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참여정부에 여성정책 담당부처 있는가?

여성청소년가족부가 되기까지

조이여울 | 기사입력 2006/10/04 [05:32]

[논평] 참여정부에 여성정책 담당부처 있는가?

여성청소년가족부가 되기까지

조이여울 | 입력 : 2006/10/04 [05:32]
여성가족부가 국가청소년위원회와 통합하여 여성청소년가족부가 될 모양입니다. 성 평등과 가족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의 조합으로 이뤄진 여성가족부(Ministry of Gender Equality & Family)의 위상도 우스꽝스러운데, 거기에 청소년까지 더해져 여성청소년가족부가 된다고 하니, 앞으로 누가 이 부처를 여성정책 담당기구라고 볼 것인지 의문입니다.

여성부 출범 이전엔 여성계 내에서 여성정책을 담당할 중앙부처를 만든다며 어느 정도 논의가 이루어졌던 것 같은데, 막상 여성부가 출범한 이후엔 보건복지부로부터 영유아 보육업무(아동)를 이관 받아오고, 건강가정기본법이라는 법률의 갑작스런 출현과 함께 여성‘가족’부가 되고, 국가청소년위원회와 통합하여 여성가족‘청소년’부가 되려는 지금의 상황에 이르기까지 어떤 점검도 하지 않은 채 겉잡을 수 없이 내달려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산 1조원 시대, 부처는 커졌다

2001년 1월 29일 여성부가 출범했을 때 한국여성의 권리신장에 한 획을 긋는 것이라는 기대가 컸습니다만, 사실 처음부터 여성부는 고유의 사업을 찾지 못해 헤매는 모습이었습니다. 당시 여성부는 기존 대통령 직속 여성특별위원회가 담당했던 성차별 구제업무와, 보건복지부의 성폭력,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와 성매매 관련 업무를 이관받고, 노동부에서 ‘일하는 여성의 집’ 업무를 이관 받았습니다.

성폭력, 가정폭력, 성매매와 같은 대(對)여성폭력 관련 업무과 성차별 피해 구제 업무는 매우 중요한 여성사업이긴 하지만, 이러한 업무는 우리가 당초 여성부에 기대했던 여성정책담당 중앙부처로서의 역할을 대표하거나 포괄하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여성의 삶과 권리, 그리고 차별문제는 모든 제도와 관련이 있기에, 여성정책 담당부처에 요구되는 역할은 정부 각 부처의 모든 정책과 업무에 대해 ‘성별영향평가’를 실시하고, 국가의 모든 사업에 있어서 ‘성인지적’ 정책이 시행되도록 개입하고 조정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각 부처가 서로 협조하지도, 소통하지도 않는 한국 행정기관의 특성 때문인지, 여성부의 역량부족 때문인지, 그러한 역할에 주력하지 않아서인지, 기대는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여성부 안에선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부처가 힘이 없다, 업무(조직과 예산)를 늘려서 힘을 키워야 한다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렇게 해서 늘린 업무가 2004년 보건복지부로부터 이관 받은 영유아 보육업무입니다. 5백억 원대의 예산을 집행하던 여성부가 보육업무를 이관해오면서 2007년 잡혀 있는 보육예산만 1조원대에 달하게 됐으니, 힘이 많이 커진 것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제 보육업무를 가장 주된 사업으로 진행하게 된 여성부는 ‘저출산 고령화’가 유행어가 된 2005년에 가족업무를 담당하겠다면서 여성가족부라고 이름까지 바꾸었습니다. 반면 주요한 여성사업이었던 성차별 구제 및 개선업무는 국가인권위원회로 이관됐습니다. 내년 여성가족부 예산안을 보면 보육(1조446억), 가족(433억), 여성권익증진(325억) 순입니다. 여성가족부는 “예산 1조원 시대 개막”됐다고 자축하는 분위기지만, 그러한 예산 편성은 “공보육의 강화와 다양한 가족의 복지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한 것입니다.

‘부녀자부’ 패러다임 아닌가

이쯤 해서 여성가족부의 정체성에 대해 질문을 해볼 필요를 느낍니다. 영유아 보육과 가족 복지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현재의 여성가족부를, 성 평등한 정책을 실현한다면서 출범한 기관(Ministry of Gender Equality)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물론 보육업무와 가족업무는 여성들의 권리와 많은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여성들의 현실과 목소리를 많이 반영한 정책을 실시하면 좋겠지요.

