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오전 10시 ‘새로운 신분등록법에 관한 공청회’가 국회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 열렸다. 호주제 폐지를 앞두고 열렸던 ‘신분공시제도에 대한 공청회’에 이어 법사위가 두 번째로 마련한 자리다.
첫 공청회가 열린 2005년 2월 상황에 비해 호주제 폐지 민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호적법 개정 3개 법률이 상정되는 등 많은 것이 바뀌긴 했지만, 그 동안 국회는 호주제 폐지 시행시기가 불과 1년 3개월밖에 남지 않은 시점까지 구체적인 논의를 미뤄온 셈이다. 여성연합 대표 의견이 여성계 기본 입장? 정부(법무부)가 발의한 ‘국적 및 가족관계 등록에 관한 법률’과 열린우리당 이경숙 의원(대법원)이 대표 발의한 ‘신분관계 등록 및 증명에 관한 법률’, 그리고 노회찬 의원(목적별신분등록법제정을위한공동행동, 이하 목적별공동행동)이 대표 발의한 ‘출생.혼인.사망 등의 신고와 증명에 관한 법률’ 이상 3개 법안의 쟁점을 비교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그러나 공청회 진술인 중 법무부 추천인이 2명, 대법원 추천인이 2명이었던 것에 비해 노회찬 의원실 추천인은 1명으로 배정되어 3개 법안을 ‘공평하게’ 논의하겠다는 법사위 의지가 의심되는 부분도 있었다. 사무관장과 감독권한을 누가 가져야 하는가에 대한 대법원과 법무부의 열띤 공방으로 인해, 공부편재방식이나 개인정보보호 등 문제가 소홀하게 다루어진 것도 문제였다. 가장 문제가 된 것은 대법원 측 추천으로 진술에 나선 한국여성단체연합(이하 여성연합) 상임대표 남윤인순씨의 발언이다. ‘새로운 신분등록법에 관한 의견’을 발표하며 남윤 대표는 “여성계는 기본적으로 이경숙 의원안에 동의한다는 것을 바탕으로 말씀 드립니다만…”이라고 언급했다. 진술이 끝나고 국회의원들이 “여성계” 의견이 어떠한지 몇 차례 질의를 했지만, 남윤인순 여성연합 대표는 그에 대해 답변하면서 자신의 발언이 개인적인 의견인지, 여성연합의 의견인지, 아니면 어떤 단체들 혹은 사람들의 의견인지 밝히지 않았다. 민우회와 성폭력상담소, 노회찬 의원안 지지 “여성계”가 이경숙 의원 안에 동의한다니, 언제 여성들 혹은 여성운동가들이 기준등록지로 이름만 바꾸어 본적지 개념을 고수하는 대법원안에 대해 동의했단 말인가? 남윤인순 여성연합 대표가 여성계를 대표하는가? 여성연합은 호주제 폐지 이후 2005년 11월 24일 법무부안에 대한 의견서를 발송한 것과 목적별공동행동 주최 토론회에 참여한 것 말고, 소위 “여성계”를 대상으로 새로운 신분등록법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적이 없다. 심지어 여성연합의 회원단체들도 여성연합과 남윤인순 대표의 입장과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여성연합의 회원단체인 한국여성민우회와 한국성폭력상담소는 노회찬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을 지지하는 목적별공동행동에 결합해 활동하고 있다. 목적별공동행동은 여성단체와 인권단체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의 연대기구다. 목적별공동행동은 대법원과 법무부 안이 호적제도의 '본적'지 개념을 고수하고 있는 것에 반대하며, 개인의 등록지를 확인하는 방법은 '주소'지만으로 족하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또한 대법원과 법무부가 개인의 인적사항 전반이 드러나 보이는 증명서 양식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는 개인정보보호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이경숙 의원안을 지지하는 여성연합과, 여성연합 회원단체이지만 노회찬 의원안을 지지하는 여성단체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여성연합이 “여성계”를 대표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회원단체들을 아우르는 대표성도 갖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남윤인순 여성연합 대표는 특정 사안에 대해 공식석상에 나와 신중하지 못한 발언을 하기에 앞서, 회원단체들과 사전 논의와 협의를 거쳐야 할 일이다. 호주제 폐지는 그야말로 “여성계”의 오랜 염원이었다. 그러나 앞으로 중요한 것은 호주제 폐지 이후의 대안이며, 그 대안의 모습이 갖추어질 2008년 1월이 가까워지고 있다. 어떠한 법안이 성평등을 구현하고 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지, 여성주의적 입장과 목소리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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