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전문대학을 졸업하고 모 증권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최근 우리 회사가 속해 있는 산별노조에서는 고등학교 졸업자(초대졸 졸업자 포함)를 대학졸업자와 차별하지 말자고 회사 측에 제안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입사한 사람이 4년제 대학을 졸업한 후 입사한 사람과 같은 처우를 받는데 10년이 걸리는 실정입니다. 전문대를 나왔을 경우는 고등학교 졸업자와 같은 “급”으로 입사가 되는데, 막 입사한 4년제 대학 졸업자와 동일한 처우를 받으려면 4~8년은 걸리죠. ![]() “고등학교 졸업하고 4년 동안 근무한 사람은 소득이 있지 않습니까? 업무를 배워서 업무능력이 신장되고 4년 동안 소득이 있잖아요.” “근본적으로 말씀 드리면 이런 게 있어요. 고등학교를 졸업했는데 대학을 갈수 있느냐 없느냐는 두 가지가 있는데, 내 부모가 내 학비를 대줄 수 있느냐~” 도대체 논리도 없고, 무슨 주장을 하려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4년 동안 일해서 번 소득이 있으니, 대졸자와 동등하게 대우할 수 없다는 얘기가 논리적인 것인가요? 그럼 고졸자는 소득도 없이 일해야 한다는 겁니까? 게다가 부모가 학비를 대줄 수 있느냐는 얘기가 여기서 왜 나오는 것인지, 황당하다는 생각밖에 안 듭니다. 더욱이 증권회사는 ‘영업’을 중시하는 조직인데, 어찌된 일인지 인사담당만 23년째 했다는 임원 분은 “많이 배운 사람들 중에 조직의 이윤극대화에 기여하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경향이 있다”는 발언까지 했더군요. 학력이 높은 사람들이 학력이 낮은 사람들에 비해 조직의 이윤극대화에 더 많이 기여하는 경향이 있다는 발언 내용도 저는 결코 사실이 아니라고 장담합니다만, 설사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것은 평균치이지 모든 사람들의 기여도가 학력에 의해 구분되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노조 측 교섭위원의 발언도 속기록을 통해 보았는데 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입장을 반영하고 있었습니다. “고졸로 4년 동안 월급을 받았다고 하는데, 월급은 그냥 받습니까? 일을 하니까 받지. 그건 쏙 빼놓고. 공부는 자기 능력 키우기 위해서 하는 거에요. 돈만 들어가는 게 아니라 그만큼 따라오는 게 있는 거죠. 최소한 4년이 지나면 출발선상에서는 똑같이 해주어야 한다는 거죠.” 왜 사회는 4년 동안 대학에서 공부한 것만 인정해주고, 4년 동안 실질적인 업무를 배운 것은 무시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대학도 전공과목이 다 달라서, 실제 업무와 연관도 없는 학과를 나온 사람도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대학만 나오면 모든 경력이 인정되고, 4년간 업무에 연관되는 경제와 증권전문지식을 익혔어도 대학졸업장이 없기 때문에 무시되는 현실입니다. 더군다나 증권회사에선 고졸이나 전문대졸은 거의 여성으로 뽑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는 성차별까지 하고 있는 셈이죠. 만약 고졸 남성이 있었다면 4년 만에 대졸 남성과 같은 처우를 해주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남녀고용평등법이 도입되기 전엔 남성 고졸자들도 많았는데, 그분들은 4~6년이 지나면 대졸과 똑같이 대우해주었다고 하더라고요. 업무 능력에 대한 평가보다는 단지 학력으로 사람을 평가하고, 기회도 주지 않고, 여성들만을 별도로 관리하여 차별하는 이런 시스템은 언제쯤이나 사라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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