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가 북한주민들의 삶에 미칠 영향

월급으로 살 수 없는 북한노동자들

윤정은 | 기사입력 2006/10/25 [06:53]

대북제재가 북한주민들의 삶에 미칠 영향

월급으로 살 수 없는 북한노동자들

윤정은 | 입력 : 2006/10/25 [06:53]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안이 통과되고, 한국사회 내에서는 북핵문제 해법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반도 위기를 시민사회 내에서 새롭게 접근하기 위해 북한체제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북한주민들의 생활을 조망하는 토론회가 열려 주의를 끌었다.

토론회는 19일 평화재단(이사장 법륜스님)이 주최했으며, 북한주민들의 실생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남한의 시민사회가 한반도에 거주하는 주민의 관점에서 현재 처한 상황을 진단해보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대북지원을 해오던 민간단체에 의해 주최됐다는 점과, 최근까지 북한에서 거주하던 새터민들이 좌우이념 논쟁이 아닌 북한주민들의 실생활과 관련해 증언하는 자리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2천만 북한주민 어떻게 살고 있나

“북한이라고 불리는 곳에는 2천만에 이르는 북한 주민들이 살고 있다. 2천만의 주민이 어떻게 살고 있는가에 대한 관심을 갖고 정보수집을 하고 있다.”

법륜스님은 “북한 핵문제가 주요하게 논의되고 있는데, 북한의 생활 문제를 다룬다고 뜬금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입을 뗐다. 이어서 “우리는 그 땅의 주인인 사람을 떠나서 말할 수 없다”며, 북한 핵문제를 다루는 우리 사회의 관점이 보다 “북한 사람들의 삶으로” 옮겨졌으면 하는 기대를 내비쳤다.

이날 논의된 주제는 북한주민들은 “월급으로 살 수 있는가?”다. 사회자 김영수(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한은 2002년 7.1경제조치 이후에 150원, 160원 하던 사람들의 월급이 늘어나 지금은 2천원, 3천원 받는다”며, “지금은 쌀 1kg이 1천원, 돼지고기 1kg이 3천2백원, 배추 1포기 150원, 계란 1개 200원인데 어떻게 먹고 살 수 있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양문수(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임금이 정상 지급되고, 배급제(공급제)로 생필품이 정상적으로 지급되는 조건”이라면 월급으로 살 수 있겠지만, 두 조건 중 하나가 원활하지 못한다면 “월급만으로는 생계유지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양교수는 그동안 새터민 면담을 하면서 “자신의 임금을 정확히 기억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이 말은 “임금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거나, 큰 의미가 없었다”는 말로 해석했다.

북한의 극심한 빈부차와 부정부패

현재 북한주민의 상당수는 시장을 통해서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직장생활 이외에 다른 경제행위를 통해 돈을 버는 일은 10년 전부터 존재해왔다는 것이다. 심지어 국수나 죽을 먹는다 하더라도 “아무리 못해도 한 달에 3,4만원 들고, 상층 주민들은 한 달에 100만원 정도 든다”며 북한의 빈부격차를 설명했다.

양문수 교수에 의하면 상층주민들은 마약이나 골동품과 같은 수익성은 높은 반면 위험성이 큰 물품을 취급하고, “그 위험성은 권력으로 커버한다”고 한다. 반면 하층주민들은 장사를 하더라도 수익성이 낮은 허드렛일이 많고, 밑천이 없어 장사가 망하는 경우도 상당수 있어서 새로운 도시빈민층을 형성하고 있다고 한다. 이외에도 뙈기밭 경작과, 가축 사육, 밀수업, 개인 단위의 수공업을 통해서 월급 이외의 경제활동으로 살아가기도 한다. 개인이 하는 수공업 제품들은 옷, 술, 담배, 신발, 비누, 얼음과자 등이다.

남한 학자들의 발표에 대해, 토론자로 나온 새터민 김영희씨는 “북에 있을 때 회계사로 있었다”며 자신의 경험을 소개했다. 김씨는 북한사람들은 “월급 3천원으로 먹고 사는 것이 아니라 장사로 먹고 산다”고 말했다. 또 양문석 교수가 발표한 내용의 많은 부분에 공감하면서도, 북한사회도 상층, 중층, 하층의 계층별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북한에 거주하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불법행위로 살고 있거나, 시장을 통해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희씨는 “계층과 위치에 따라 불법행위가 다르게 나타나고, 획득하는 수입원천이 다르다”며 관료들의 불법행위에 대해 설명을 보충했다. 특히 2호부터 11호 대상자까지 분리되어 있는데, 11호 대상자는 아버지가 영웅 칭호를 받는 사람들로서 국가가 모든 것을 다 보장해주는 계층이라면서 고위직으로 올라가면 갈수록 “당당하게 국가 물건 떼먹고, 보이지 않게 뇌물을 받는다”고 전했다. 김영희씨뿐 아니라 이날 참석한 새터민들은 현재 북한 사회는 부정부패와 뇌물 거래가 만연해 있다고 입을 모았다.