그러나 여성들의 권리와 상관관계가 많지 않은 업무도 있나요? 애초에 여성부가 고유의 업무 영역을 찾지 못하고 새롭게 발굴해 내지도 못했다는 것이 안타깝지만, 그래서 다른 부처로부터 업무를 이관해와야만 했다고 한다면 왜 노동, 법무, 환경, 국방, 교육, 외교업무가 아닌 ‘보육’과 ‘가족’업무가 여성부의 고유업무가 되어야 했을까요. 거기에 이젠 ‘청소년’ 업무까지 합하겠다고 하는 것일까요.

국가행정기관은 시민사회와는 다른 ‘생리’를 가지고 있으니, 외부에서 모르는 소리 말라고 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정부 각 부처가 고유의 사업을 기획하고 집행하려면 커다란 테두리를 이루는 패러다임이 있어야 합니다. 최소한 여성청소년가족부가 어떤 패러다임을 가지고 있는지, 그것이 우리가 여성부 신설 당시 예상하고 기대했던 것에 얼마나 부응하는지 혹은 부응하지 못하는지에 대해선 평가해볼 수 있어야 합니다.

여성과 보육(아동), 청소년, 가족업무를 담당하는 정부부처의 위상은 성 평등이나 성인지적 관점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합니다. 기실은 여성을 출산과 양육의 담당자로 간주하거나, 혹은 사회가 아동이나 청소년을 바라보듯 여성을 “보호” 대상으로 간주하고 정책을 펴는 전근대적인 ‘부녀자부’로서의 패러다임에 더 가까운 것이 아닐까 합니다.

이번에 발표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보면 그러한 우려가 더욱 굳어집니다. 여성가족부와 청소년위원회를 통합하겠다는 배경으로, “자녀의 출산과 양육, 청소년 보호 육성이 생애 발달 주기 과정에서 유기적이고 불가분의 관계이어서 상호 연계하여 정책을 수행할 필요가 크다는 판단 하에 추진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나아가 청소년과 여성의 “보호 육성체계”를 가족단위로 통합할 수 있게 되어 좋다는군요. 이처럼 여성을 아동, 청소년과 더불어 가족 안에 엮으면서, 노인 업무는 왜 못 가져왔는지 궁금해질 지경입니다.

여성청소년가족부에 관한 소식은 2001년 출범한 여성부가 우리가 기대하고 예상했던 여성정책 주무부처로서의 성격과 위상을 자리잡고 성장시켜 나가기는커녕, ‘성 평등’(Gender Equality)을 떼어버린 다른 위상의 부처가 되어버렸다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예산이 커지고 조직이 확대되는만큼 부처의 힘은 커졌겠지만, 그 기본을 이루고 있어야 할 정체성이 희미해졌다면 힘을 키워서 어디에 쓰겠습니까? 과연 누구를 위해 힘을 키우는 것입니까.

필요한 여성정책들은 많은데…

지금의 상황에선, 우리 사회의 성별 불평등을 시정하고 여성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오히려 여성부 이전에 존재했던 대통령직속 여성특별위원회 정도의 기구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됩니다. 물론 다른 부처 공무원들과 다를 바 없는 구성원들로 채워진 여성가족부와는 달리, 최소한 여성들이 우리 사회에서 어떤 위치에 있으며 여성정책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이를 추진해나갈 인력을 확보한다면 말입니다.

여성정책이란 여성폭력근절, 피해자보호, 성 산업 축소, 여성인력개발 등으로 대표될 수 없으며, 보육이나 가족 복지서비스 혹은 여성자원봉사 업무 등이 여성정책이란 이름으로 주요하게 실시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엄밀히 말해 여성정책은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이라기보다, 모든 정책이 성 평등하게 만들어지고 시행될 수 있도록 하는 업무가 주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저는 아직도 안타깝고 또한 궁금합니다. 여성들은 가부장제 사회 속에서 ‘2등 시민’으로 대우 받고 있는데, 왜 여성정책 담당 중앙부처가 마땅히 할 일을 찾지 못해 보육, 가족, 청소년 업무로써 몸집을 갖추게 된 것일까요? 일례로, ‘여성’이라는 이름의 계급으로 인해 노동권을 박탈당하거나 침해당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정부 어느 기관에서도 이 문제를 정책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있는데 말입니다.

