비판하며, “이러한 균등주의가 어떤 여성에게는 이익을, 어떤 여성에게는 손해를 끼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또한 이박혜경씨는 “경제적인 문제는 사회계급 관계에 끼칠 영향을 분석해야 한다”며 농사일과 가사노동의 이중부담을 겪는 여성농민과 도시 전업주부를 비교했다. 여성들마다 가족의 재산형성 기여도가 다른 사례를 제시하며, 이럼에도 불구하고 재산균등분할과 공동재산제를 주장하는 것은 여성운동이 “도시 전업주부 여성이 평균적인 여성의 삶이라는 가정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조순경 교수는 헌법과 근로기준법 등에서는 노동권의 주체를 개인으로 설정하고 있는데 “부부재산공동제는 재산권의 주체를 부부로 설정”해놓음으로 인해 서로 상충되고, “결과적으로는 노동시장에서의 성차별을 정당화하는 기제로 사용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성운동, 자기재산 자기명의 운동 펼쳐야 이날 토론회는 법무부의 민법개정안에 대한 비판뿐 아니라, 지난 몇해 동안 여성의전화가 주도해온 ‘부부공동재산제’ 입법 활동과 ‘여성 재산권 확보 운동’에 대해 평가하고, 운동의 논리와 방법론을 검토했다는 점에서 주의를 끌었다. 토론회를 주최했던 ‘한국의 페미니즘을 돌(아)보는 사람들’은 부부공동재산제가 아니라 현행 민법의 “부부별산제를 보완할 수 있는 법개정이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여성운동이 “자기 재산은 자기 명의로 하는 운동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으로 입법예고된 민법 개정법률안에 대해 의견이 있는 단체나 개인은 8월 15일까지 <항목별 찬성과 반대 여부와 사유를 밝힌 의견서>를 법무부장관 또는 담당자 이메일(kangdonk@moj.go.kr)로 입장을 제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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