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용으로 멀쩡한 난소까지 떼내
황우석사건 1년, 국가생명윤리위 보고서 발표
윤정은 | 입력 : 2006/11/29 [07:40]
황우석 사건 이후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에서야 보건복지부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이하 국가생명윤리위)가 ‘황우석 연구의 생명윤리 문제에 대한 최종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미 4월에 최종보고서 초안이 마무리되었음에도 몇 개월 동안 발표를 보류하다 11월 23일에서야 뒤늦게 발표한 것이다.
황우석 연구에서 ‘난자 윤리’에 관한 문제는 어느 정도 알려졌고, 여성단체들에 의해 제기된 소송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실험용으로 사용된 난소’ 적출 문제는 보건복지부 조사가 유일하고, 국가생명윤리위 보고서가 최초로 자세하게 다루었다. 이런 이유로, 올해 5월 초 발표되기로 예정됐던 이 보고서는 ‘난자’ 문제뿐 아니라 여성들의 ‘난소’까지 연구용으로 제공되었던 충격적 사실을 다루고 있어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보건복지부가 자체 조사를 마치고도 몇 개월 동안 기밀에 부치며 최종보고서 발표를 미루어 ‘난소’ 제공에 관련된 문제는 거의 알려진 바 없었다. 또, 황우석 연구가 국민들의 관심사에서 멀어진 것만큼이나 지금에서야 발표된 최종보고서의 ‘난소’ 문제는 내용의 심각성에 비해 여론의 관심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
“정상 난소인데도 연구용으로 의도적 적출”
자신의 몸에서 ‘정상 난소’로 볼 수 있는 난소 두 개가 적출되어 연구용으로 제공되었는데도, 난소가 적출된 사실도 모른 채 살아온 여성들이 당한 피해는 어떻게 설명되고 보상되어야 할지 막막한 실정이다. 황우석 연구팀과 난소를 떼낸 병원, 관리감독을 해야 할 정부 등 어느 누구도 이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39~46세의 규칙적 생리를 하는 정상적 난소를 갖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난소 절제를 했다고 추정되는 환자가 9명이며, 이중 양측 난소 모두 절제한 경우가 8명임.”
“환자에 대해 난소는 어떤 상황에서 절제하고, 난소조직으로 어떤 연구를 어떤 방법으로 하는지 (중략) 등에 대한 설명을 한 흔적이 없음. 레지던트에 의한 일방적 요식행위로 판단되어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음.”
“정상 조직임에도 연구용으로 의도적 적출을 하였다고 사료됨.”
“45세 이상의 2명의 환자는 다소 무리가 있으나 난소 절제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사료되나, 이 이하 연령 환자는 의도성이 있지 않은지 추정.”
보건복지부가 자체 조사를 마치고, 전문가들에게 의뢰해 “난소 절제가 적절했는지” 여부를 검토한 결과다.
2001년 1월 말 어느 날, 황우석은 황윤영(한양대 의대 산부인과) 교수에게 한 음식점에서 저녁식사를 하며 “연구에 난자가 필요하니 난자 공급을 도와달라”고 말했다. 이후 황윤영 교수는 한양대병원에 내원한 여성들의 몸에서 난소를 적출하여, 난자를 제공하게 된다. 황우석은 황윤영 교수 외에도 한양대병원에 있는 황정혜 교수에게 똑같은 요청을 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2002년 5월경부터 2003년 6월경까지 1년 동안 병원을 찾은 여성들의 몸에서 떼어낸 114개의 난소가 황우석 연구팀으로 전달됐다. 난소를 전달 받아 연구를 맡았던 황우석 연구팀의 류영준 연구원은 “조금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진술한 바 있다.
황우석 “연구원 난자기증 통해 하늘을 감동시키자”
한편, 보건복지부 보고서는 난소 제공 이외에도 연구원 난자 및 불임치료시술 환자의 난자 제공에서의 문제까지 자세하게 조사, 기술하고 있다. 황우석 연구팀의 난자 윤리와 관련해 여성연구원 난자가 사용됐다는 내용은 <네이처>가 최초로 보도했다.
난자를 제공했던 여성연구원의 진술에 따르면, <네이처> 보도가 나간 후 문제가 불거지자 황우석, 이병천, 강성근 교수는 난자제공을 했던 여성연구원 두 명과 함께 대책회의를 가지고, ‘영어가 능숙하지 않았던 여성연구원의 의사소통 문제’ 때문이었다고 거짓말을 하기로 합의를 봤다. 그리고 영어로 이메일 해명서는 강성근(서울대 수의대) 교수가 여성연구원 대신 작성하고, 여성연구원 이름으로 <네이처>에 보냈다.