만약 이러한 질문에 대해 ‘우리가 할 일 아니다’ ‘현실적으로 뾰족한 수가 없다’라는 답변이 나온다면, 이제 여성정책을 만들고 시행하는 기관으로서 여성가족부 혹은 여성청소년가족부가 아닌 다른 위상의 조직 또는 다른 방도를 모색하고 기대하는 편이 나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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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다영 2006/11/12 [16:32] 수정 | 삭제
  • 안녕하세요?
    기자님께서 2006.07.19일 "고용안되는까 여학생을 않뽑는다" 기사속의 강모씨가 저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사건06진차-37번)에서는 성차별에 의한 불합격 처분인 관계로 구제권고결정이 났지만
    국무총리행정심판위원회(사건2006-06054번)에서는 성차별이 아니다 그러므로 대학교측이 한 불합격처분은 정당한 처분이다라는 취지의 심판결정(2006.10.16일)이 있었습니다.
    10월16일 이후 사법부(소송)를 제외한 여러기관(대통령께 이-메일.여성단체 .여성국회의원들 등등)에께 두 위원회간 정반대되는 결정(의결)사실을 알리고 구제를 요청하였지만 그 누구도 들어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성차별이다는 말인지 아니다라는 말인지
    국가인권위원회와 국무총리행정심판위원회 이 두 곳중 분명 한곳의 결정(의결)이 잘못된 것임에는 분명한데 이를 문제시하는 곳은 그어디에도 없더군요.
    그만 쓸께요 16일날 수능을 봐야하는 관계로.
  • 뎅범 2006/11/12 [16:05] 수정 | 삭제
  • 잘 생각해 보아야 될 것 같습니다.
    여성이기 때문에 그 사람의 정치성을 떼어놓고 지지해야 한다는 것 정말 다시 생각해 봅시다.
    여성부 만들어 질 때도 정말 현장에서 활동하던 여성운동가들은 얼마나 포섭되었던가요.
    제가 알고지내던 친구.. 여성부에 들어갔다던데... 들려오는 소식이 별로 좋게 들리지 않았습니다.
    외부에서 돌 맞기 전에 여성부 직원의 발탁과정과 하는 일에 비한 처우가 정당한지. 좀.. 걱정이던데요.
    민노당 국회의원 수준의 자기검열은 기대한 제가 잘못된 걸까요?
  • 딜레마 2006/10/09 [16:44] 수정 | 삭제
  • 정부기관이라는 것의 목적이 양성평등이였으면
    여성부라는 부처탄생은 오히려 독이 되는거야 뻔하죠.

    정부의 각 정책에 대한 심의가 인권위에서 이루어지면서 양성평등이나 소수의 권리보호를 위한 정책을 각 기관에서 알아서 필터링하니 여성부의 집행이 어려워졌고(여러워졌다기 보다 할게 없어졌다는게 맞을듯) 그러한 결과로 부처생존이란 명목에 보육에 대한 정책을 복지부에서 청소년에 대한 정책을 청소년위원회에서 가지고 온거죠.

    인권위가 내놓은 심의라는게 각 정부기관에서 만들어진 정책이 헌법과 법률에 근거 해야함을 가지야 한다는 당위성에 그 힘이 커질수 밖에 없고 그게 애초에 양성평등부가 가져야할 일임에 중첩된 정책이 한두가지가 아니였고... 여성정책에 국한된 심의의 폭이 양성평등에 묶인 점에 폭넓은 관점에서 인귄위의 필요성이 더해졌는데...
    사실 알고보면 여성부의 필요성이 없어진 거나 마찬가지죠...
    호주제 문제도 알고보면 여성부의 입김보다 여성단체의 진정과 인권위의 결과문이 우선이였고...여성부는 그에 대한 정책을 실행하는 부처로 전락했다고 보는게 사실이죠.(여성부의 의한 정책입안이 가능합니다만 법률에 대한 정책에 대한 양성평등적 가치를 심의 잣대로 구성하기엔 그 범위가 너무 방대하고 각 기관에 대한 감찰에 대한 감찰이 이루어지는 형식이니 인권위처럼 독립적인 기관의 형태가 아니고서야 해나가기 힘든것이고...이미 그것을 이행하는 중첩된 독립적인 기관들이 존재하기에 불필요하다는 겁니다.)
    그런 정책을 샐행해봤던 부처로서 복지부는 보건쪽으로 전문적 정책만을 하는 쪽으로 급선회했고 오히려 서민복지에 대한 정책이 각 공단이나 민영화 되는 꼴이 되고 말았죠.
    여성정책을 전문적으로 담당하기 위해서는 위윈회 방식으로 각 기관들의 정책 가운데 양성평등에 위배되는 사항에 대해 딴지를 걸고 건의를 하며 정책이나 법안을 고쳐나가는 일을 했어야 했는데....
    너무 표심에 의한 부처창립이 문제였다고 봅니다.
    정부기관이 할일이 없어지면 공무원 숫자 맞추어서라도 흡수하는게 당연합니다.
    통일이 되면 통일부도 각 부처에서 하나 둘씩 흡수되듯이 말이죠.
    여성부의 부처생존은 여성정책을 위한것과 아무런 상관이 없고...여성정책을 전문적으로 시행하는 하기위해 기관을 설립하더라도 그것을 주요부처로 만들기에는 몸집이 너무 작다는 겁니다. 그 몸집이란 부처가 만들 정책안이 너무 좁다는 것이죠.

