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사태의 전말이 드러난 지 만 1년이 지나고 있는 가운데, 한국여성민우회 등 35개 여성단체들은 21일 ‘난자채취 피해자 손해배상 청구소송 관련 토론회’를 개최했다. 주최측인 여성단체들은 “이번 소송의 의미를 사회적으로 공론화시키고 이 사건의 사회적, 법적 쟁점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했다”고 밝혔다.
난자채취 병원과 정부, 서로 책임 전가 줄기세포연구가 ‘허위’로 밝혀지면서 황우석 교수는 서울대에서 파면됐고, 나머지 문신용, 강성근, 이병천, 안규리 교수 등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인사들은 정직 2개월, 3개월의 가벼운 징계를 받고 황우석 사태는 일단락되었다. 그러나 황우석 전 교수팀의 비윤리적, 불법적 행위로 인해 신체적, 정신적 피해를 입은 여성들의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해당 병원과 연구기관, 정부는 서로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상황이며, 여성인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여전히 미흡한 상태다. 지난 4월 21일, 여성단체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는 황우석 교수 연구팀에 난자를 제공했던 2명의 여성들과 함께 국가와 난자채취를 실시한 해당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소송을 맡은 변호인단은 소장에서 피해자들의 난자가 “초기단계의 기초 연구에 사용되는 실험 대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원고들에게는 곧바로 난치병 환자들의 ‘치료’를 위해 사용되는 것이라고 설명”된 점과, “관계자들이 고의적으로 이를 바로 잡지 않은” 점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다. 또한 난자채취의 ‘특수성’을 고려했을 때 난자채취과정은 “여성의 신체.건강권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며, “검사대상물로 보아서는 안되며 ‘인체에 대한 임상시험’이라는 점을 간과하지 말고 엄격한 규제와 제한을 가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성들 “충분한 설명 듣지 못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전현희 변호사는 “현재 미즈메디 병원은 병원대로, 국가는 난자채취 과정에 국가 공무원의 개입이 없었으므로 책임이 없다고 주장한다”며, 난자를 채취한 병원과 정부가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는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전 변호사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 위한 전제로서 선행되어야 할 (의료기관의) 설명의 의무”에 대해서, 그간의 의료소송의 판례를 통해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사 및 병원은 “(환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충분히 설명해야 하며, 발생 가능성이 극히 희박한 것도 법원에서는 설명을 하도록 정하고 있다”는 것. “시술의 모든 결정은 의사가 아니라 환자가 하도록 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황우석 사태로 인해 피해를 입은 여성들의 경우는 “충분히 설명을 듣지 못한 것”으로 판단되며, 따라서 의료기관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전현희 변호사는 현재 의료기관들이 해당 연구윤리심의위원회(IRB)의 승인을 거친 동의서에 “환자가 사인(sign)한 것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설명을 다했다’고 볼 수 없다”고 못박았다. 동의서가 존재하는 것과 환자에게 ‘설명을 충분히 했는가’라는 문제는 별개라는 것이다. 전 변호사는 병원이 동의서 외에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했다’는 것을 입증할 “다른 증거물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구영모(울산대 인문사회의학교실) 교수는 병원측 대리인이 “IRB에 의해 승인된 동의서를 썼으므로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정면 반박했다. 구 교수는 아직 발표되지 않은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황우석 연구의 생명윤리 문제에 대한 보고서> 내용 일부를 공개하며, “IRB의 모든 회의에 황우석, 이병천 등 연구자가 함께 참여했고, 이병천은 IRB 회의의 의사 결정에도 참석했다”고 고발했다. 이것은 현행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즉, 서울대 수의과대학IRB에 “해당 연구와 이해관계가 있는 황우석, 이병천 등이 참여”한 것은 생명윤리법을 위반한 것이며, “급조된 IRB로서 위원 구성 및 운영과정 등은 많은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 위반 사항에 대해 생명윤리법에서는 보건복지부 장관에 의해 처벌을 할 수 있게 명시되어 있다. “미즈메디, IRB, 정부에 공동불법행위 책임 물어야” 김현철(이화여대 법대) 교수 또한 “미즈메디 병원, IRB, 정부가 서로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문제를 삼으면서, “공동불법행위로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황우석 전교수팀의 연구는 미즈메디병원과 서울대가 “공동의 연구 목적 하에서 효율적으로 행위의 분업을 한 것”이라면서 “난자채취는 서울대가 안했으니까 책임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양현아 교수는 공동책임으로 물을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법과 윤리상의 규정을 어기면서 연구성과를 위해 난자채취 과정에 참여한 연구진과 의료진에 대해 명백히 각각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 한재각 정책위원은 이 소송에 대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여성단체들이 대신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여성단체들이 나서 피해여성들을 수소문하고, 피해의 정도와 난자채취 과정에서 위법한 사실을 조사하기에 이른 지금의 상황을 개탄했다. 특히, 소송 피고 측인 정부가 책임을 느끼기는커녕 오히려 “가해자들을 두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의 소송대리인이 작성한 ‘대한민국측 준비서면’에 의하면 “안규리 교수 등 논문조작과정에 일체 관여하지 않은 연구원들은 원고에 대한 위법행위에 가해자라기보다는 이번 사건으로 각자의 소속기관에서 징계를 받고, 사회적인 위신과 명예가 손상되는 등의 막대한 손해를 입었으나 (중략) 이를 하소연하거나 정신적 손해를 배상받을 길이 전혀 없는 또다른 피해자로 보는 것이 더욱 타당”하다고 되어있다. 정부가 가해자 편을 들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생명윤리위 보고서 발표 왜 미루나 한재각 정책위원은 무엇보다 정부의 책임을 중하게 물으며, “황우석 사태를 은폐하기에 바쁘고, 진실이 드러난 후에도 책임을 축소하고 전가”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아울러, 보건복지부 산하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에서 황우석 연구에 이용된 난자의 현황, 난자를 제공한 여성의 현황, 난자를 제공하게 된 경과 등에 대해 자세한 내용이 종합적으로 정리된 최종보고서가 4월에 이어, 6월에 마무리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발표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한 정책위원은 이 보고서가 황우석 전교수팀 연구에 의해 어떻게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인권침해가 이뤄졌는지 “여성 건강권 확보라는 점에서 대단히 중요한 보고서”라며, 보건복지부가 발표를 계속 미루고 있는 이유를 묻고 “하루빨리 공개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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