난자를 실제로 제공한 2명의 여성연구원뿐 아니라 연구실 내 여성연구원들 전원을 대상으로 난자를 기증하도록 하는 ‘난자 공여 동의서’가 배포된 사실도 확인됐다. 또, 여성연구원 1명은 황우석, 강성근, 이병천 교수의 입회 하에 실험실 회의에서 동의서를 작성하였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한 연구원의 진술에 따르면, 황우석은 “하늘을 감동시키자”는 표현을 몇 번이나 하면서 “연구원 스스로 난자를 기증하는 것도 하늘을 감동시키는 방법”이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간 황우석 전교수는 연구원의 난자 제공에 대해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몇 번씩이나 말을 바꾸며 거짓말로 일변해왔다.
이에 대해 국가생명윤리위는 “황우석은 네어처지의 최초 문제제기 시점부터 연구원 난자 제공의 윤리적 문제점을 인식해왔다”며, 헬싱키선언과 대한의사협회의 의사윤리지침을 명백히 위반한 비윤리적 행위로 규정했다.
불임시술 잔여난자 중 가장 좋은 것 연구용 제공
이외에도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병원들이 여성들의 난자를 채취하는 과정에서 ‘과배란 유도제의 과도한 투약’과 ‘과다하게 난자를 채취’한 문제점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과배란제는 과다 투여했을 때 단기적, 장기적으로 신체에 심각한 후유증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한 호르몬제다.
이와 더불어 연구윤리에서 문제로 지적된 것은 ‘불임치료시술을 받는 환자들의 난자’ 문제다. 의사로서 “환자의 불임치료를 위해서 가장 좋은 난자를 사용”하고 남는 잔여난자를 연구용으로 제공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성숙도가 좋은 등급의 난자 중 63%가 연구용으로 제공되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황우석 연구팀이 “미성숙 난자를 성숙시키는 기술이 부족하므로 성숙도가 좋은 난자를 연구팀에 우선 배분할 것을 여러 차례 지시”한 결과였다. 이에 국가생명윤리위는 불임치료를 받는 환자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고 성숙도가 높은 난자를 연구용으로 “우선 사용하도록 한 것은 의사로서 최선의 진료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문제 삼았다.
국가생명윤리위는 황우석 사건은 황우석 개인, 연구자, IRB(연구윤리심의위원회)만의 문제가 아니라며 “정부, 학계 및 국가생명윤리위도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을 깊이 통감한다”고 밝혔다. 앞으로 “이번 황우석 사건과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관련 제도부터 개선하고 보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책임 통감한다면서 ‘난자 수급방안’ 마련?
그러나 보건복지부 및 국가생명윤리위는 ‘깊이 책임을 통감한다’는 반성과 ‘재발 방지’ 약속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연구용 난자를 합법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국가생명윤리위 최종보고서는 ‘황우석 사건’의 연구 윤리 문제에 대해 소상히 다루면서 한편으로는 “기왕에 불임 치료 목적으로 채취되어 쓰이지 않고 남은 잔여 난자를 활용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언급하며, 이를 허용하는 내용을 포함한 ‘생식세포의 이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국가생명윤리위에 제출해놓은 상태다.
국가생명윤리위가 발표한 보고서 전체 내용은 다름아닌 ‘난자 윤리’ 문제이다. 이는 황우석 연구로 대변되는 체세포복제배아줄기세포 연구에서 어떻게 여성들의 인권이 침해되고, 여성 건강이 위협당하고 있는지를 조사한 보고서다. 국가생명윤리위는 보고서 말미에 ‘황우석 사건은 황우석 개인의 문제’에 그칠 것이 아니라며 “연구진과 의료진, 학계” 전체의 책임이라고 밝히고 있다.
우리 사회 전반의 여성인권과 윤리 의식의 부재로 일어난 사건임을 정부가 자체 조사 후 시인을 한 것인데, 국가생명윤리심의위의 향후 계획에는 그 동안 제기된 여성인권과 건강권과 관련해서는 이렇다 할 방안 마련이 없이 정부가 서둘러 ‘연구용 난자 수급’을 위한 법제도를 마련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가 국민의 건강과 인권을 정말 우선시하는 것인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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