    너무 정리가 안되는 글인데...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중첩된 정책안이 많고 심의과정을 할 수 있는 독립적인 기관으로서의 보장이 없는 한은 정부주요부처로서의 여성부는 단지 부처이기주의를 조장하는 기관으로서만 남는다란 겁니다.
  • JH 2006/10/09 [03:18] 수정 | 삭제
  • 우선시하는 게 본말이 전도되었는데 더욱 퇴보하는 거죠.
    여성정책에 대해선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네요.
    딴 데도 아니고 청소년위원회와 합친다니 너무 어이가 없습니다.
  • yeoja 2006/10/06 [00:11] 수정 | 삭제
  • 여성부 설립 초창기부터 일부 여성계 사람들이 왜 여성부를 두는지 의문이라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여성정책은 따로 있는게 아니라 모든 정부 정책에 양성평등 정신을 갖고 법과 제도를 만들고 예산을 짜고 해야 되는데 여성들만의 정책을 따로 떼어서 여성부를 신설할 경우 여성이 복지대상으로 보이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죠

    사실 여성부가 있어서 여성들한테 특별하게 유리하게 된것이 있다고 보는것 보다는 여성에 대한 정부의 정책의지에 얼마나 힘이 실리느냐의 표현일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 여성부가 있다. 여야국회의원이나 정부에서 여성정책에 대해 다같이 힘써보자!'라는 뜻)

    그런데 여성부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색깔을 흐려서 불만을 누그려뜨리려는 의도도 있는것 같습니다 여성부만 홀로 있는것보다는 여성, 가족, 보육, 청소년 모두 합쳐서 여성부의 명맥을 유지시키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여성한테 가장 좋은 형태라면 여성부 직원은 100명 내외, 예산은 직원월급 등 200억원, 위상은 부총리급 정도로 여성부 예산은 직원 월급외에는 두지 않고 각부처의 성평등 정책을 감독하는 기능만 있는게 좋겠죠
  • 2006/10/04 [23:40] 수정 | 삭제
  • 조직 몸불리기라니.
    그럴거면, 힘쎈 국세청이나 국방부랑 합치시지요?
    여성가족국세청, 여성가족국방부. 훨씬 모양새가 나은 거 같군요. 조직도 커지고.

    지금 여성관련 현안들이 얼마나 산적해있는데...
    국가기관이지만, 그렇다고 관료화가 국가기관의 목표가 되어선 안됩니다.
    무엇이 우선인지... 무엇이 중요한지...
    답답하군요.
  • 지니 2006/10/04 [13:05] 수정 | 삭제
  • 여성부가 정체성은 잃고 조직만 불려서 그 힘을 어디 쓰겠느냐는 지적, 저도 동감입니다. 이전에도 정부가 하는 일에 신뢰가 없긴 했지만 여성청소년가족부는 너무한 것 아니냐고 생각했습니다.

    여성부 변천사를 한 눈에 볼 수 있게 정리해주셔서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 gift 2006/10/04 [12:00] 수정 | 삭제
  • 여성부가 여성청소년가족부가 된다고 하니까, 여성들이 디게 만만한가보다 하는 생각부터 들더군요.

    여성부 탄생했다고 환호하던 여성계 인사들은 그때보다 지금 훨씬 권력을 가진 분들이 되셨는데, 이런 일을 왜 보고만 계시답니까.

    역시 여성인권에 관심갖는 건, 김대중 정권 때보다도 노무현 정권 들어서 더 후퇴했다고밖에 할 수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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