2004년에 탈북해 2005년에 남한으로 왔다는 전혁씨는 “상사 부사장으로 있어서 월급이 3,400원이었고, 이것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고액이었지만” 생활비가 20배에서 30배까지 올라서 한달 월급으로는 쌀 3kg 밖에 사지 못해 식구 네 명이 먹고 살기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전씨는 점차 심해지는 빈부격차를 설명하며 사회주의 경제체제라는 점 때문에 “자본가라는 말은 하지 못해서 ‘돈주’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1997년 기아난 이후 북한사회는 부정부패, 살인, 강도, 강간 등이 횡행했고, 이제는 “직장 출근해도 3,800원밖에 못 버니까 사람들은 당원도 싫고, 간부도 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로지 자신과 가족들이 어떻게 살아남는가가 모든 사람들의 관심사라는 것이다.

중국과 맞닿아있는 무산시에서 탈북해 남한으로 온 지는 10개월밖에 되지 않는다는 윤영춘씨는 청년동맹 생활을 오랫동안 했고, “월급을 많이 받는다고 하는” 닭공장에서 일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급으로는 시장에서 쌀 1kg 사먹기가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대신 어머니가 배급소를 다녔는데 “백성들에게 나눠줘야 할 밀가루나 쌀을 한 자루씩 그냥 갖고 왔다”며, 어머니의 비리를 통해 윤영춘씨 가족은 “먹고 사는 걱정은 안했다”고 한다. 윤영춘씨는 무산에 있을 때 “백도라지 진액을 채취하는 일”도 했는데 “당시에는 백도라지인 줄만 알고 있었는데 나중에 보니 당국이 외화벌이로 한 아편재배였다”고 말했다.

“북한노동자들 월급 2천원 아니다”

이날 이정철(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공장마다, 지역마다 편차가 크기 때문에 북한의 노동자 임금은 2천원이라는 일률적인 인식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정철 교수가 방문한 공장들은 외화벌이공장이나 수입이 높은 공장이었는데 “임금이 2만원 전후였다”고 했다.

이에 대해 새터민 김영희씨는 이정철 교수가 방문한 “3.26전기공장이나 청산리농장의 경우는 북한체제에 의해서 투자와 지원이 많은 공장”이기 때문에 “이를 일반화 하면 안 된다”고 부연 설명했다.

양문수 교수는 대북경제제재 이후의 북한 주민들의 삶에 대해 “제재로 인한 시장의 물자부족과 수해가 더해져서 시장의 인플레이션이 있을 것이고, 그런 점에서 일반 주민들이 영향이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새터민 전혁씨는 최근 있었던 수해로 인해 “수재민이 130만 명이라고 한다”며 “(지원)조건을 달더라도 대북지원을 많이 해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한편 전혁씨는 대북제재로 인하여 “중견간부들이 가장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가난한 인민들은 1997년 기아난으로 더이상 북한 당국의 배급체제에만 의존하지 않고 있으며, 어찌됐건 면역이 생겼다는 것. 반면 “중견간부들, 보위부나 당일꾼들은 아내들이 벌면 괜찮지만” 그간의 살아온 습성이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아래로부터 뇌물을 받아 살아오던 구조로 인해 대북제재가 수위를 높여가면 중견간부들의 삶이 가장 힘들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NGO의 역할과 성찰

이에 대해 김영희씨 또한 비슷한 전망을 내놓았다. 2002년 7.1경제조치 이전에는 경제난이 심각했지만 인민들 마음에는 “나라에서 주겠지”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이제는 배급에 아예 매달리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이전의 식량난으로 인해 “장애인, 능력 없는 사람들이 3백만 명까지인지는 모르겠지만 실로 엄청난 숫자가 죽었다”며 현재는 “살아남을 방법을 터득한 사람만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김영수 교수는 그간의 “NGO의 역할과 성찰”을 다시 한번 되짚어봐야 한다며 토론회를 정리했다. 첫째는 북한이 남한의 NGO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은 아닌지 이제는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현재 한나라당의 공세에 의해 남북협력기금이 깎인다고 걱정을 하는 단체가 있는 만큼 그동안 한국의 NGO들의 활동이 정부의존도가 매우 높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NGO가 추구해야 할 정신에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셋째는 “NGO는 인도주의적 정신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북관계가 경색되든, 전쟁이 있든, 인도주의적 정신이 활동 자체가 되어야 하고 “대북 인도지원을 한다고 해서, 탈북자를 다루지 않거나 북한인권 문제를 얘기하지 않으면 반쪽 활동에 지나지 않는다”고 성찰을 촉구했다.

평화재단 법륜스님은 주권국가로서 북한을 존중하는 문제와, 반민중적이고 반인권적인 북한체제를 구분해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찬가지로 “핵문제에 있어서도 핵을 개발한 사람과 수해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구분하지 않고 호도하는 것은 어리석다”고 일축하며, 남한 시민사회는 “북한에서 고통받고 있는 민중들에게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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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게하 2006/10/31 [08:59] 수정 | 삭제
  • 좋은 기사네요. 북한 주민들이 가장 걱정이죠...
  • 라벤다 2006/10/28 [21:47] 수정 | 삭제
  • 북한에 대해선 많이 얘기되어도 북한에서 사는 사람들에 대해선 너무 무관심한 분위기... 이런 정보가 많이 알려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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